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고 기는 짝퉁시계, 제 눈은 못 피하죠” [강홍민의 굿잡]
2023. 10. 16. 11:26
오영석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
한 때 서울을 중심으로 중고명품숍이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다. 중고명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품을 모방한 가품시장도 덩달아 커지던 시기였다. 이태원을 비롯해 남대문, 강남 등 도심 일대에 은폐 엄폐한 소위 ‘짝퉁가게’에서 가품시계 및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 은밀한 접선이 시도되던 시기였다.
더욱 진짜 같은, 티 안 나는 짝퉁을 구입하기 위해 짝퉁에 정통한 지인을 대동해 골목을 누볐던 그 시절, 세월이 흘러 가품도 진화했다. 단돈 몇 푼에 구입할 수 있는 중국산 가품에서 S급, A급을 지칭하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가품들이 시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품의 진화 속 정·가품을 가려내는 기술도 진보했다. 그 덕분에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는 십수년의 노하우를 무기로 정품과 가품을 구별해 내는 새로운 직업이다. 얼핏 마니아를 넘어 오타쿠의 영역인가 싶다가도 눈과 귀 그리고 촉감으로 ‘짝퉁’을 구별해 내는 달인의 영역을 넘나든다.
오영석 바이버 진단검수팀장은 15년 간 롤렉스(ROLEX), 바쉐론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등 명품매장에서 세일즈를 담당하던 경력을 무기로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로 변신했다. 명품 시계 중고 거래 플랫폼인 ‘바이버’에는 가품이 얼씬도 못한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오 팀장에게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에 대해 들어봤다.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라는 직업은 다소 생소하네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저희는 고객이 판매를 원하는 제품(시계)의 정품여부부터 상태 등을 확인하는 일을 합니다. 참고로 저는 명품 중고 시계를 거래하는 플랫폼 ‘바이버’에 소속된 전문가인데요. 입고된 시계의 정·가품을 판단하고 상품화 전 상태를 확인하는 역할입니다.”
정품을 확인하는 절차가 따로 있나요.
“일반적으로 고객이 제품을 가지고 오면 구성품과 보증서를 확인합니다. 보증서와 시계에 각인된 시리얼 넘버가 일치한 지부터 해당 제품에 맞는 구성품인지 꼼꼼하게 확인하죠. 간혹 보증서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엔 시계 외관으로만 정·가품을 확인해야 해요. 소재부터 마감, 컬러 등 미묘한 차이를 육안과 촉감으로 판별하게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다이얼의 프린팅, 표면 상태, 글씨 간격, 글씨체, 내부 각인 등을 보고 파악할 수 있어요. 보통 이 정도에서 가품을 잡아낼 수 있는데, 더 확실한 방법은 시계의 무브먼트를 체크하는 내부 감정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가품을 가지고 오는 고객들이 더러 있나요.
“생각보다 꽤 많아요. 가품이라 하더라도 퀄리티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가 봐도 가품인 경우가 있는 반면 꼼꼼하게 봐야 알 수 있는 제품들도 있어요. 가품도 소위 등급별로 나눠져 있거든요.”
입고된 제품이 정품으로 판별될 경우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저희 같은 전문가들을 거쳐 엔지니어에게 제품이 넘어가게 됩니다. 그럼 한 단계 깊게 들어가 제품을 검수하게 되죠.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명품매장에서 일할 때였어요. 중년 남성 고객이 지인에게 빌려준 돈 대신 받은 시계라며 가지고 오셨어요. 저희는 먼저 눈으로 확인하고 판별이 어려우면 만져 봅니다. 근데 그 시계는 보기만 해도 가품이었어요. 그래서 이 제품은 저희 매장에서 A/S가 어렵다고 안내해 드렸죠. 친절하게 안내 해드렸지만 좀 난감해 하시더라고요.”
가품을 가지고 온 고객 중에 우기거나 화를 내는 분들은 없나요.
