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보통인데 “야외활동 안돼” 반복 전화…‘보육활동 침해’

광주광역시의 지원으로 노후 시설을 개선한 한 어린이집 내부 모습.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광주시 제공

A 학부모는 어느날 미세먼지 농도가 ‘보통’ 수준인데 자녀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전화해 “오늘은 미세먼지가 많으니 야외 활동을 하지 말고, 어린이집 안에서 놀이를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1시간 또 전화해서 확인했다. 이 학부모는 어린이집에 자주 전화를 걸고,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곤란하다고 하면 화를 내면서 전화를 끊었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에 접수된 한 보육교사가 겪은 사례다. 보건복지부는 16일 배포한 ‘보육교사의 보육활동 보호를 위한 대응 가이드’에서 이 같은 학부모의 행동은 ‘보육활동 부당 간섭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와 보육진흥원은 지난 4월 보육교사가 현장에서 경험하는 노동권 침해,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상황별 법령정보와 대처 방안을 담은 ‘보육교사 권리보호 핸드북’을 배포했다. 이후 보육활동 침해에 대한 내용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와 이번 가이드에 반영했다.

이 가이드는 상해, 협박, 명예훼손, 무단 촬영·녹음 등 어린이집에서의 보육활동 침해 행위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 사례와 법령정보,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또 보육활동 침해가 발생했을 때 보육현장에서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대응 절차와 관련 제도를 안내했다.

가이드에는 어린이집총연합회에 접수된 보육활동 침해 사례가 다양하게 담겼다. 아동학대라며 신고를 당한 B 보육교사는 “아이가 혼자 뛰다 넘어진 것을 확인했으나, 제가 배식 중이라 다른 교사가 아이를 안아주었다. (학부모는) 담임이 아이를 안아주지 않아 정서적 학대를 했다며 고소했다”며 “아이 부모는 아동학대로 결론지어 지역 카페, 국민청원으로 여론몰이를 했다. 5개월 만에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저는 이미 마녀사냥 희생양이 됐다”고 했다. 복지부는 이 학부모가 한 행동은 ‘불법정보유통 행위’에 해당한다고 했다.

C 보육교사는 “점심시간에 식사를 거부하는 아이가 있어 식판을 정리하도록 했다. 그런데 다음날 보호자가 찾아와서는 교사를 밀어 넘어뜨리고, 지인을 통해 가만두지 않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복지부는 이 학부모가 한 행동은 ‘협박 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현숙 복지부 보육정책관은 “보육교사의 정당한 보육활동 보호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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