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기자상] 사랑은 비를 타고… 아직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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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난 지 오랜데 끄느름하게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다음 취재 일정까지 여유가 있어 '점심은 고등어구이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방금 좋은 거 하나 찍은 것 같습니다." 그대로 차 문도 닫지 않은 채 따라 달렸다.
하지만 '우산 천사'와 같은 이들을 보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배움을 얻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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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난 지 오랜데 끄느름하게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다음 취재 일정까지 여유가 있어 ‘점심은 고등어구이가 좋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보조석에는 카메라를 올려뒀다. 운수가 좋거나, 혹은 나쁘더라도 ‘뭐 하나’ 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이었다.
생선구이집에 가는 길, 바깥을 바라보다 급히 창을 내렸다. 등이 굽은 노인은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리어카를 끌었다. 그때 옆에 있던 여성이 우산을 내밀고 빗물을 가렸다. 기울어진 우산. 각도는 13도 남짓. 어깨는 다 젖었다. 영화에 나왔으면 진부하고 뻔했을 장면인데, 현실 속에서 마주치니 그 모습이 참 특별했다. 김시범 사진부 데스크에 전화를 걸었다. “방금 좋은 거 하나 찍은 것 같습니다.” 그대로 차 문도 닫지 않은 채 따라 달렸다. 이후 뒤늦게 여성에게 명함을 건네며 “참 아름다운 모습입니다”라고 말했다. 여성은 신원이 밝혀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자리를 떴다. 이 사진은 경기일보 8월30일자 1면에 보도됐다. 이연우 선배의 글 덕에, 그리고 이용성 편집국장의 배려 깊은 선택 덕에 ‘좋은 자리’를 꿰찼다.
보통 사진기자는 참담한 현장과 가까이 머물기 때문에, 흉흉한 소식을 독자들에게 전할 때마다 가슴에 통증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우산 천사’와 같은 이들을 보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배움을 얻기도 한다. 기자상 수상 하루 전날, 비가 내렸다. 또 다시 ‘우산 천사’가 떠올랐다.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사회가 오면 좋겠다. 이번 수상의 영광은 우산 천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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