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신협 강도 심각한 도박 중독… 인터넷 도박자금 충전만 4600회

검찰, 특수강도에 상습도박 혐의 더해 구속 기소

베트남에서 붙잡힌 대전 신협 강도 사건 피의자 A씨가 지난달 21일 형사들에게 이끌려 대전서부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대전=뉴스1

지난 8월 치밀한 범행으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대전 신협 강도 피의자는 심각한 도박 중독자인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대전지검 형사3부(부장 조재철)는 A(47)씨를 특수강도, 상습도박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8월 18일 오전 11시 58분쯤 대전 서구 관저동 W신협에 헬멧을 쓰고 소화기를 뿌리며 침입한 뒤 여직원을 흉기로 위협해 현금 3,900만 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훔친 오토바이를 비롯해, 택시와 도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범행 이틀 만에 베트남으로 도주했다. 공개수사에 나선 경찰은 “용의자를 호텔 카지노에서 봤다”는 한인제보를 바탕으로 지난 10일 베트남 다낭 현지에서 A씨를 붙잡았다.

당초 A씨는 요식업과 인테리어 등 사업이 힘들어지자 주변 지인들에게 사업자금과 생활비, 도박 등의 명목으로 2억 원 상당의 빚을 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상습 인터넷 도박이 범행 동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2021년 1월부터 지인들에게 많게는 수억 원씩 돈을 빌려 40여 억 원 규모의 인터넷 불법 도박을 하다 빚 독촉에 시달리자 범행을 계획한 것이다.

인터넷 도박자금충전 횟수만 4,651회에 달했으며, 범행 이후 해외로 도피했던 8월 20일에도 인터넷 불법도박 사이트에 접속했다. 또 일부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총판(모집책) 계정을 보유하면서 죽장(모집된 도박 참가자들이 입은 손실의 10~20%를 수익으로 지급받는 방식), 롤링(수익의 1%를 받는 방식) 수익금을 지급받기도 했다. 양방 베팅(복수 사이트에서 승패를 다르게 베팅해 손실을 최소화)을 하는 등 전문적 방법도 이용해 도박을 했다. 실제 A씨는 베트남 현지에서 검거될 당시에도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기고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송치 전까지는 사업상 채무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으나 검찰 조사를 통해 인터넷 도박중독과 그로 인한 채무가 주된 동기임이 드러났다”며 “대담하고 계획적인 범행으로, 사건의 엄중함을 고려해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