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특수’의 귀환[뉴스와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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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책들이 '역주행' 중이다.
소설가, 시인에 비해 극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드문데, 그것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발동시킨 것일까.
2022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지난 1년간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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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책들이 ‘역주행’ 중이다. 문학 시장이 간만에 활기를 띤다. 포세는 국내에선 낯설지만, 소설, 희곡, 시, 에세이 등 경계를 넘나드는 글쓰기로 서구권에선 ‘21세기 사뮈엘 베케트’ ‘제2의 헨리크 입센’으로 불리는 ‘거장’이다. 소설가, 시인에 비해 극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드문데, 그것이 독자들의 호기심을 발동시킨 것일까. 포세의 책들은 수상 후 일주일 만에 연 판매량의 약 50배가 팔렸다. 특히, 소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신간(‘멜랑콜리아 1-2’)과 구간(‘아침 그리고 저녁’)이 나란히 포진해 눈길을 끈다.
실종됐던 ‘노벨문학상 특수’가 건재하니 반갑고, 흥미롭다. 조짐은 작년부터 있었다. 2022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은 지난 1년간 베스트셀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에르노는 가족사와 연애사 등 자신의 경험을 가감 없이 소설에 담는 걸로 유명한데, 그 도발적 글쓰기에 수많은 독자들이 매료돼, 초기작부터 미공개작까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독서 인구는 줄고 문학의 입지는 좁아지는데, 노벨문학상 시기 출판계와 서점가엔 ‘반짝’ 화색이 돈다. 예전 같지 않다 해도 ‘그래도 노벨문학상’이라는 말이 나온다. 동시에, 포세와 에르노의 그 자리에, 한국 작가의 이름이나 작품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실질적, 실용적 차원도 있으나, 그보다는 음악, 드라마, 영화 등 글로벌 문화 콘텐츠 시장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K’가, 이제 문학에서 힘을 발휘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 바람 섞인 판단이다. 종종 편향적·정치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해도, 다른 문학상과 달리,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수여되는 노벨문학상은 한 예술가의 삶과 작품을 관통하는 철학에 대한 헌사이고, 그러한 작가를 키워낼 수 있는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에 대한 확실한 인증이다. 따라서, 이 상이 절대 기준은 아니라 해도, 아직 그 권위에 견줄 만한 문학상은 없으며, 그것이 여전히 서점가에 영향을 끼치는 이유일 것이다.
‘K’가 세우는 이정표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는 직접 목격하고 있다. K-팝은 BTS가 글로벌 음악 차트를 점령하기 전과 후로 나뉘고, 한국 영화는 봉준호 감독이 칸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기 전과 후가 다르다. 즉, 이정표는 먼저 간 사람들이 아니라, 다가올 사람들의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재’가 최고의 자산인 한국에서, K-콘텐츠의 ‘다음’ 단계를 논한다면, ‘다음’ 세대를 위해, ‘K-문학’의 도약이 절실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분위기도 무르익었다. 2016년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부커상 국제부문을 받았고, 지난해 이 상의 최종 후보로 지명된 정보라의 ‘저주토끼’는 올해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도 올랐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은 어떤가. 지난 5년간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한국 소설로 ‘K-문학’의 기반을 다졌다. 남은 건 이 기세를 이어갈 적극적인 정책뿐인데, 출판 번역 예산 삭감과 독서 진흥 지원 사업 폐지 등 분위기 파악 못한 듯한 현실의 정책 기류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래선 K-문학도, K-콘텐츠의 ‘다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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