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외부 영입…삼성 신임 단장 이종열 "'푸른 왕조' 재건"(종합)

선수 출신은 40년만…'재계 라이벌' LG 출신도 이례적
이종열 단장 "좋은 성적 지속적으로 내는 팀 만들 것"

(서울=뉴스1) 권혁준 서장원 기자 = 최근 몇 년 간 하위권에 멤돌며 '명문 구단'의 자존심을 구긴 삼성 라이온즈가 41년 구단 역사 최초로 '외부 인사 단장'을 선임하면서 쇄신을 예고했다.

삼성은 홍준학 단장의 후임 단장으로 이종열 해설위원을 선임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성이 외부 인사를 단장으로 선임한 것은 구단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며, 야구인 출신 단장을 선임한 것도 무려 40년만이다. 앞서 실업야구 선수 출신의 김삼용 단장이 부단장에서 승진, 1983년 2대 단장으로 선임됐으나 4개월만에 물러났다.

이후로는 줄곧 계열사 등 그룹 내부 인사로, 비야구인 출신 단장을 고집했다. 다른 구단이 하나둘 변화했지만 삼성만은 기조를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저조한 성적이 계속되면서 삼성도 변화를 꾀하는 모양새다. 이 신임 단장은 프로야구 선수 출신으로는 최초로 삼성 단장을 맡게 됐다.

특히 이 신임 단장이 '재계 라이벌'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삼성과 LG는 여지껏 합의 하에 이뤄진 트레이드가 단 한 건일 정도로 좀처럼 거래를 하지 않는다.

야구대표팀 코치 시절의 이종열 삼성 단장.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삼성 구단은 "신임 이종열 단장이 최신 야구 트렌드에 맞는 강한 팀, 그리고 팬들에게 사랑받는 팀으로 만들어줄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 신임 단장은 1991년 LG 트윈스 입단으로 KBO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2009년까지 프로 통산 19시즌 동안 통산 1657경기에 출전하며 1175안타를 기록했다. 현역 시절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며 스위치 히터로 활약했다.

은퇴 이후 곧바로 코치 커리어를 시작한 이종열 단장은 야구계 안팎에서 '공부하며 노력하는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에서 지도자 경력을 쌓고 돌아온 그는 2015년부터 SBS 스포츠에서 해설 위원 활동과 함께 각종 국제 대회에서 국가대표팀의 전력분석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특히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선 국가대표팀 수비코치 역할을 맡아 금메달의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이종열 단장은 "KBO 최고의 명문 구단인 삼성 라이온즈의 단장을 맡게 돼 가슴이 벅차다. 다시 삼성의 푸른 왕조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긴 시간 선수생활을 하며 배우고 느꼈던 경험과 미국에서 보고 배웠던 야구, 해설과 대표팀 코치를 하며 경험한 것들을 삼성에서 펼칠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삼성은 최근 전력이 약해졌는데 특정한 부분보다는 전체적으로 두루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16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를 방문해 직원들과의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다음은 이종열 신임 단장과 일문일답

-삼성 라이온즈의 새로운 단장으로 선임됐다. 소감은. ▶삼성 라이온즈라는 명문 구단에 오게 돼서 기쁘고 가슴이 벅차다. 저를 선택해 주시고 믿어주신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해설을 하면서 본 팀의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꼽는다면. ▶삼성이라는 팀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내공이 있다. 최근 전력이 약해졌는데 어떤 특정한 부분을 꼽기보다는 여러 부분을 두루두루 보완할 필요가 있다.

-단장으로서 구단의 방향성에 대한 로드맵이 있는지. ▶첫 번째로 선수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그리고 1년 반짝하는 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

-단장을 맡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긴 시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경험과 미국에서 보고 배웠던 야구, 그리고 해설과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삼성에서 펼쳐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장직을 수락하게 되었다.

-공부하는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단장으로서 본인의 롤모델이 있다면. ▶제가 미국에 있을 때 현지 대학교에서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지도하고 계신 조성호 교수님과 소통을 자주 했다. 내 야구 방향이나 팀 운영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얘기를 했던 게 테오 엡스타인 같은 스타일로 운영을 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삼성 라이온즈의 팬들에게 한 마디. ▶앞으로 좋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삼성의 푸른 왕조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