서방 국가들, 물밑에선 “지상전 늦춰라”…네타냐후 압박
확전 우려해 비공식적으론 "지상전 연기하라" 촉구
인도주의 위기·하마스 제거후 장기계획 미비 등 영향
이스라엘은 "대응 강할수록 이란 개입 가능성 낮아져"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서방 국가들이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 지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물밑에선 비공식적으로 지상군 투입을 늦출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방 국가들의 지도자, 장관, 외교관 등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및 기타 고위 정부 관리들과 개인적으로 접촉하며 국제법에 따른 △과잉조치 금지의 원칙(proportionality) △민간인 보호 △민간인의 위험 대피 허용 △인도주의적 접근 허용 등을 준수·이행토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 서방 정부 관리는 “우리는 모두 같은 대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을 늦추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지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해 수많은 민간인을 사살·납치한 이후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지지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과 대비된다. 이와 관련, FT는 서방 국가들이 무고한 민간인 피해 등 인도주의 위기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레바논 헤즈볼라가 개입해 이스라엘 북부 국경에 새로운 전선이 열리거나 이란의 참전으로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장기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지상군 투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란이나 헤즈볼라가 개입할 경우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서방의 한 정부 관리는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계획이지만, 팔레스타인 사회에 뿌리를 두고 가자지구 깊숙이 자리한 그들을 말살하는 건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다. 네타냐후 총리도 2007년부터 하마스를 진압하겠다고 했었다”며 “또한 그들은 (하마스 소탕) 이후에 대한 것은 제대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한 것도 미국의 압박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카츠 에너지인프라부 장관은 이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합의에 의해 물 공급을 재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 관리들은 “바이든 정부는 지난 48시간 동안 가자지구 남부에 물 공급을 재개하라고 압박했다. 물을 공급하지 않고는 민간인들을 남부로 대피하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서둘러 지상군을 투입하기 위해 서방 국가들의 의견에 따르고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실제 이스라엘은 민간인 대피가 마무리되면 전면적인 지상전을 치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참전 가능성에 대해 서방 국가들과 견해를 달리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은 이스라엘의 억지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하마스와 가자지구에 대한 대응이 더욱 가혹해질수록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은 낮아진다”고도 했다.
인근 아랍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 후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남부 접경국인 이집트는 안보위협 등을 이유로 난민 유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 표명하고 국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했다. 서방 국가들도 이스라엘이 ‘2개 국가 해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지상군 투입 등 군사적 해결 방안이 아닌 정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의지엔 동의하면서도, 가자지구 점령 가능성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독립국가로서 팔레스타인의 주권과 영토를 인정해 이스라엘과 평화적인 공존을 모색하는 2개 국가 해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미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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