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서 전량 수입한대" 전쟁에 뜬 '브롬' 테마주…"투자 유의" 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면전 영향으로 증시가 흔들리는 가운데 갑자기 '브롬' 테마주가 등장했다. 이스라엘에서 거의 전량을 수입한다는 소식에 과거 '요소수 대란'을 떠올린 투심이 몰리면서 관련주가 모조리 급등하고 있다.
브롬(Br)은 원자번호 35번의 비금속 원소로, 실온에서 적갈색을 띄는 휘발성 액체다. 방염 물질로 가장 많이 이용되는데 생산과정이나 화재 진압 과정에서 오존층 파괴 위험이 있어 항공우주나 군사 분야를 제외하면 잘 사용되지 않는 추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후 12시55분 브롬 테마주로 묶인 한창산업은 전일대비 2610원(30%) 뛴 1만1310원을 기록 중이다. 제이아이테크는 가격제한폭까지 올라 4855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외 코오롱플라스틱은 20%대 강세고 진영, 폴라리스우노, 경인양행도 각각 12%, 8%, 3%대 강세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전을 예고하면서 세계 각국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1%, 2%대 넘게 하락하는 등 증시가 출렁인다. 증시 전반이 우울한 가운데 이들 종목만 브롬 테마주로 묶여 강세다.
발단은 리포트다. 지난 13일 한국무역협회 산하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도원빈 공급망분석팀 연구원이 작성한 '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경제 영향' 리포트에서 브롬이 대체 불가능하다고 언급된 것이 브롬 테마주를 만들었다.
도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브롬은 난연제, 석유 및 가스 시추, 정제 테레프탈산(PTA) 합성, 수처리, 수은 배출 방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99.6%로 높으며 사용처가 다양해 다른 물질로 대체가 어렵다"고 밝혔다.
브롬 테마주 중 제이아이테크는 지난해 차세대 태양광 패널에 쓰는 도핑 재료인 삼브롬화붕소를 론칭했다고 밝혀 관련주로 묶였다. 한창산업은 냉온수기의 흡수제로 쓰이는 리튬브로마이드(LiBr)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브롬 테마주가 됐다.
이외 진영, 경인양행, 코오롱플라스틱, 폴라리스우노 등은 브롬계 난연제 관련주로 묶였다. 그러나 이들은 사실 브롬계 난연제보다는 이를 대체할 난연제를 앞다퉈 개발하고 있다.
브롬은 난연제로 가장 많이 쓰여왔다. 그러나 최근 브롬계 난연제가 환경 오염은 물론, 인체에도 위해해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지양되고 있다. 관련주로 언급된 종목도 대부분 브롬을 대체할 난연제를 개발했다고 홍보했다. 그런데 공시에 '브롬' 만 언급되면 테마주로 엮이면서 이들이 오히려 브롬 테마주로 엮이는 우스꽝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코오롱플라스틱은 반기보고서에 "전기전자제품 부품들에 불이 붙지 않도록 난연제를 플라스틱에 첨가하는데 난연제 성분 중 브롬은 인체에 유해해 전 세계적으로 브롬계 난연제 사용을 금하는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며 "코오롱플라스틱은 브롬계 난연제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상용화해 판매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이-팔 전쟁으로 인해 브롬 테마주가 수혜를 볼지 확실치 않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도 연구원도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브롬계 난연제는 최근 안 쓰는 추세"라며 "난연제 외에 다른 용도에서 얼마나 쓰이는 지가 브롬으로 인한 병목현상 발생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롬은 이스라엘 외에 미국, 요르단, 일본 등에서도 생산하고 있어 수입선을 전환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수입액도 올해 1~8월 315만 달러(한화 약 43억원) 수준으로 크지 않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체제가 없다면 수입액과 상관없이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가장 많이 쓰이는 난연제는 다른 품목으로 대체되고 있다"며 "보고서 영향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수입 규모나 대체 가능성 등을 따져 투자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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