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잘해” 침대처럼 고속버스 좌석 눕힌 민폐 승객
고속버스 좌석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눕힌 젊은 여성 승객이 버스 기사는 물론, 나이가 지긋한 다른 버스 승객들과도 반말과 욕설로 실랑이를 벌이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다. 고속버스운송 관계자는 “승객이 좌석 등받이를 어디까지만 내릴 수 있다고 강제하는 규정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서로를 배려하는 승객들의 성숙한 태도와 버스 기사의 중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15일 한 유튜브 채널에는 ‘고속버스 민폐녀’라는 제목으로 3분가량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우등고속버스로 보이는 차량의 모습이 담겼다. 가장 앞좌석에 앉은 여성 승객은 등받이를 최대한 뒤로 젖혀 버스 천장을 바라보고 누운 듯이 앉아 있다. 뒷좌석 남성은 앞좌석 의자 때문에 공간이 좁은 탓인지 다리 한쪽을 통로 쪽으로 빼고 앉아 있다.
버스 기사는 여성 승객을 향해 “뒤에 손님이 불편해하시고, 누워서 가는 리무진 버스가 아니니 조금만 의자를 올려 달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성 승객은 “뒷사람 불편하다고 제가 불편할 수는 없다”며 “이만큼 숙이라고 (의자를) 만든 건데 뭐가 문제냐”고 거절했다.
버스 기사는 “그러니 양해를 구한다”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자유를 누리는 게 맞지 않느냐”고 설득했다. 여성 승객은 “거절하는 것도 제 의사”라며 “제가 그걸 꼭 들어야 하느냐”고 맞받았다.
버스 기사는 재차 “(뒷자리) 어르신이 불편하시니까, 완전히 의자를 펴라는 것도 아니고 조금만 올려달라는 것”이라며 “같이 더불어 사는 세상 아니냐”고 타이르듯 말했다. 그제야 여성 승객은 등받이를 조금 올렸다.
하지만, 싸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옆좌석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 승객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할머니는 “이게 침대냐? 안방이냐?고 했고, 여성 승객은 “그렇게 불편하면 차를 끌고 가라”며 “너나 잘해”라고 반말로 응수했다.
버스 기사가 나서 “어른한테 그러시면 안 된다”고 했지만, 여성 승객은 “먼저 반말하고 큰소리치니까 나도 반말하는 것”이라며 욕설을 이어갔다. 결국 버스 기사는 뒷좌석에 있던 남성 승객을 다른 자리로 안내했고, 영상은 끝이 났다.
좌석버스 등받이와 관련한 논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누군가는 등받이를 젖히는 게 승객에게 주어진 일종의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일각에서는 뒷사람의 불편함을 고려해 자제해야 한다고 본다.
이런 논쟁이 계속되는 건 버스 좌석 등받이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고속버스 운송약관’에서는 차내 금연 등 승객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정해놓았다. 그러나 버스 등받이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16일 조선닷컴에 “등받이 조절 각도는 버스 제조사에서 결정한다”며 “고속버스 운송사들은 이보다 더 과도한 각도로 의자가 젖혀지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 때문에 승객들 사이에서 등받이로 인해 분쟁이 생긴다고 해도 기사들이 법적으로 제재할 수는 없다”며 “최대한 중재를 끌어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버스 제조사들은 좌석 간 거리와 등받이 각도를 어떻게 정할까. 이는 자동차 및 자동자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른다. 승합‧화물‧특수자동차의 경우 앞좌석 등받이 뒷면과 뒷좌석 등받이 앞면 간의 거리가 65㎝ 이상이어야 한다. 이 밖에 등받이 각도에 관해서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즉, 등받이 제작‧사용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분쟁을 피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서로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먼저 배려하는 태도일 수 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버스 기사가 제재를 가할 수단이 생겼으면 한다는 의견도 냈다. 해당 유튜브 영상에는 “정상적인 버스 운행을 위협하는 승객의 경우 버스기사의 판단하에 강제하차 시킬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다수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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