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450만명 육박···소득의 62% “빚 갚는데 써야”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가 4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인당 평균 1억30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소득의 60% 이상을 빚 갚는데 써야하는 처지로 추정된다.
16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올해 2분기 말 현재 국내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수는 모두 1978만명,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은 1845조7000억원에 이른다. 한은이 자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약 100만 대출자 패널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전분기와 비교하면 차주 수는 1만명, 대출 잔액은 4000억원 늘었다. 다만 1인당 평균 대출잔액은 9334만원에서 9332만원으로 아주 소폭 감소했다. 전체 가계대출자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2분기 말 39.9%로 추산됐다.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규모도 계속 커지는 추세다.
다중채무자는 2분기 말 448만명으로 1분기보다 2만명 늘어 관련 통계룰 작성 이후 가장 많았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22.6%)도 사상 최대 수준을 보였다. 이들의 전체 대출 잔액과 1인당 평균 대출액은 각 572조4000억원, 1억2785만원으로 추산됐다. 3개월 사이 각각 3조3000억원, 113만원 줄었다.
다중채무자의 평균 DSR은 61.5%로, 직전 분기보다 0.5%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한다는 뜻이다. DSR은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보통 당국과 금융기관 등은 DSR이 70% 안팎이면 최소 생계비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으로 간주한다. 다중채무자들이 평균적으로 이 수준의 한계에 거의 이르렀다는 뜻이다. 다중채무자의 연체율도 2분기 말 현재 1.4%로 1분기보다 0.1%포인트 더 올랐다.
여러 곳에서 돈을 끌어 쓰고 소득과 신용도까지 낮은 대출자들의 상환 부담은 더 심각한 수준이다.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에 해당하는 ‘취약차주’의 2분기 말 현재 DSR은 평균 67.1%였다. 3개월 사이 0.2%포인트 더 올랐고, 2013년 4분기(67.4%) 이후 9년 6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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