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왕→주전급 타자 변신… 하재훈의 ‘야잘잘’, 33세인데 내년이 더 기대되다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19년 신인드래프트 회의장에서 ‘투수 하재훈’의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부터, 하재훈(33‧SSG)의 야구 인생은 격변의 연속이었다. 지명 직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야수로 생각했던 하재훈은 타석 대신 마운드에 서야 했다. 혼란스러웠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다.
실제 하재훈은 야수로 태평양을 건넜고, 마이너리그에서도 줄곧 외야수였다. 투수로 뛰기는 했지만 독립리그에서 팀 사정 때문에 잠깐 했던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투수로 쓰겠다니 놀란 것은 당연했다. 잘 적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한 시선도 공존했다. 하지만 야구 선수로서의 재능은 투수와 야수를 가리지 않았다.
“폼이 투수같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투수와 야수를 떠나 ‘야구선수’로 가진 재능은 역시 탁월했다. 선천적인 어깨를 가지고 있었고, 시속 150㎞를 때릴 수 있는 탁월한 감각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 하재훈은 2019년 팀의 불펜 멤버로 출발해 마무리까지 올라섰고, 그 마무리 보직에서 36세이브를 거두며 구원왕까지 오르며 태극마크까지 내달렸다. 2019년 KBO리그의 가장 큰 놀라움은 누가 뭐래도 하재훈이었다.
그러나 어깨 부상 탓에 2020년부터 내리막을 걸었고, 하재훈은 ‘야수 전향’이라는 승부수를 걸었다. 오랜 기간 재활하며 버텨보려고 했지만, 이 아픈 어깨로 정상적인 투구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단도 결국은 하재훈의 뜻을 받아들였다. 2022년 시즌을 앞두고 다시 ‘야수’의 타이틀을 되찾은 하재훈은 3년 넘는 시간 동안 잠들었던 야수로서의 DNA를 깨우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방망이를 돌렸다.
2022년 캠프 때부터 재능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모처럼 든 방망이라 어색함도 있었지만 가진 재능의 총량은 당시 좌익수 경쟁을 펼쳤던 그 어떤 선수보다 더 확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았다. 힘은 여전히 예사롭지 않았다. 그렇게 지난해 좌완 상대로 좋은 활약을 하며 기대를 모았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기에 매사에 최선을 다했다. SSG의 훈련에서 가장 먼저 나와 방망이를 돌린 선수가 바로 하재훈이었다. 노력하는 천재였다.
올해는 불운이 많았다. 오키나와 캠프 당시 연습경기서 다이빙캐치를 하다 어깨를 다쳐 오랜 기간 결장했다. 6월에는 도루를 시도하다 손가락을 다쳐 또 빠졌다. 기구한 신세를 한탄할 만했다. 그러나 하재훈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흘린 땀을 믿고 기회를 기다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 하재훈은 어엿한 주전급 선수로서의 성적을 남기고 있다. 갈수록 불이 붙는다는 건 긍정적이다.
하재훈은 15일까지 시즌 75경기에 나가 타율 0.294, 7홈런, 33타점, 10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24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보다 타율(0.215→0.294)이 크게 올라온 것이 눈에 들어온다. 9월 이후 31경기에서는 타율 0.316을 기록했고, 10월 10경기에서는 타율 0.400, OPS 1.055의 대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10번의 도루를 성공하면서 실패는 한 번도 없었다. 야수로의 재적응은 모두 끝난 모양새다.
하재훈은 내년에 만 34세다. 대개 다른 선수들은 그래프가 하향세에 접어들었거나,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나이다. 성적이 떨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하재훈은 다르다. 오히려 내년에 더 성장을 기대할 만한 30대 선수다. 세부 지표를 보면 이를 느낄 수 있다. 지난해보다 더 침착해졌고, 더 정확해졌으며, 이제는 조금씩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하재훈은 기본적으로 땅볼이 많은 선수가 아니다. 통산 경력에서 뜬공이 더 많았다. 그런데 타구 속도가 빠른 편에 속한다. SSG에서 올해 평균 타구 속도가 하재훈보다 더 높은 선수는 최정과 최주환, 딱 두 명뿐이다. 가진 힘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보다 헛스윙이 줄고, 삼진도 줄고, 대신 볼넷이 더 늘어났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아직 볼넷 대비 삼진 개수가 많기는 하지만, 콘택트 비율이 지난해 63.8%에서 올해 73.8%로 크게 높아진 건 발전을 기대케 한다.
무엇보다 여전히 성실하고, 여전히 열정적이다. 여전히 가장 성실히 훈련하는 선수이자, SSG에서 가장 빨리 출근하는 선수 중 하나다. 혹독하게 자신을 밀어붙이느라 시즌 초반에는 없던 피부병까지 앓을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방망이를 놓지 않는다. KBO리그 역사상 최고의 트랜스포머가 될 가능성은 충분한 가운데, 내년에는 미국에서도 기대했던 그 재능이 대폭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스포티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빠' 송중기 "子 입술이 닮았다…해외오디션, 지금까지는 다 떨어져"('뉴스룸') - SPOTV NEWS
- 엄현경♥차서원, 부모 됐다…"건강한 아들 출산"[공식입장] - SPOTV NEWS
- [단독]서수진, 솔로 나온다…'학폭 의혹' 2년 8개월 만에 활동 재개 - SPOTV NEWS
- 화장실에서 밥 먹는 남편, '결혼지옥' 스튜디오 大충격...문세윤 “상상도 못 했다” - SPOTV NEWS
- 써클차트 뮤직어워즈 2023, 내년 1월10일 부산 벡스코서 개최[공식] - SPOTV NEWS
- "임신까지 처리해줬는데 빨대 꽂았다고"…박수홍 父母, 사생활 충격 폭로[종합] - SPOTV NEWS
- 구준엽이 기가 막혀…"서희원 사랑해" 前남편 고백공격→욕설 라방[이슈S] - SPOTV NEWS
- [김원겸의 인사이트]'텐미닛'의 추억과 '댄스가수' 이효리의 귀환 - SPOTV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