“간혹 “여기(시계)에 롤렉스라고 적혀 있는데 왜 수리가 안 되냐?”고 언성을 높이는 분들이 있으신데 그럴 때도 “롤렉스라고 적혀 있는 건 맞습니다만, 저희 쪽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아닙니다”라고 말씀드려요. 사실 ‘이거 가짜예요’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럼 충격이 더 클 수도 있고, 기분이 상하실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정중하게 말씀드리려고 하죠.”
말씀하신대로 가품도 A급·S급 등 등급별로 유통되고 있어 정·가품 구분이 갈수록 어려워 질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희 역시 새로운 제품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정·가품을 비교하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정말 정교한 가품들도 있고, 커스텀 제품들도 있어요. 이를테면, 정품이긴 하나 수리나 튜닝과정에서 제품 컬러를 바꾸거나 베젤(시계의 테두리 부분)을 바꾸기도 하는데 그런 제품은 공식 서비스를 받지 못해요. 저희 매장에서도 정품으로 분류되기 어렵죠.”
시계를 튜닝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품의 유리가 깨졌거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식 서비스 센터에 맡기면 비용이 비쌉니다. 그래서 커스텀 전문업체에 맡겨 비슷하게 또는 고객의 니즈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해외의 경우 시계 커스텀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있기도 하고요.”
정·가품 여부를 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정품을 많이 보고, 만져보는 게 중요해요. 소재가 주는 촉감과 미세한 클릭감도가 있거든요. 정품을 많이 느껴봐야 가품을 정확히 알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엔 가품을 사서 분해를 많이 해봤어요. 정품도 그렇지만 가품의 특징도 있거든요. 등급별로 구입해 요리조리 뜯어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충 눈대중으로 보면 정·가품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인가요.
“음···가품도 S·A·B·C급 등 퀄리티 차이가 있는데, 중급 정도 되는 가품은 앞에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요. S급 정돈 만져봐야 알 수 있고요.(웃음)”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의 경우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의 제품 특징을 꿰고 있나요. 아님 특정 전문 브랜드가 있나요.
“저희가 명품이라고 일컫는 브랜드는 대부분 알죠. 그렇지만 전문가들마다 자신 있는 브랜드가 있어요. 저도 롤렉스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있어 롤렉스 전문가로 통하고 있죠.(웃음)”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하거나 시계를 많이 만져보고 경험해야
각 브랜드별 디테일한 특징을 파악해야 가품 구별 가능"
말씀하신대로 정품 시계를 많이 접하는 것 외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나요.
“사실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계라는 아주 정밀한 기계를 감정하는 과정은 결국 경험과 시간의 영역이거든요. 물론, 시계 관련 학과 같은 정규 교육과정이나 전문 교육기관에서의 교육을 통해서도 전문가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시계 브랜드에 입사해 경험을 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요. 이러한 경험과 경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건 관심이 있어야 하죠. 시계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니까요.”
롤렉스 전문가라고 하시니, 롤렉스의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제품의 유리면 6시 방향에 레이저로 각인이 돼 있어요. 가품 중에서 종종 각인이 있는 제품도 있긴 한데, 선명도나 형태에서 차이가 있죠. 그리고 시분침은 화이트 골드로 제작됩니다. 보통 가품을 가려낼 때 제품 내 레터링의 선명도·볼륨감·광택·글 간격 등을 통해 구분하죠.”
입고된 제품을 정확히 감정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네요.
“그렇죠. 만약 감정을 했을 때 가품을 정품으로 판단하면 저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리스크가 크거든요. 그래서 늘 긴장 속에서 감정을 합니다. 목표 역시 오류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죠. 아직까진 단 한 건도 없습니다.(웃음)”
하루에 진단해야할 제품 수는 대략 몇 건 정도 되나요.
“많을 땐 하루에 20~30개를 진단한 적도 있고, 적게는 4~5개 정도 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계속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봉은 어느 정도 인가요.
