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작정 남쪽으로...유일한 탈출구 '라파'는 봉쇄 [앵커리포트]

이정미 2023. 10. 1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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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자지구 주민들 이렇게 무작정 남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민간인들에게 제시한 대피로는 이 두 개 도로입니다.

하나는 바흐르 도로고요, 하나는 살라딘 도로입니다.

이스라엘군이 지상군을 투입하겠다고 한 지역이 가자시티니까, 여기서 최대한 먼 지역으로 이동하라는 얘기입니다.

공군의 지원 사격이 가능한 날씨를 찾느라 이동 허용 시한이 일단 한 차례 연장됐는데, 우리 시각으로 어제 저녁 7시까지였습니다.

그 사이 북쪽에는 또 다른 전선이 형성됐습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시리아 사이에 무력 공방이 벌어진 겁니다.

제 2의 전선, 이종수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스라엘군 전투기가 레바논 안에 있는 헤즈볼라 군사 시설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레바논에 거점을 둔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 초소에 로켓포 공격을 퍼부었고

이스라엘군도 포격으로 반격했습니다.

[다니엘 하가리 소장 / 이스라엘군 대변인 : 레바논에서 슈툴라 지역을 향해 공격이 있었고 한 명이 사망하고 민간인 몇 명이 다쳤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거점 가자지구에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하려는 한편으로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군사 근거지인 레바논 국경지대에도 탱크와 군병력을 배치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알레포 국제공항을 미사일로 공격했습니다.

활주로가 파괴됐고 시리아 국방부도 공항이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의 알레포 공항 공격은 헤즈볼라에 이란 무기가 이전되는 것을 막으면서 시리아를 지원하는 이란 혁명수비대를 견제하려는 차원으로 보입니다.

실제 이란의 군 조직인 이슬람 혁명수비대가 시리아에 배치한 병력을 이스라엘 국경과 가까운 쪽으로 옮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앞서 시리아와 이란은 이스라엘을 견제하기로 하고 헤즈볼라 지지 입장도 내비쳤습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 이란 외무장관 : 헤즈볼라가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전면에 내세웠고 준비태세와 사기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편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지대에서 레바논 주둔 유엔평화유지군 본부가 로켓 공격을 받았다면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다고 유엔이 밝혔습니다.

YTN 이종수입니다.

[앵커]

북쪽이 일촉즉발의 상황이지만 목숨을 걸고서라도 남쪽으로 이동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유엔은 백만 명 넘는 사람들이 음식도 물도 없는 상태에서 이동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기도 하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는데요.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백승훈 /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 : 라파 지역에 있는 체크포인트를 열어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이집트로 피난할 수 있게, 이렇게 하겠다라고 얘기하고 있고 음식도 그쪽 남쪽에는 공급하고 있고 식수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짧은 시간에 자기 근거지를 떠나라, 그렇게 했을 때 쉽게 떠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또 노약자들도 있을 것이고 소년 소녀, 미성년자도 있지 않겠습니까?]

[앵커]

그래서, 실제로 잔류를 결심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료진들입니다.

이 소식은 신웅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팔레스타인 당국이 구조 활동을 벌이는 중에도 이스라엘의 포탄이 날아듭니다.

이처럼 끊임없는 공습에 가자지구 사상자가 만2천 명을 훌쩍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쉴새 없이 밀려드는 중상자들로 병원은 늘 포화상태입니다.

병실이 모자라서 복도 등 여기저기에 환자들이 누워있는 것은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카릴 알다그란 / 알 아크사 순교자 병원 의사 : 우리 병원의 수용 능력을 초과했습니다. 그래서 복도나 바닥에서 치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살아남은 자들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죽은 자들에 대한 예우는 엄두도 못 냅니다.

안치실이 부족해서 아이스크림 냉동차까지 동원했습니다.

[야세르 알리 / 슈하다 알 아크사 병원 의사 : 병원 안치실은 물론이고 아이스크림 트럭까지 썼는데도 수용 인원을 넘겼습니다. 그래서 시신 20~30구를 텐트에 방치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전기와 수도를 끊은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지상전을 예고하며 북부에서 대피를 종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 WHO는 의료진들이 대피하지 않고 잔류를 선택했다고 전했습니다.

WHO는 하루하루 생명유지 장치에 의존하고 있는 중환자들을 무턱대고 이송하는 것은 그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습니다.

가자지구 북부 의료기관 22곳에 수용된 환자만 2천여 명.

무리해서 남부로 간다고 해도 이들을 받아줄 만큼 여유 있는 의료시설은 한 곳도 없습니다.

[모하메드 콴딜 / 나세르 병원 의사 : 인간이 불러온 재앙입니다. 도움이 절실합니다. 중환자들은 치료하기 위해선 국경이 열려야 합니다. 환자들을 위한 복합적인 의료센터가 필요합니다.]

YTN 신웅진입니다.

[앵커]

북부에 생성된 또다른 전선과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을 피해서 남쪽으로 내려간다 해도 피난민이 갈 곳은 마땅치 않습니다.

남쪽 끝마저 봉쇄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이집트로 향하는 라파 국경, 바로 이곳입니다.

하지만 이집트는 피난민 행렬에 하마스 대원 잠입을 우려해 국경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가자지구 안에 있는 자국 시민권자들에게 이집트와 협의했으니 '라파'로 이동해 탈출하라고 안내했는데요.

실제로 '라파' 현지에선 이집트가 오히려 시멘트 장벽을 세우는 등 정반대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진술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동할 수 없어 국경 지역 아파트에 사람들이 20~30명씩 모여 지내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고요.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없는 상황 진퇴양난에 놓인 민간인들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YTN 이정미 (smiling3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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