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빚만 쌓여, ‘돌려막기’도 한계.. “300만 원 벌어 186만 원 빚 갚아야”

제주방송 김지훈 2023. 10. 16.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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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1억 3,000만 원 상당 빌려
DSR 62% “원리금 상환. 생계 부담”
가계 대출 4명 중 1명 ‘다중채무자’
연체율 상승.. 정부·금융당국 고민


3군데 이상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은 ‘다중채무자’가 450만 명에 육박했습니다. 제때 빚을 못 갚자, 또 다른데서 돈을 빌려 돌려 막는 경우가 가계 대출자 4명 중 1명 꼴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구체적으로, 1인당 평균 대출금액이 1억 3,000만 원 수준인데, 이들 다중채무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62%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의 2022년 4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 중 근로소득(312만 1,000원) 기준으로 낮게 잡아 300만 원을 평균이라 한다면 이 가운데 최저 생계비를 뺀 186만 원을 빚 갚는데 쓴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2023년 기준 최저 생계비가 1인 가구만 해도 120만 원을 넘는걸 감안하면 사실상 생계 유지가 어렵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오늘(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한국은행이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1,978만 명으로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은 1,845조 7,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로 전분기 대비 차주가 1만 명, 대출 잔액이 4,000억 원 증가했습니다.

다만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9,334만 원에서 9,332만 원으로 미미하게 줄었습니다. 전체 가계 대출자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분기 말 39.9%로 추산됐습니다.

특히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규모가 계속 증가세로 파악됐습니다.

다중채무자는 1분기 말 448만 명이던게 석 달 사이 2만 명이 늘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22.6%)도 사상 최대 수준을 보였습니다.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과 1인당 평균 대출액은 각 572조 4,000억 원, 1억 2,785만 원으로 석 달 사이 각각 3조 3,000억 원, 113만 원 줄었습니다.


‘다중채무’는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은 차주의 채무로, 금리 인상기에 연체율 상승 등 부실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금융시장의 뇌관으로 꼽힙니다.

이들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은 61.5%로, 직전 분기보다 0.5%포인트(p)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사실상 소득의 60% 이상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의미로, DSR은 해당 대출자가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여러 곳에서 돈을 끌어 쓰면서, 소득과 신용도까지 낮은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은 더 심각한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에 해당하는 ‘취약차주’의 2분기 말 현재 DSR은 평균 67.1%로, 지난 1분기보다 0.2%p 더 올랐습니다. 2013년 4분기(67.4%) 이후 9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일 정도입니다.

보통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 소득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할 상황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중채무자들이 평균적으로 이 수준 한계에 거의 다다랐다는 얘기로도 해석됩니다.


더구나 이들 취약차주 37.8%(48만 명)의 DSR이 70%가 넘고 이들이 전체 취약 차주 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2%, 대출 규모만 해도 64조 9,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2분기 말 전체 가계 대출자 중 취약차주 비중은 6.4%로 지난 1분기(6.3%)보다 0.1%p 늘었습니다. 취약차주 비중은 지난 2020년 4분기(6.4%) 이후 2년 만에 가장 컸습니다.

DSR이 100% 이상인 차주도 171만 명으로 8.6%를 차지했습니다. 사실상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과 같거나 소득 이상으로 들어가 생계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DSR이 70% 이상~100% 미만인 대출자 124만 명(6.3%)까지 포함하면 DSR 70% 이상 차주는 295만 명(14.9%)으로 3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DSR이 70%를 넘어설 경우 소득의 7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만큼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이 그만큼 더 커지는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다중채무자 연체율도 1.4%로 1분기보다 0.1%p 올랐습니다. 2020년 1분기(1.4%)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다중채무자의 연체 위험도가 커지면서 정부와 금융당국도 지원책 고민을 서두르는 상황입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다중채무자 지원을 위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다중채무자 상환 부담을 줄여보자는 금리·상환유예 지원, 채무조정 프로그램 확대 등이 포함됐지만 이같은 지원책이 다중채무 위험의 근본적 해결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다중채무자 위험도는 단순히 금리만을 가지고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면서 “주택시장 안정을 비롯해 고용 등 일자리 개선 등 근본 대책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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