“요즘 억대 연봉을 기준으로 많이들 얘기하는데, 아직 억대엔 못 미치지만 수년 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론 업무환경이나 연봉에도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웃음)”
직업적 장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계라는 게 굉장히 마이크로한 제품이라 육체적으로 큰 힘이 들지 않아 업무환경은 아주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제 모토가 더울 땐 시원하게, 추울 땐 따뜻하게 일하자는 건데, 그런 면에선 만족도가 큽니다. 예전 매장에서 일할 때보다 연봉도 높고 회사에서도 제 능력을 높이 평가해줘서 단점보단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굳이 단점을 꼽자면 실수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가품을 정품으로 판단하게 되면 치명적 오점을 남기게 되는 거라 작은 실수도 용납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늘 스트레스를 안고 살죠.”
직업병도 있을 것 같아요.
“어딜 가나 사람들 손목을 먼저 보는 습관이 있어요. 시계를 차고 있으면 어디 브랜드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언제 출시된 어떤 모델인지 등등 혼자 머릿속으로 견적을 내곤 하죠.(웃음) 얼마 전엔 지하철에서 한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1억 원대의 시계를 차고 있는 걸 목격했어요. 그래서 혼자 생각으로 왜 저 시계를 차고 지하철을 타고 다닐까 생각한 적 있었어요.(웃음)”
그 시계가 정품이었나요.
“그것까진 확인 못했어요.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혹시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분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걸 안보는 척 하면서 힐끔힐끔 보곤 했죠.(웃음)”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는 희소성이 있는 직업인 것 같네요. 향후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말씀하신대로 희소성 있는 직업이긴 하지만 앞으로 바이버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가 많아질 것 같아요. 스마트워치가 처음 나왔을 때 기계식 시계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기계식 시계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고 있죠. 중고시장에선 프리미엄이 붙어 고가에 판매되는 사례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명품 중고 시계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
한 때 서울을 중심으로 중고명품숍이 늘어나던 시기가 있었다. 중고명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정품을 모방한 가품시장도 덩달아 커지던 시기였다. 이태원을 비롯해 남대문, 강남 등 도심 일대에 은폐 엄폐한 소위 ‘짝퉁가게’에서 가품시계 및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 은밀한 접선이 시도되던 시기였다.
더욱 진짜 같은, 티 안 나는 짝퉁을 구입하기 위해 짝퉁에 정통한 지인을 대동해 골목을 누볐던 그 시절, 세월이 흘러 가품도 진화했다. 단돈 몇 푼에 구입할 수 있는 중국산 가품에서 S급, A급을 지칭하며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가품들이 시장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품의 진화 속 정·가품을 가려내는 기술도 진보했다. 그 덕분에 새로운 직업이 탄생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는 십수년의 노하우를 무기로 정품과 가품을 구별해 내는 새로운 직업이다. 얼핏 마니아를 넘어 오타쿠의 영역인가 싶다가도 눈과 귀 그리고 촉감으로 ‘짝퉁’을 구별해 내는 달인의 영역을 넘나든다.
오영석 바이버 진단검수팀장은 15년 간 롤렉스(ROLEX), 바쉐론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등 명품매장에서 세일즈를 담당하던 경력을 무기로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로 변신했다. 명품 시계 중고 거래 플랫폼인 ‘바이버’에는 가품이 얼씬도 못한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오 팀장에게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에 대해 들어봤다.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라는 직업은 다소 생소하네요. 어떤 일을 하는 직업인가요.
“저희는 고객이 판매를 원하는 제품(시계)의 정품여부부터 상태 등을 확인하는 일을 합니다. 참고로 저는 명품 중고 시계를 거래하는 플랫폼 ‘바이버’에 소속된 전문가인데요. 입고된 시계의 정·가품을 판단하고 상품화 전 상태를 확인하는 역할입니다.”
정품을 확인하는 절차가 따로 있나요.
“일반적으로 고객이 제품을 가지고 오면 구성품과 보증서를 확인합니다. 보증서와 시계에 각인된 시리얼 넘버가 일치한 지부터 해당 제품에 맞는 구성품인지 꼼꼼하게 확인하죠. 간혹 보증서가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엔 시계 외관으로만 정·가품을 확인해야 해요. 소재부터 마감, 컬러 등 미묘한 차이를 육안과 촉감으로 판별하게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다이얼의 프린팅, 표면 상태, 글씨 간격, 글씨체, 내부 각인 등을 보고 파악할 수 있어요. 보통 이 정도에서 가품을 잡아낼 수 있는데, 더 확실한 방법은 시계의 무브먼트를 체크하는 내부 감정을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가품을 가지고 오는 고객들이 더러 있나요.
