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 대입 개편안…전국자연과학대협회장 “심화수학 빠지면 기초학력 부족한 이공계 학생 쏟아질 것”

유재준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2028 수능서 심화수학 빠지면 학생들의 수학 학습 동기 사라져”
“지금의 ‘수포자’ 만드는 건 어려운 수학이 아니라 지나친 경쟁식 교육”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서울대 홈페이지.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관련 유재준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은 "수능에서 ‘심화수학’ 과목이 사라지면 학생들의 수학 학습 동기가 사라져 AI 시대에 기초학력이 약한 이공계 학생들이 쏟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의 ‘수포자’를 만드는 건 한 문제만 틀려도 안된다고 가르치는 경쟁 교육이지 어려운 수학이 아니다"라며 시대적 흐름과 국가적 요구에 맞게 수학·과학 교육의 수준과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의 60여 개 대학이 속해있는 전국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 회장인 유재준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최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교육부의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 시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교육부는 시안에서 모든 고교생이 공통수학으로 시험을 치르게 된다며 그 범위는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한정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현행 수능 체제에서는 학생들이 선택과목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었던 미적분Ⅱ과 기하 영역을 절대평가 방식의 심화수학이라는 별도 옵션으로 남겨둘지는 시안을 넘겨받은 국가교육위원회가 검토해 확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 회장은 먼저 "고등학교에서 어느 정도의 배경 지식이 갖춰진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해 고급지식과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배울 수 있어야 되는데 이를 위한 기본조차 안 돼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2028 수능에서 심화수학이 검토안으로 빠진 것은 정책적으로 해당 수학 영역에 대한 학습을 안 해도 된다는 의미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학생들이 심도깊은 수학을 공부해야 할 모티베이션(동기)을 사라지게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가 앞서나가야 한다고 하지만 그의 토대가 되는 수학에서 힘을 빼면 실제로는 정반대의 결정을 한 셈이 될 것"이라며 자연과학대학장협의회를 통해서정부에 입장을 전달하거나 대국민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개진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유 회장은 "지금의 수포자를 만드는 건 미적분과 기하가 아니라 한 문제만 틀려도 안된다고 가르치는 경쟁식 교육으로, 학생들은 절대로 틀리지 않기 위해서 반복 학습만 하면서 일종의 패러노이드(편집증적 상태)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능에서 심화수학을 넣는다 뺀다 그 이상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현재 과고 학생들도 사실 대입을 위해서 문제풀이 위주로 수학을 학습할 뿐 개념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근본적인 수학, 과학 교육의 역할 및 방향에 대한 논의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