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서 내려온 유인촌 파격 행보 “사고 쳐라, 책임질 것”
16일 문체부 세종청사 대강당서 취임식
취임사 읽는 대신 직원 마주한 열린 행보
직원들에게 "역할 막중, 자부심 가져라"
유인촌 장관은 “소통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라고 운을 뗀 뒤 다짜고짜 무대 아래로 내려와 단상을 가리켰다. 그는 “단상은 사람을 위압적으로 만든다”, “나는 이런 자리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손 마이크로 바꿔 잡고 직원들 쪽으로 이동했다.
유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 첫 출근한 뒤 오전 9시30분 뒤늦은 취임식을 가졌다.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후 국정감사와 전국 체전 등 일정으로 미뤄진 뒤 일주일여 만이다. 유 장관은 이날 직원들과 처음 마주하고,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유인촌 장관은 “문화를 다루는 부처인 만큼, 고정화돼 있는 것들에서 탈피해 유연하고 자유로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리 준비해놓은 취임사를 읽는 대신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며 자연스러운 소통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문체부 직원들의 역할론도 강조했다. 그는 “문화산업이 확 커졌다. 역할이 막중하다. 우리시대의 꽃”이라며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당장 예산을 배분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머릿속 생각들은 무한하다. 모든지 바꿀 수 있다.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부처로 다시 정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실례로 이명박 정부(MB) 문체부 장관 재임 시절 저작권법 개정 추진 성과를 예로 들었다. 유 장관은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콘텐츠가 되기 이전부터 저작권에 관심을 가지고 한미FTA 이행 등을 위해 저작권법 개정을 추진했다”며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50년→70년) 관련 저작권법 개정도 당시 산업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국회와 산업계에서 우려와 반대가 많았는데, 언제까지 우리가 외국 콘텐츠만 쓸 순 없다고 생각해서 개정을 추진했다. 시간이 지나고보니 창작자를 보호하면서도 콘텐츠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경험한 에피소드도 풀어냈다. 유 장관은 “과거 600만원에 조선왕족실록 역사 이야기를 두 장의 CD(시디)에 담아 판매했던 회사가 있었는데, 한 달만에 ‘해적판’이 돌았다. 결국 600만원 시디는 5만원짜리가 됐고 결국 회사는 망했다. 취임하자마자 먼저 손댄 것도 저작권법”이라고 귀띔했다.
유 장관은 “부처를 위해, 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나를 믿고 과감하게 도전하라는 당부도 남겼다. 그는 “걱정말고 사고를 쳐라.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지 않나. 책임은 내가 지겠다. 내 사인만 받으면 된다”면서 “피하지 말자. 충분히 보상될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인사 문제는 절대 공평하게 하자는 게 내 생각”이라면서 “좀 늦더라도 믿어달라. 제가 있는 동안 다 제자리에 돌려놓고 갈테니 여러분은 믿고 따라와 달라. 여러분이 앞장서 끌고가면 잘 뒷바라지하겠다”고 했다.
앞으로 직원들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힘들어도 밤, 새벽시간에 이동해 세종에 가급적 수·목·금요일에는 있으려고 한다”며 “나는 격식을 안 차리는 사람이다. 15년 전에도 사무관에게 직접 보고받았다. 언제든 얘기하고 싶을 때 문 두드리고, 전화달라. 아니면 문자를 줘도 좋다”고 했다.
앞서 유 장관은 이날 오전 8시50분께 문체부 사무동으로 출근하며 “굉장히 가슴이 뛴다”며 설레했다. 그는 “이제는 정말 문화산업 시대”라며 “문화가 중심이 되도록 만들고 싶다. 문체부 직원들이 일이 힘들어도 뭘 이뤄내 뿌듯하다는 느낌을 갖도록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2011년 문체부 장관을 지낸 유 장관은 지난 11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두 번째 장관직을 맡았다.
김미경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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