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전쟁 만행과 北의 모방 위험성[포럼]

2023. 10. 1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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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에 벌어진 유혈 충돌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마스는 공격 계획 초기부터 민간인 공격과 인질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이제 세계의 적들이 민간인 대상 전쟁범죄나 반인도 범죄를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게 '뉴노멀'이 됐다는 냉소적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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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前 외교부 인권대사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하마스 간에 벌어진 유혈 충돌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는 지난 7일 4000여 발의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그 와중에 아동과 여성들을 납치, 강간·살해 등 만행을 저질렀다. 또, 야외 음악 축제장에서만 민간인 수백 명을 학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마스는 공격 계획 초기부터 민간인 공격과 인질 확보를 목표로 삼았다고 한다.

분쟁 상황에서 취약 계층에 대한 인권 유린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때 민간인 거주지역에까지 미사일 공격을 했고, 마리우폴과 부차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납치해 본국으로 끌고 가 러시아인 가정에 강제로 입양시키는 정책도 폈다. 불법적인 강제 이주와 조직적인 세뇌 교육을 통한 민족 정체성 말살을 기도한 것이다. 이러한 전쟁범죄를 이유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제 세계의 적들이 민간인 대상 전쟁범죄나 반인도 범죄를 아무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게 ‘뉴노멀’이 됐다는 냉소적 평가도 나온다. 오늘날 반(反)인권 사태를 예방하는 데 앞장서야 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마저 인권유린에 조직적으로 가담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지난 9일 밤 지린성 훈춘과 랴오닝성 단둥 등 세관 5곳을 통해 탈북민 600여 명을 전격 북송했다고 한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은밀하게 실시한 강제 북송은 탈북민을 사지로 몰아넣는 중대한 인권침해다.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복귀한 중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찍이 러시아 출신 프랑스 국제법 학자 미르킨 구에체비치는 ‘국내적 자유’와 ‘국제적 평화’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갈파했다. 세계인권선언은 전문에서, 인간 존엄성과 인권 존중이 자유·정의와 평화의 기초라고 선언했다. 제2차 대전 중 독일·이탈리아·일본의 3대 추축국(樞軸國)이 일으킨 침략전쟁이 국내 인권유린과 무관찮다는 사실은 이미 역사적으로 확인됐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세계 최악의 북한 인권과 전쟁 위협, 한국민의 상시적 핵 인질화 기도는 이상할 게 없다. 그렇기에 이제 인류는 반인륜적 인권침해와 군사적 도발을 밥 먹듯 하는 국제적 편대에 ‘자유와 평화’의 가치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첫째, 평화 파괴와 인권유린에 책임 있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사태 종식 때까지 상임이사국 지위를 박탈 또는 정지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유엔헌장 개정 운동에 나서야 한다. 둘째, 전쟁범죄나 반인도 범죄를 저지른 자는 반드시 국제법정에 세워 단죄해야 한다. 세계 여러 나라를 활보하고 다니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 ICC 제소를 모색하되, 당장 실현이 어렵다면 국가들이 연대해 ‘아이히만식 해법(부정규 인도)’을 모색할 필요도 있다. 셋째, 인류의 양심 있는 세력들은 희대의 독재자, 민간인 도살자들을 거명하고 수치를 주는(naming and shaming) 행사를 지속 개최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은 북한판 하마스 사태, 곧 기습 도발과 인도적 위기 발생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제성호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前 외교부 인권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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