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환생 꿈꾸며 같이 죽을 생각해…분풀이 살해 아냐"

온라인 과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정유정(23)이 지난 6월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사진=뉴스1

부산에서 또래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정유정(23)이 "(피해자와) 같이 죽어서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환생을 꿈꿨다고 주장했다.

16일 뉴스1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 대한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법정에 선 정유정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되 분을 풀기 위해 살해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왜 살해했나'는 검찰의 질문에는 "같이 죽을 생각인 것도 있었고, 마지막으로 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피고인에게 성장 환경 등 사정이 있었던 것 같지만, 피해자는 무관하지 않냐. 왜 살해했나'는 재판부의 질문에 정유정은 "같이 죽으면 환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같이 죽어서 (제대로 된) 엄마,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6월1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부산 또래 살인' 사건의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했다. 피의자 이름은 정유정, 나이는 1999년생으로 23세다. /사진=뉴스1(부산경찰청 제공)

정유정은 어릴 적 부모가 이혼해 친조부 아래에서 자랐다. 정유정의 친조부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정유정의 어릴 적 가정환경 등에 대해 설명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손에 정유정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만큼, 피해자의 저항이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정유정은 "피해자가 내 목을 졸랐고 안경도 떨어졌다"며 상반된 진술을 내놨다.

정유정은 살해 전 가방에 흉기를 집어넣는 등 사체 유기에 대한 계획은 있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 범행 이유에 대해 "힘든데 방법이 없어서 속상한 일이 있어도 바로 풀지 않아 쌓여왔던 것 같다"고 말했다.

취업 실패로 고립 생활을 이어가던 정유정은 지난해 7월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정유정의 친조부도 관할 구청에 무료 심리검사를 의뢰해 구청 직원이 2차례 정유정의 집에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구청 직원은 정유정에게 상당히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이 있어 보인다며 심리 검사를 요청했으나 정유정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