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 없는 정책, 공허한 메아리일 뿐"
제주시 갑·을·서귀포 권역 조사 두고 토론
"도민 목소리 더 귀 기울여야.. 연대 필요"
"저도 배우고 성찰한 것이 무엇이냐면, 현안을 바라볼 때 도청이나 언론 중심으로 관점이 형성돼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니 이분들 얘기는 달랐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정책만 나열하는 것은 오히려 공허하게 느껴질 겁니다"
"당장 먹고사는 것이 어려운데, 내년에도 변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민선8기 오영훈 제주도정이 펼치는 정책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경청'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쟁점 현안은 물론, 민생과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제주도정의 메시지에 주민들의 공감대를 더 얻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오늘(16일) JI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특집토론 '지역현안 도민에게 듣는다 경청'에서는 JIBS가 지난 3개월여 동안 진행한 권역별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도정이 풀어야 할 여러 과제들이 제시됐습니다.
앞서 JIBS가 진행한 권역별 여론조사는 질문에 넣을 주제를 언론사나 행정기관, 정치권이 아닌 주민들이 직접 선정해 조사가 진행됐고, 이달초 발표된 바 있습니다.
이번 토론에는 권역별 토론에 직접 참여했던 강주영 건축가부터, 토론을 이끌었던 이정원 제주미디어리터러시 연구소장(제주한라대 교수), 그리고 강호진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공공정책센터장이 참석했습니다.
■ "후쿠시마 오염수, 일본과 싸우자는 게 아니.. 생활이 달린 문제"
조사가 이뤄질 즈음 전국적인 쟁점이 됐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에 있어서는 근본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정원 소장은 "저도 배우고 성찰한 것이 무엇이냐면, 현안을 바라볼 때 도청이나 언론 중심으로 관점이 형성돼 있었다"라며 "그런데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니 이분들 얘기는 달랐다"라고 소회를 꺼냈습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서귀포 권역에서 논의가 활발할 줄 알았는데, 서귀포에선 최종 현안에도 선정이 안된 반면, 갑 권역에서는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라고 전했습니다.
제주도정의 대응에 대해서는 "수산물 판매 활성화 대책으로 중심이 가는데, 미봉책에 불과하다"라며 "위협은 축적되고 어떤 파국을 몰고올지 예상이 안 되는만큼, 투명한 정보 공개나 지역이나 국제적 공동 대응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다"고 말했습니다.
강호진 센터장도 "정부와 제주도를 못 믿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세밀한 대비가 필요하다"라며 "이 문제는 단순히 일본과 싸우자는 관점이 아니라 먹거리, 생활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주민은 말 못 꺼내는 제2공항.. 아픔 들여다봐야"
수년 째 제주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찬반 문제를 떠나 민생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서귀포시 권역 참가자이기도 한 강주영 건축가는 "성산에서는 제2공항 얘기를 하지 않는다"라며 제2공항에 대한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빨리 결론났으면 하는 것은 공통 견해"라며 "밖에서는 찬반에 관한 얘기를 많이 하지만, 지역민들은 8년째 묶인 토지거래허가제도에 대한 피해가 크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재산권 제약 문제가 가장 크다"라며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정원 소장은 "권역별 토론회 중 공통질문으로 '제2공항이 되면 과연 도민이 행복할까요'를 물었는데,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라며 공항부지 인접지역만 배불게 되고, 나머지 지역은 영향이 없고 힘들 것이라 했다"고 전했습니다.
■ "수소트램? 행복한 상상".. 교통문제 고심
지역 주민들이 가장 체감하는 교통 현안에 대해서는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데 입을 모았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대중교통 개선 등 해결을 위한 노력을 멈춰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호진 센터장은 "총량제를 도입하기엔 이미 제주에는 70만대의 차가 있으니, 렌터카 총량제 도입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교통 문제는 지역 균형 정책과 연결되기 때문에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집중도를 분산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주도정이 도입을 추진하는 수소트램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왔습니다.
