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가상자산 투자 금지한 韓 규제…커스터디 시장 발전 저해했다"

박현영 기자 2023. 10. 16.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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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빗리서치센터, 미국 커스터디 기업 탐방 보고서 발간
미국, 한국과 영업환경서 차이…법인 가상자산 소유로 커스터디 수요 높아
코빗리서치센터 제공.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국내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제한돼 있어 커스터디(수탁) 시장 발전이 더뎌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코빗 산하 코빗 리서치센터는 이 같은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보고서는 △코인베이스 커스터디 △피델리티 디지털에셋 △파이어블록스 등 미국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 세 곳을 탐방한 내용을 담았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가상자산 제도화 현황을 파악하고자 지난 8월 뉴욕을 방문했다. 이후 미국 현지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해 리포트 시리즈를 발간하고 있다. 지난달 공개된 1편에서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헤스터 피어스 위원과의 면담 내용을 담았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미국 주요 커스터디 기업 3개 사를 방문하고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미국과 우리나라의 커스터디 산업 환경을 비교했다. 또한 SEC가 제정한 미국 커스터디 관련 규율 체계인 'SAB 121'의 주요 내용도 분석했다.

보고서에서 코빗 리서치센터는 가상자산 분야 커스터디 산업이 발전한다면 가상자산의 제도권 수용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전 세계 부의 대부분이 전통 금융 커스터디 체제 하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방문한 커스터디 관련 기업 3사는 회사별로 뚜렷한 특장점이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와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은 가상자산 수탁 업무를 담당하고, '파이어블록스'는 커스터디 솔루션을 제공한다.

코인베이스 커스터디는 총 수탁 자산 규모가 1000억달러로, 최근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SEC)를 신청한 자산운용사들 상당수가 코인베이스를 커스터디 업체로 선정했다. 향후 ETF 승인 시 수탁 자산 규모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델리티 디지털 애셋은 창업 100년째인 피델리티의 업력을 이용해 전 세계 기관투자자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 구축이 가능하다. 가상자산이 주류로 떠오를수록 피델리티의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큰 시너지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에 본사를 둔 파이어블록스는 2018년 창업 후 빠르게 성장해 현재 뉴욕, 런던, 싱가포르, 두바이 등 전 세계 8개 주요 도시에 지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 현재 1800여개 법인에 커스터디 솔루션을 제공 중이며 이 중 25%는 아시아 소재 법인이다. 파이어블록스는 수탁, 토큰증권, 스테이블코인 등 비즈니스별 특성에 알맞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미국과 한국의 커스터디 산업이 규율 체계와 영업 환경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자산이 아닌,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 유형을 기준으로 규제 범위를 설계했다.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은 전통 커스터디 사업의 한 갈래로 간주돼, 전통 커스터디 규제 틀 안에 포함된다.

이에 따라 기존 금융 규제의 도산격리(수탁 기업의 자산 소유권은 의뢰인에게 있는 것)가 가상자산 커스터디 기업에도 유효하다. 예를 들어 코인베이스 거래소가 파산하면 고객 자산은 복구되지 않지만,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의 경우 업체가 문을 닫더라도 도산격리 원칙에 따라 고객 자산 복구가 가능하다.

반면 국내는 가상자산을 다루는 기업을 기존 금융기관과 분리해 규제한다는 게 원칙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에는 도산격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또 미국에선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에 제한이 없다. 우리나라 영업환경과 다른 부분이다. 법인이 자유롭게 가상자산을 소유하므로 자연스레 커스터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한편 미국 커스터디 산업을 논할 때 계속 언급되는 단어는 'SAB(Staff Accounting Bulletin) 121'이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지난해 3월 발표된 SAB 121에 따르면 공시 의무가 있는 상장사들은 타인의 가상자산 수탁 시 해당 가상자산을 대차대조표상 부채 및 보유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 은행이 가상자산을 수탁하면 자산 규모가 늘어나면서 자기자본비율은 낮아지기 때문에 은행업 자체를 영위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에 반해 코인베이스 커스터디와 같은 신생 가상자산 기업은 상장사나 은행이 아니어서 SAB 121 적용에서 제외돼 가상자산 커스터디 사업에 공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SAB 121이 잘못된 행정조치로 평가받고 있어 시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시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봤다. 이에 미국 가상자산 커스터디 시장은 가상자산 기반 신생 기업들이 한동안 주도권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석문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커스터디가 B2B(기업대기업) 기반 비즈니스임을 고려했을 때 국내 법인에 대한 가상자산 투자 제한은 대한민국 가상자산 업계 발전을 더디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 빨리 국내 법인이 자유롭게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국내 가상자산 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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