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내려온 유인촌 "가슴 뛴다…여러분 끌면 내가 뒷바라지"(종합)
반말 논란·블랙리스트 의혹도 언급…"K-콘텐츠 정책 새 틀 짤 것"
(세종=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단상이 있는 이 강당을) 누가 설계했을까요. 이 자리에서 내려가도록 하겠습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문체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예고 없이 단상에서 내려왔다.
유 장관은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며 문체부 직원들이 꽉 채운 객석으로 파고들어 원고 없이 취임사를 시작했다. 현장 경험에 바탕을 둔 취임사에 객석에선 여러 차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유 장관은 "문화란 것 자체가 삶의 방식을 정하고 삶이 쌓여 만들어지는데, 단상이 있는 이런 구조에선 생각이 안 바뀐다"며 "여러분이 문화를 다루려면 고정된 것에서부터 탈피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11년 문체부 장관을 지냈던 유 장관은 "15년 만에 와 여러분을 대부분 처음 만나는데 그때보다 훨씬 가슴이 울렁울렁한다"며 "책임감과 무게감도 그때보다 훨씬 더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재임 시절을 돌아보며 "항상 우리 부처 목표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고, 들리지 않는 것을 들리게 하는' 것"이라며 "(문화 분야에선) 보이지 않는 게 보일 때 보람이 있다. 여러분이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내가 뒷바라지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이날 과거 재임 시절의 반말 논란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블랙리스트 의혹도 스스럼없이 언급했다.
그는 "(당시) 장관을 처음 하다 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했고 무조건 정면 돌파했다. 모든 걸 해결하고 싶었다"며 "1인 시위든 수십명이 하든 그냥 지나친 적이 없다. 그래서 시끄러웠다. '고생하지 말고 들어가라'고 하면 '왜 반말하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인터넷에 바로 뉴스가 났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라며 "해결된 것도 있고, 안된 것도 있지만 그 나름대로 노력의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블랙리스트 문제와 관련해서는 "현장에 있는 양심상 그런 짓은 안 했다"며 "'왜 저렇게 반대할까' 미워는 했어도 (지원한) 기록을 보면 다 나온다"고 언급했다.
이어 "직원들이 (박근혜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면 좋겠다"며 "이념 문제, 부처 간 이견 갈등, 현장 소통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세상이 변해도 존재하니 피하지 말고 갈등을 해결하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아울러 "여러분이 끌고 가면 뒤에서 내 역할을 하겠다"며 "최소한 수목금은 세종청사에 있을 것이다. 언제든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문을 두드리고 전화해달라. 소통 공간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문체부를 통해 배포한 취임사에서는 "K-콘텐츠가 더 높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선 새로운 어젠다를 설정하고 정책의 새 틀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중점 과제로는 ▲창의적인 창작 환경을 위한 예술지원체계 개편 ▲문화가 중심이 되는 지역균형발전 ▲콘텐츠산업 집중 육성 및 규제 개선 ▲생활체육·학교체육 활성화 및 엘리트 선수 환경 조성 ▲고부가가치 관광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그는 과거 재임 시절 큰 성과를 거둔 저작권법 개정과 관련해 "지금은 글로벌·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등 완전히 바뀐 환경이다. 플랫폼과 창작자 간 해결할 문제도 있다. 10년 뒤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앞장 서서 저작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유 장관은 이날 오전 8시50분께 세종청사에 처음 출근했다. 과거 재직 기간에는 이곳에서 근무하지 않았다.
그는 "세종시가 만들어진 다음 처음 와보는 것이고 직원들을 처음 만나는 것"이라며 "굉장히 가슴이 좀 뛴다"고 소감을 밝혔다. 청사 로비에 나온 문체부 직원들은 유 장관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환영했다.
유 장관은 "마음은 의욕이 넘친다"며 "문화가 중심이란 얘기는 20~30년 전부터 한 얘기다. 정말 문화가 중심이 되도록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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