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초사회, 핵개인?…안갯속 국면에 내년 트렌드 예측서 '봇물'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지금은 한 치 앞도 예상키 어려운 시계 제로 국면이다.
잇따른 전쟁으로 지정학적 불안 요소가 확산하고, 물가가 상승하는 데 경기는 좋지 않은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점증하는 데다가 인공지능(AI)이 빠른 속도로 산업계에 도입되는 등 변화 요인이 많아서다.
이처럼 안팎의 불안이 가중되고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요인이 속출하는 가운데 당대의 변화를 분석해 전망을 제시하는 트렌드 분석서가 서점가에 잇달아 눈길을 끈다.
나오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트렌드 코리아 2024'는 대표적인 트렌드 예측서다. 대표 저자인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내년 가장 뚜렷한 트렌드로 '분초 사회'를 꼽는다. 1분 1초가 아까운 세상, 시간의 가성비가 중요해진 사회적 경향을 강조하는 말이다.
가령 요즘 젊은 층은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보더라도 왼손으로는 끊임없이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린다. 시간이 아까워 정상 속도가 아니라 1.5 배속이나 2배속으로 콘텐츠를 본다. 김 교수는 최근 간담회에서 "요즘은 한 가지 일만 하지 않고, 동시에 여러 개의 일을 한다. 시간을 금같이 나눠 쓰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은 신간 '시대예보: 핵개인 시대'를 통해 AI의 대두 속에 집단보다는 개인의 역량이 강조되는 시대가 됐다고 말한다.
그는 디지털 도구와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존에 힘을 발휘하던 권위가 쪼개지고, 100세 이상의 생애주기에서 조직의 테두리와 가족의 울타리가 무너져 흩어지며, 종국에는 각자의 역량과 생존을 고민하며 홀로 서는 개인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단한다.
개인을 화두로 꼽은 건 '2024 트렌드 모니터'도 비슷하다. 이 책의 내년 핵심 키워드는 '피드백 부재가 낳은 고립된 개인'이다.
책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피드백'을 보여줄 수 있는 '어른'이 부재한다.
또한 상식에 어긋나는 의사결정을 할 때 옆에서 내 행동을 말려줄 수 있는 '친구'가 부재하며, 일의 의미를 부여해줄 '직장동료'들이 부재한다.
나의 말과 행동에 대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타인의 의견보다는 내 생각, 가치관, 취향을 더 중시하게 된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라이프 트렌드 2024'는 '올드 머니'(Old Money)를 키워드로 내세운다. '올드 머니'란 가문 대대로 물려받은 부, 혹은 그런 부를 소유한 부자를 말한다.
신흥 부자인 '뉴 머니'(New Money)와 달리 이들은 부를 자랑하지 않는다. 상속받은 재산을 토대로 여러 대에 걸쳐 예술에 투자하고, 문화 자산을 쌓으며 기부와 자선에 적극 나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다.
이 같은 올드 머니의 소비와 패션, 라이프스타일과 감성, 취향과 문화 따라 하기가 20·30세대를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작가 김도윤 등이 쓴 '머니 트렌드 2024'는 경제 전반, 부동산, 주식, 인구, 사회 이슈, 문화 트렌드 등을 57가지 키워드로 정리했으며 '스태그플레이션 2024년 경제전망'은 세계 경제의 동향과 경제 위기의 주요 요인을 추적했다.
마케팅 분석서인 '친절한 트렌드 뒷담화 2024'는 팬데믹 이래로 주목받는 동네와 로컬 단위의 삶, 좋아하는 주제로 사람들과 대화에 나서는 오픈 채팅 세계에 주목한다.
이 밖에 점증하는 AI의 트렌드를 조명한 '2024 IT 메가 트렌드', 'AI 2024 트렌드&활용백과', '2024 AI 트렌드', 'AI 2024', '디지털 트렌드 2024'를 비롯해 '2024 주식시장 투자트렌드', ' 부동산 트렌드 2024', '2024 트렌드 노트', '2024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 등 20여종이 넘는 각종 트렌드 예측서가 출간됐거나 출간할 예정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경제 전망서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라며 "향후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서 출간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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