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페미니즘 검증’…가디언 테일즈 유저들 작가 SNS 계정 털자, 카카오게임즈 ‘게임 구현’ 취소
‘가디언 테일즈’ 유저 집단 항의 후 7시간만에 ‘번복’
카카오게임즈 모바일 게임 ‘가디언 테일즈’가 진행한 공모전에서 게임 이용자(유저)들이 공모전 참여 여성 작가의 ‘페미니즘 성향’을 문제 삼자 당선작을 게임에 구현하겠던 가디언 테일즈는 발표 7시간 만에 결정을 번복했다. 회사는 “젠더 이슈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일부 게임 유저들이 여성 작가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뒤지고 문제제기하면 회사가 받아들이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가디언 테일즈는 지난 8월 ‘개성만점 코스튬(의상디자인) 공모전’을 열었다. 가디언 테일즈는 콩스튜디오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유통하는 게임이다. 이 공모전은 3주 동안 작가들이 작품을 올리면 유저들이 투표를 통해 ‘상위 10명’을 뽑는 행사였다. 회사는 공모전 공지 때부터 “당선작 중 내부 검토를 통해 ‘인 게임 구현’ 하겠다”고 밝혔다. 당선된 의상 디자인을 게임 내 캐릭터에 구현하겠다는 뜻이다.
가디언 테일즈는 지난달 27일 오후 4시 당선자 10명을 발표했다. 가디언 테일즈 공모전에 수차례 응모한 프리랜서 팬아트(팬에 의해 창조된 예술 작품) 작가 A씨 작품이 ‘1등’으로 뽑혔다. 가디언 테일즈는 당첨자를 발표하면서 A씨 작품을 포함한 5개를 게임에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발표 직후 벌어졌다.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가디언 테일즈 커뮤니티 유저들은 A씨의 개인 SNS 계정을 ‘털었고’ 그의 글을 문제 삼았다. A씨는 자신의 SNS에 여성 인권과 게임업계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과 관련한 글을 계속 공유해 왔다. 지난 7월부터는 프로젝트 문에서 게임 유저들의 항의 이후 일러스트 작가가 일을 그만둔 사건에 대해서 비판하는 글을 올리거나 관련 글을 리트윗했다. 유저들은 A씨의 계정에 올라온 게시글을 커뮤니티에 잇따라 공유하면서 “페미를 왜 뽑냐”고 집단 항의했다. 일부 유저들은 “페미논란이 있는 유저 공모전 수상은 빼야 한다. 수상 취소가 어려우면 ‘인 게임 구현’이라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디언 테일즈는 같은 날 오후 11시쯤 당선작 공지 게시글을 수정해 A씨의 작품을 ‘인 게임 구현’ 대상에서 제외했다. 유저들의 항의 이후 ‘게임 구현 제외’ 의견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회사가 결정을 번복하는데 7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회사는 ‘결정 번복’을 A씨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A씨는 기자와 통화에서 “(여성·젠더 이슈와 관련해) 의견을 담고 리트윗했다는 것만으로 검증 대상이 됐다는 점이 어이가 없다”면서 “‘인 게임 구현’ 취소는 ‘페미니즘을 검증해야 할 사상’으로 여기는 악성 유저의 주장을 회사가 ‘유저 대표’로 받아들이고 수용한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위경련으로 뭘 먹지도 못하는 상태”다.
회사는 ‘젠더 이슈’ 때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게임즈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공모전에서 논란이 일어났고 이 이슈를 계속 상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게임 구현 작품에서 제외한 것”이라며 “젠더 이슈로 제외한 것이 아니다. 당선자의 실력과 이용자들의 투표 결과를 존중해 당선을 취소시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정 번복 이후 가디언 테일즈 커뮤니티에는 “공모전 당선자의 SNS 검열을 하는 회사는 처음본다”, “개탄스럽다” 등의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 김민성 PM유저협회 대표는 “게임 회사에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 뿐 아니라 공모전에 응모한 작가에게까지 ‘페미니즘 사상검증’이 자행된 것은 게임업계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회사가 (일부 유저들의) 편향된 이야기만 듣고 당사자 확인 등 2차 검증 없이 게임 구현 작품을 교체한 것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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