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기록 육박, 여자 해머던지기 김태희, 역시 초대형급
‘육상 불모지’인 한국에 여자 해머던지기 초대형 기대주가 나타났다. 주인공은 2005년생 여고생 김태희(18·이리공고)다.
김태희는 지난 달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따더니 제104회 전남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는 또래 남자 선수들을 압도하는 기량을 과시했다
김태희는 아시안게임 결선에서 64m14 한국 기록을 세웠다. 동메달은 한국 여자 해머던지기가 사상 처음으로 딴 아시안게임 메달이다. 김태희는 지난 15일 전국체전 여자 고등부 해머던지기 결선에서 60m22 대회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같은 날 열린 여자 일반부 최고 기록은 59m11(박서진), 남자 고등부 최고 기록은 62m86(박주한)이다. 김태희 기록은 여자 일반부 1위, 남자 고등부 2위에 해당한다.
여자 고등부 및 일반부 해머 무게(4㎏)와 남자 고등부 해머 무게(6㎏)는 차이가 있지만, 여자 선수 기록이 남자부 상위권 기록보다 높은 건 무척 이례적이다. 김태희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기록(64m14)은 남자 고등부 한국기록(65m19)에 불과 1m05 차다.
김태희가 해머던지기를 시작한 건 불과 2년밖에 안 됐다. 그는 중학교 시절까지 원반던지기 선수로 활동하다 고교 1학년 때인 2021년에 해머를 잡았다. 김영훈 이리공고 감독은 연합뉴스를 통해 “김태희는 해머던지기에 최적화된 신체를 타고났다”라며 “키(180㎝)는 물론 팔다리가 길어서 끌어당기는 힘이 매우 좋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더군다나 김태희는 신체 성장 때문에 본격적인 훈련을 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에 따르면, 김태희는 최근 병원 검진에서 성장판이 아직도 닫히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감독은 “김태희가 하는 근력 운동의 강도는 중국 등 외국 선수들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는다”라며 “항저우 대회를 앞두고도 상·하체 근력 트레이닝보다 스피드 훈련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태희의 성장판이 닫히면 본격적인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한국 신기록 재달성은 물론 2년 안에 70m 기록까지 깰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자 해머던지기 70m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결선(12명) 진출을 노릴만한 기록이다.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해머던지기 금메달리스트 아니타 블로다르치크(폴란드)의 기록은 78m48이었고, 출전 선수 중 11명 만이 70m를 넘겼다.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자동 진출권을 얻는 기준 기록은 74m00이다. 김 감독은 “여자 해머던지기 선수 전성기는 27∼28살 정도”라며 “주위 지원이 따른다면 김태희는 분명히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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