“생각보다 꽤 많아요. 가품이라 하더라도 퀄리티의 차이가 있겠지만 누가 봐도 가품인 경우가 있는 반면 꼼꼼하게 봐야 알 수 있는 제품들도 있어요. 가품도 소위 등급별로 나눠져 있거든요.”
입고된 제품이 정품으로 판별될 경우 어떤 과정을 거치나요.
저희 같은 전문가들을 거쳐 엔지니어에게 제품이 넘어가게 됩니다. 그럼 한 단계 깊게 들어가 제품을 검수하게 되죠.
웃지 못 할 에피소드도 있을 것 같아요.
“예전에 명품매장에서 일할 때였어요. 중년 남성 고객이 지인에게 빌려준 돈 대신 받은 시계라며 가지고 오셨어요. 저희는 먼저 눈으로 확인하고 판별이 어려우면 만져 봅니다. 근데 그 시계는 보기만 해도 가품이었어요. 그래서 이 제품은 저희 매장에서 A/S가 어렵다고 안내해 드렸죠. 친절하게 안내 해드렸지만 좀 난감해 하시더라고요.”
가품을 가지고 온 고객 중에 우기거나 화를 내는 분들은 없나요.
“간혹 “여기(시계)에 롤렉스라고 적혀 있는데 왜 수리가 안 되냐?”고 언성을 높이는 분들이 있으신데 그럴 때도 “롤렉스라고 적혀 있는 건 맞습니다만, 저희 쪽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아닙니다”라고 말씀드려요. 사실 ‘이거 가짜예요’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럼 충격이 더 클 수도 있고, 기분이 상하실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정중하게 말씀드리려고 하죠.”
"가품이 더욱 정교해지면서 전문가들도 꾸준히 공부해야...
정품인데 커스텀 등 튜닝을 할 경우 공식 서비스를 못 받기도"
정품인데 커스텀 등 튜닝을 할 경우 공식 서비스를 못 받기도"
말씀하신대로 가품도 A급·S급 등 등급별로 유통되고 있어 정·가품 구분이 갈수록 어려워 질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저희 역시 새로운 제품들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정·가품을 비교하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정말 정교한 가품들도 있고, 커스텀 제품들도 있어요. 이를테면, 정품이긴 하나 수리나 튜닝과정에서 제품 컬러를 바꾸거나 베젤(시계의 테두리 부분)을 바꾸기도 하는데 그런 제품은 공식 서비스를 받지 못해요. 저희 매장에서도 정품으로 분류되기 어렵죠.”
시계를 튜닝 하는 이유가 있나요.
“제품의 유리가 깨졌거나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식 서비스 센터에 맡기면 비용이 비쌉니다. 그래서 커스텀 전문업체에 맡겨 비슷하게 또는 고객의 니즈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해외의 경우 시계 커스텀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있기도 하고요.”
정·가품 여부를 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요.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한데요. 정품을 많이 보고, 만져보는 게 중요해요. 소재가 주는 촉감과 미세한 클릭감도가 있거든요. 정품을 많이 느껴봐야 가품을 정확히 알 수 있어요. 저 같은 경우엔 가품을 사서 분해를 많이 해봤어요. 정품도 그렇지만 가품의 특징도 있거든요. 등급별로 구입해 요리조리 뜯어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대충 눈대중으로 보면 정·가품을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인가요.
“음···가품도 S·A·B·C급 등 퀄리티 차이가 있는데, 중급 정도 되는 가품은 앞에서 보기만 해도 알 수 있어요. S급 정돈 만져봐야 알 수 있고요.(웃음)”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의 경우 명품으로 불리는 브랜드의 제품 특징을 꿰고 있나요. 아님 특정 전문 브랜드가 있나요.