강호진 센터장은 "미래적으론 필요하겠지만 행복한 상상"이라고 일축한 뒤 "국가 차원 지원 없이는 추진이 어렵고, 매년 1,000억 원을 쏟아 붇는 버스 준공영제와 연동도 고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정원 소장은 "트램은 경제 뿐만이 아닌 문화적 타당성도 봐야 한다"라며 "트램 등장은 제주가 경험해보지 못한 역세권 문화가 등장하는 것이고 지역 불균형 문제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서귀포시 소멸 위기".. 인구 정책, 백약이 무효?
지역불균형 문제는 인구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정원 소장은 "서귀포 권역에서는 의료와 교육·문화·인프라 확충이 논의됐다"라며 "IB교육 등 중고등교육과정 요구가 있었다"라고 소개했습니다.
강호진 센터장은 "교육을 산남 중심으로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행정의 중심축을 옮기지 않으면 안된다"라며 "제주시 중심 권역을 서귀포로 옮기지 않으면 다른 것은 논의가 무의미 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강주영 건축가는 "예전에는 마을에서 다 같이 뛰어노는 환경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아이 키우는 환경이 안 좋아졌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성 경력단절이 문제"라며 "풀리지 않는 숙제겠지만 반드시 해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정원 소장은 "제주도정의 대안은 단기적 방안이 많고 근본 해결책은 안된다"라며 "주거비와 교육비 문제 등이 중요하기에 사회개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강호진 센터장은 "사회 환경이 중요하다"라며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은 정규직의 경우 보장되지만 비정규직은 그렇지 못하다"라고 꼬집었습니다.
■ "먹고사는 게 급한데.. 경제정책 메시지 전략 바꿔라"
고금리·고물가 등 민생대책에 대해서는 정책 관점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뤘습니다.
제주자치도가 미래를 대비해 우주산업과 도심항공교통(UAM)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장 먹고사는 문제가 시급하다는 겁니다.
강호진 센터장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도정의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라면서도 "다만 당장이 어려운데 이 부분이 약하고, 2024년도 예산에도 변화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강주영 건축사는 "우주정책 등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라며 "제주는 1차 3차 산업이 많은 만큼, 도정이 직접 만나 얘기를 듣는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정원 소장은 "오영훈 지사의 말에는 너무 정책만 있어 오히려 정책이 안 느껴진다"라며 "무슨 뜻이냐면 힘든 사람에게 정책만 나열하니 공허하게 느껴진다"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너무 처방 중심의 메시지만 있다"라며 "따뜻한 위로나 공감은 안 느껴지는 만큼, 경제정책 메시지 전략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 "장밋빛 미래 없다.. 인정할 것 인정해야"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도정에 대한 날선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이정원 소장은 "도정은 늘 선보전, 후개발은 천명하지만 오영훈 도정에는 이것이 없어 보인다"라며 "기후위기는 이제 제주의 문제인만큼 이제 제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앞으로는 빛나는 미래가 아닌 저출산과 기후변화 등의 문제로 불편한 미래가 될 것"이라며 "이 불편한 미래를 인정하고 도민에게 적극적인 연대 손길을 내밀어 함께 가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밖에 현재 진행 중인 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졌다며 이번 논의 과정이 마지막이 돼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습니다.
한편 JIBS 특집토론 '지역현안 도민에게 듣는다 경청'은 오는 21일 오전 9시 방송됩니다.
* 제주시 갑 권역 조사 결과
https://www.jibs.co.kr/news/replay/viewNewsReplayDetail/2023100217252579926
* 제주시 을 권역 조사 결과
https://www.jibs.co.kr/news/replay/viewNewsReplayDetail/2023100320270093637
* 서귀포시 권역 조사 결과
https://www.jibs.co.kr/news/replay/viewNewsReplayDetail/2023100418151761113
JIBS 제주방송 이효형 (getstarted@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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