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소름 돋는 김주형의 '골프 서사'…PGA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타이틀 방어
[골프한국] 21살 청년 김주형이 써가는 골프 서사(敍事)는 골프 팬들을 전율케 한다. 마치 샌프란시스코 근교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세계 암벽등반의 성지 엘 카피탄(El Capitan)의 수직 절벽을 오르는 암벽등반가를 보는 듯하다.
세계에서 몰려온 내로라는 암벽등반 전문가들이 900미터 수직 암벽을 오르는 모습은 아득한 지상에서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숨을 멎게 한다. 지상에서 보면 작은 개미가 붙어 있는 것 같다. 장엄한 암벽을 기어오르는 등반가들의 모습은 우주의 심연을 유영하는 작은 별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김주형이 써가는 골프 서사는 엘 카피탄을 오르는 등반가의 그것과 너무나 흡사하다. 앞서간 선배들이 온갖 난관을 극복하며 길을 열긴 했지만 그가 가는 길은 성지 순례를 방불케 한다. 흡사 히말라야의 성스러운 카일라스 산 둘레를 오체투지로 도는 순례자를 보는 듯하다.
지난해 임시 특별회원 자격으로 PGA투어 몇 개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뒤 2021-22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챔피언십에서 첫날 첫홀 쿼드러플보기를 범하고도 우승하면서 일약 새로운 스타로 부상한 김주형은 이번에 극적으로 두 번째로 우승한 슈라이너 칠드런스 오픈의 타이틀 방어에 성공, 모두가 인정하는 PGA투어의 '흥행카드'로 자리매김했다.
13~16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레이거스의 TPC 서머린(파71·7255야드)에서 열린 PGA투어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은 완벽하게 김주형의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한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 2 라운드가 지나면서 김주형의 타이틀 방어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1라운드 3언더파로 선두와 6타 차 공동 21위, 2라운드 선두에 6타 뒤진 6언더파로 공동 26위로 톱10에만 들어도 성공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3라운드에서 김주형이 판을 흔들었다. 이글 1개에 버디 9개, 보기 2개로 9언더파를 몰아치며 합계 15언더파로 애덤 헤드윈(캐나다)과 함께 공동 1위로 솟구쳤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김주형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1타 차 공동 선두로 출발한 김주형은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타를 줄였다.
경쟁자들의 추격도 무서웠다. 에릭 콜이 9언더파, 알렉스 노렌이 6언더파, J.T 포스턴이 5언더파, 테일러 펜드리스가 4언더파를 쳐 합계 18언더파로 추격했다. 애덤 헤드윈도 4언더파 합계 19언더파로 끈질기게 김주형을 위협했지만 끝내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그의 경기력은 이미 PGA투어의 스타 반열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페어웨이 안착률 85.71%에 그린 적중률 83.33%, 홀당 퍼팅 수 1.67개로 특급선수 수준이었다. 기술적으로 더욱 정교해지고 파워도 붙었다. 무엇보다 평정심을 잃지 않고 두둑한 배짱으로 자신의 장점을 살려내는 능력이 돋보였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 이후 1년 만에 시즌 2승째이자 통산 3승째다. 2021년 임성재를 포함하면 이 대회 3년 연속 한국선수 우승이다. 한국선수 PGA투어 2연패는 이경훈(AT&T 바이런 넬슨)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우승으로 김주형은 2년간 PGA투어 시드와 '왕중왕전'인 PGA투어 센트리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십, 제5의 메이저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명인열전' 마스터스,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 등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김주형은 DP월드투어 최종전인 투어 챔피언십(11월 16~19일)에서 출전할 예정이다.
한편 김주형은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주도해 내년에 출범하는 가상현실 골프 리그인 TGL에 합류함으로써 세계 골프계의 VIP 대우를 받았다. TGL은 최근 김주형과 토미 플리트우드(잉글랜드), 티럴 해턴(잉글랜드), 셰인 라우리(아일랜드) 등 4명을 새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저스틴 토마스, 콜린 모리카와, 잰더 쇼플리, 맥스 호마, 빌리 호셜, 존 람, 애덤 스콧, 저스틴 로즈, 맷 피츠패트릭 등은 이미 합류했다. 최정상급 선수들이 PGA투어 대회가 열리지 않는 월요일에 거액의 상금이 걸린 경기를 치른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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