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없는 게 반전`? "대표 쫓겨나겠네" 푸념부터 부른 김기현 2기 인선

한기호 2023. 10. 16.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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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재옥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연합뉴스>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6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 도중 휴대폰 문자를 보고 있다. 문자엔 주요당직자 임명안과 김기현 대표 관련 내용이 있다.<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주요당직자 사퇴를 결정한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체제 2기' 인선안을 16일 발표했으나 '쇄신 논쟁'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관계자) 인사들이 일선에서 후퇴했지만 범(汎) 친윤(親윤석열)색채로 당직이 재편됐고, 대통령실-여당 수직관계 운영과 국회의원 선거 공천 기조에서 극적인 변화 가능성이 불투명한 탓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2기 당직 인선안을 의결했다. 정광재 당 대변인 브리핑에 따르면 당 살림과 제22대 총선 공천 실무를 책임질 신임 사무총장에 옛 친박(親박근혜)계 TK(대구·경북) 출신 재선이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를 맡아온 이만희(경북 영천·청도) 의원이 임명됐다. 원내대표와 협의, 의원총회 추인을 거쳐 당대표가 임명하는 정책위원회 의장엔 수도권 3선이자 과거 유승민계로 분류됐던 유의동(경기 평택시을) 의원이 내정됐다.

지명직 최고위원엔 시각장애인 여성 비례대표인 김예지 의원, 제2사무부총장(조직부총장)엔 사무처 당직자 출신 함경우 경기 광주시갑 당협위원장이 각각 임명됐다. 수석대변인엔 원희룡계이자 '정진석 비대위'의 수석대변인을 역임했던 초선 박정하(강원 원주갑) 의원이 기용됐다. 원외 대변인 중 윤희석 대변인(서울 강동구갑 당협위원장)이 선임대변인으로 승격됐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엔 재선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갑) 의원이 임명됐다.

대부분 인사가 수도권 출신인 가운데 정광재 대변인은 "70년대생(유의동·김예지·함경우·윤희석 등)이 대거 배치됐고 수도권 중심의 인선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정하 신임 수석대변인은 "이런 상황이 온 게 야속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론 가혹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마냥 거부할 수만은 없었다"며 "못내 증발되더라도 당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조금의 보탬이라도 된다면 십자가 한 켠을 나눠 매는 심정으로 받아들이고자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 대변인은 김기현 대표가 전날(15일) 긴급의원총회에서 거론한 '통합형 당직 개편'에 대해선 "당내 통합을 강조한다는 내용"이라며 "6명의 인선을 보면 앞으로 당이 지향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수도권 인물을 전진 배치하고 취약 계층을 대변하는 인사를 기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공석이던 주요당직 중에선 박성민 의원이 맡았던 제1사무부총장(전략기획부총장) 인선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외에도 김 대표는 일명 '3대 혁신 방향'으로 "국정운영 비전과 목표를 철저하게 서민친화형으로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둘째로 "민심 부합형 인물을 내세워 후보 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하겠다. 공천 과정에서 능력을 철저하게 검증해 경쟁력 있는 후보가 상향식 원칙에 따라 공천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셋째로 "도덕성과 책임성의 수준을 높여 야당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중도·무당층 민심이 우리 당을 향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6대 실천 과제'로 우선 "혁신기구를 출범시키겠다"며 "당의 전략·메시지·정책·홍보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해 혁신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했다. 둘째로 총선준비기구를 조기 출범하고. 셋째로 자신이 위원장을 겸직해온 인재영입위를 "별도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정·대 관계에 있어 당이 민심을 전달해 반영하는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다섯째로 원외당협위원장 등과 "당내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당직 인선이 여섯째에 해당했다.

한편 김 대표의 쇄신 노선이 안착할지는 불투명하다. 인선 직전 당 내부자로부터 "황당하네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라는 발언이 나와 회자되고 있다. 이날 최고위에 참석한 조수진 최고위원이 카카오톡으로 주요당직자 임명 예정안을 보내자, 이를 받은 김성호 여연 부원장으로부터 나온 반응이었다. 김성호 부원장은 "후임 당직은 시기가 아니라, 내용이 중요한데. 서두를 필요없는데. 연기하자고 해요. 국민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라고 직언을 했다.

당 텃밭을 떠나 서울 험지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영우 국민의힘 전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 대표 체제 유지 방침으로 논쟁하지 않겠다면서도 "이번에 당의 개혁을 두고도 용산의 가이드라인에 기대려는 자세가 보인다"며 "재창당 수준의 쇄신, 2012년 그 정도 수준까지 가지 않으면 (수도권 총선이) 굉장히 어려운 게임(이 된다)"이라고 말했다. 용산발(發) 전략공천 없이 '100% 경선' 상향식 공천을 김 대표가 공약해야 한다고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이준석 전 당대표 제명 징계 촉구 기자회견 후 기자들을 만나 2기 당직인선 관련 질문에 "당 지도부 결정이지 않나. 존중해야지"라고 짧은 반응을 보였다. 당내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4선)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보선 참패 논란에 침묵을 깨고 "사람을 바꾸는 것으론 분위기 전환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없다"며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 중 으뜸이라는 인화를 무너뜨린 정치가 무엇을 도모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오세훈 시장은 "매미가 허물을 벗듯 탈피의 자세로 준엄한 국민 앞에 겸손하게 민생 최우선의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며 "정치투쟁에서 벗어나 약자를 보듬고 생활을 챙기는 애민의 정치로 복귀하는 것이 더디고 잔잔하지만 강력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심 끝에 나온 목소리가 '당정 일체의 강화'란 건 어불성설"이라며 "검사동일체 문화를 정치권에 이식했단 얘기를 들어가면서까지 일체의 다른 의견을 탄압해놓고도 당정일체가 부족하냐"고 비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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