“저희가 명품이라고 일컫는 브랜드는 대부분 알죠. 그렇지만 전문가들마다 자신 있는 브랜드가 있어요. 저도 롤렉스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있어 롤렉스 전문가로 통하고 있죠.(웃음)”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 전문 교육 과정을 수료하거나 시계를 많이 만져보고 경험해야
각 브랜드별 디테일한 특징을 파악해야 가품 구별 가능"
말씀하신대로 정품 시계를 많이 접하는 것 외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나요.
“사실 그 부분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시계라는 아주 정밀한 기계를 감정하는 과정은 결국 경험과 시간의 영역이거든요. 물론, 시계 관련 학과 같은 정규 교육과정이나 전문 교육기관에서의 교육을 통해서도 전문가로 가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저처럼 시계 브랜드에 입사해 경험을 쌓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고요. 이러한 경험과 경력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건 관심이 있어야 하죠. 시계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기도 하니까요.”
롤렉스 전문가라고 하시니, 롤렉스의 특징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가장 기본적인 부분은 제품의 유리면 6시 방향에 레이저로 각인이 돼 있어요. 가품 중에서 종종 각인이 있는 제품도 있긴 한데, 선명도나 형태에서 차이가 있죠. 그리고 시분침은 화이트 골드로 제작됩니다. 보통 가품을 가려낼 때 제품 내 레터링의 선명도·볼륨감·광택·글 간격 등을 통해 구분하죠.”
입고된 제품을 정확히 감정해야한다는 부담감도 있을 것 같네요.
“그렇죠. 만약 감정을 했을 때 가품을 정품으로 판단하면 저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리스크가 크거든요. 그래서 늘 긴장 속에서 감정을 합니다. 목표 역시 오류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죠. 아직까진 단 한 건도 없습니다.(웃음)”
하루에 진단해야할 제품 수는 대략 몇 건 정도 되나요.
“많을 땐 하루에 20~30개를 진단한 적도 있고, 적게는 4~5개 정도 하기도 합니다. 저희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 조금 넘었는데, 계속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연봉은 어느 정도 인가요.
“요즘 억대 연봉을 기준으로 많이들 얘기하는데, 아직 억대엔 못 미치지만 수년 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개인적으론 업무환경이나 연봉에도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웃음)”
직업적 장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시계라는 게 굉장히 마이크로한 제품이라 육체적으로 큰 힘이 들지 않아 업무환경은 아주 편하다는 장점이 있어요. 제 모토가 더울 땐 시원하게, 추울 땐 따뜻하게 일하자는 건데, 그런 면에선 만족도가 큽니다. 예전 매장에서 일할 때보다 연봉도 높고 회사에서도 제 능력을 높이 평가해줘서 단점보단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굳이 단점을 꼽자면 실수에 대한 부담이 있어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가품을 정품으로 판단하게 되면 치명적 오점을 남기게 되는 거라 작은 실수도 용납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늘 스트레스를 안고 살죠.”
직업병도 있을 것 같아요.
“어딜 가나 사람들 손목을 먼저 보는 습관이 있어요. 시계를 차고 있으면 어디 브랜드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언제 출시된 어떤 모델인지 등등 혼자 머릿속으로 견적을 내곤 하죠.(웃음) 얼마 전엔 지하철에서 한 직장인으로 보이는 남자가 1억 원대의 시계를 차고 있는 걸 목격했어요. 그래서 혼자 생각으로 왜 저 시계를 차고 지하철을 타고 다닐까 생각한 적 있었어요.(웃음)”
그 시계가 정품이었나요.
“그것까진 확인 못했어요. 가까이서 보고 싶었지만 혹시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분이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걸 안보는 척 하면서 힐끔힐끔 보곤 했죠.(웃음)”
시계 감정 진단 전문가는 희소성이 있는 직업인 것 같네요. 향후 비전은 어떻게 보시나요.
“말씀하신대로 희소성 있는 직업이긴 하지만 앞으로 바이버와 같은 플랫폼 서비스가 많아질 것 같아요. 스마트워치가 처음 나왔을 때 기계식 시계 시장이 축소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기계식 시계의 가치가 떨어지진 않고 있죠. 중고시장에선 프리미엄이 붙어 고가에 판매되는 사례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앞으로 명품 중고 시계 시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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