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눈물로 ‘결자해지’ 호소한 이준석…“더는 검사 아냐, 국민에 진실한 마음 표현해 달라”

김동환 2023. 10. 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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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께서는 더 이상 검사가 아니다”
지난해 당원권 정지 후 기자회견에서는 ‘양두구육’ 언급하며 눈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당원권 정지 징계 후 기자회견에서 사자성어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했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여당의 집단 묵언수행 저주를 풀어 달라”며 윤 대통령의 ‘결자해지(結者解之)’를 눈물로 호소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흔히들 검사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대통령에게 이런 요구하는 것을 시도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통령께서는 더 이상 검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들을 인정해달라”며 “대통령실 관계자의 성의 없는 익명 인터뷰가 아니라 대통령의 진실한 마음을 육성으로 국민에게 표현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대표는 “내부총질이라는 단어를 쓰면서 여당 내에서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하는 것을 막아 세우신 당신께서 스스로 그 저주를 풀어내지 않으면, 아무리 자유롭게 말하고 바뀌었다고 해봤자 사람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이라며 “그 저주는 ‘밤비노의 저주’만큼이나 오랜시간 동안 여당을 괴롭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당 윤리위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 36일 만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보였던 이 전 대표는 1년2개월 만에 다시 소통관 단상에 올라 여당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 등을 호소하며 재차 눈물을 흘렸다.

윤 대통령과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작심 비판을 이어가며 전면전을 선언했었던 이 전 대표는 이날 ‘간신배들의 아첨 속에 대통령께서 벌거숭이 임금님과 같이 되지 않기를 기대했다’고 운을 뗀 기자회견에서 흐르는 눈물을 계속해서 닦아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의 약 18%p 차이 패배를 내다봤던 예측이 맞아떨어진 데 대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대통령 긍정 평가율과 연동되어 있다”며 “서울은 총선에서 해볼 만하다고 희망회로를 돌렸지만, 지지 정당이 없는 대부분 시민은 철저하게 여당을 외면했다”고 이 전 대표는 강조했다.

정확한 현실 직시와 이를 입 밖으로 표현하는 용기에서 모든 문제의 해결이 시작되지만 여당의 누구도 지난 15일 의총에서 ‘대통령의 국정 운영 기조가 바뀌어야 한다’거나 ‘당이 더는 대통령에게 종속된 조직이 아니다’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며 “그렇게도 두려운가”라고 물었다.

소위 ‘검사동일체’ 문화를 정치권에 인식했다는 말을 들어가며 다른 의견을 탄압하고도 ‘당정 일체’가 여전히 부족하냐면서, “우리 당 의원님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라는 비하적인 소리를 듣는 것에 지쳐 단체로 현실부정에 들어가기라도 하시냐”는 질문도 던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반 동안 문재인 정부보다 더 나은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이 전 대표는 “임기 반환점에서 치르는 총선은 정권 전반부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될 것”이라며 최근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보여준 여당 모습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호를 외치며 언성을 높이던 더불어민주당만큼이나 꼴불견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스1
 
특히 해병대 고(故)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가 항명혐의 등으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불구속 기소된 대목을 언급하면서는 감정이 북받친 듯 울먹이기까지 했다.

이 전 대표는 “해병대 병사의 억울함이 반복되지 않게 엄정한 수사를 하고자 했던 박정훈 대령 모습은 성역을 두지 않고 수사했던 한 검사의 모습과 너무나도 닿아있었을 것”이라며 “그런 그가 수사하는 것을 막아 세우는 것을 넘어 정부와 여당이 집단 린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이나 의대 정원 증원 등을 말하는 대목에서도 이 전 대표는 “대통령실에서 오락가락한다”고 꼬집었다.

보선 국면에서 ‘회식 후 보고서에 그 실적을 보고하는 전략’이 아닌,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토론하고 논쟁했다면 선거 결과는 지금과 달라졌을 거라면서 이 전 대표는 ‘결자해지’라는 사자성어를 윤 대통령에게 던졌다.

가수 토이가 부른 노래 ‘스케치북’의 가사 일부인 ‘좀 잘못되면 어때, 지우개로 지우면 되잖니’ 등을 끌어오고는 “옆에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잊고 이기적인 삶을 걸어왔다면 고민하지 말라”며 “좀 잘못되면 어떤가, 지우개로 지우면 된다, 새로운 그림을 그릴 때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끝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것들이 잘못되어 가고 있을 때 그것을 뒤집고 승리에 도달하기까지 60일이면 충분했다”면서, 총선까지 남은 6개월을 값지게 보낸다면 어떤 색깔을 칠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윤 대통령의 결단과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말로 이 전 대표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매듭지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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