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만 배불렸네"…운용사 대표, 미공개 정보로 사익편취

부동산 전문 운용사, 미공개 직무정보 활용해 사익편취
펀드 운용역에 부당지시 등 직위 오남용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부동산 전문 운용사 대표가 부동산 개발 관련 미공개 직무 정보를 활용해 수십억원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적발됐다. 좋은 투자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회사 또는 회사 펀드 이익을 훼손한 정황도 다수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A 운용사에 대한 검사 결과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B씨의 미공개 직무정보 활용, 펀드 이익 훼손, 부당한 영향력 행사 등 위반 행위를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사회 의장, 투자심의위원회 위원장 등도 겸임하고 있는 B씨는 미공개 직무정보를 활용해 투자하거나 본인, 배우자 등이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를 부당 지원했다.

A사 펀드가 보유한 부동산의 재개발을 위해 토지 매입을 진행한단 보고를 받은 B씨는 특수관계법인 명의로 토지를 저가 선매입한 뒤 자사 펀드에 비싸게 팔아 수십억원의 매각 차입을 수취했다.

이 과정에서 특수관계법인에 대한 자금 지원이 금지돼 있음에도 특수관계법인에게 토지 매입 자금을 우회 지원할 목적으로, 특수관계법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A 운용사의 예금 수십억원을 부당하게 담보로 제공한 혐의도 있다.

또 우량 프로젝트에 대한 사전 정보를 입수한 B씨는 해당 프로젝트 운용역에게 자신의 특수관계법인에도 투자기회를 마련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운용역은 A운용사의 프로젝트금융 투자회사(PFV) 투자 예정액을 축소해 특수관계법인이 투자할 수 있도록 주주 구성을 변경했다.

직무상 얻은 사전 정보로 알짜 PFV에 투자하려다 자금 여력이 부족해지자, 외부투자자가 PFV 지분을 우선매입하고 추후 자금을 마련한 특수관계인에게 원가에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우회투자한 정황도 있다. A 운용사는 해당 PFV의 자산관리회사로서 주주 구성과 투자금액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

B씨 본인 및 배우자, 직계비속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계열사(시행업)에 이익 기회를 제공할 목적으로 수수료를 부당하게 높여주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A 운용사는 계열사와 신규계약 및 PFV와 변경 계약을 체결해 자사가 수취할 수수료를 감액하고 계열사에 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A운용사 이익 기회를 B씨 소유 계열사로 이전했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B씨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 법규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다. 또 배임 등 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수사 당국에도 위법 사실을 통보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투자회사 대주주 및 임직원의 사익 추구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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