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품은 MS…K게임 '득'될까, '독'될까
엑스박스 게임패스에 블리자드 게임 입점 예정
당장 국내 게임산업 영향은 미미…장기적 콘솔 경쟁력 위축 우려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세계 최대 게임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 인수 작업을 끝냈다. 이로써 MS는 세계 3대 게임사에 올라섰다. 이번 인수는 정보기술(IT)업계 역사상 최대 금액으로 꼽히는 세기의 빅 딜이다. 콘솔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이번 인수가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MS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인수 계획을 발표한 뒤 1년 9개월 만이다. 인수 금액은 687억달러(약 92조원)다. 2016년 델의 데이터 스토리지 업체 EMC 인수 금액(670억달러)을 넘어선 IT산업 역사상 최고액이다.
앞서 영국의 반독점 규제당국인 경쟁시장국(CMA)이 액티비전 인수를 승인하며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그동안 CMA는 “성장하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미래를 바꿀 수 있고, 영국 게임 이용자의 선택 폭이 줄어들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MS가 15년간 액티비전 게임 판권을 프랑스 게임회사 유비소프트에 매각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내놓자, CMA는 인수를 승인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스타크래프트·워크래프트·오버워치·콜오브듀티 등 유명 게임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게임사다. 블리자드 인수로 MS는 중국 텐센트와 일본 소니에 이어 매출 기준 세계 3대 게임사에 올라서게 됐다.
MS의 사업다각화 추진 전략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MS는 나델라 CEO(최고경영자) 취임 후 AI(인공지능), 게임, 메타버스 등 기존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외에 분야로 사업을 넓혀왔다. MS의 게임 부문 매출은 240억달러로 커졌다. 이는 지난해 총매출(2120억달러)의 10%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아울러 이번 인수로 MS의 엑스박스 게임 생태계 확장이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MS는 엑스박스 게임 패스 및 PC 게임 패스에 ‘콜 오브 듀티’를 비롯한 블리자드 IP 게임들을 제공할 예정이다. 엑스박스가 세계 3대 콘솔 기기'로 꼽하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PS)이나 닌텐도 스위치에 비해 우위를 점하지 못했던 상황에서 블리자드 인수는 점유율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MS의 블리자드 인수 소식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콘솔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로 미미하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게임사들은 글로벌 진출과 새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콘솔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19일 네오위즈가 출시한 콘솔 게임 P의 거짓이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는 등 선전하면서 국산 콘솔 게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국내 게임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넥슨도 PC-콘솔 게임 개발에 적극적이다. 해양 어드벤처 PC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가 100만장이라는 판매고를 기록했고, 지난달에는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출시하며 콘솔 시장에 진출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고 기대작 PC-콘솔 게임 TL(쓰론 앤 리버티)을 오는 12월 국내에 선출시할 계획이다. 펄어비스도 기대작 ‘붉은사막’을 콘솔 버전으로 개발 중이며 연내 개발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라인게임즈 ‘창세기전:회색이 잔영’ 등 콘솔 신작도 연내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당장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국내 게임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MS의 블리자드 인수를 ‘무조건’ 승인했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서다.
공정위는 MS가 블리자드 주요 게임을 자사에만 배타적으로 공급하는 ‘봉쇄’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 MS와 블리자드가 개발·배급하는 게임들의 합산 점유율이 낮아서다.
봉쇄가 발생하더라도 공정위는 경쟁 사업자가 시장에서 배제될 우려는 낮다고 봤다. 국내 콘솔 게임 시장에서 MS 엑스박스의 점유율은 2~4%에 불과하고,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도 MS 점유율은 4~6% 수준이다.
다만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향후 MS와 블리자드의 플랫폼 장악력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은 "블리자드를 MS가 인수함으로 인해 세계 게임계는 일본 소니, 중국 텐센트, 미국 MS체제로 당분간 나아갈 것"이라며 "이 삼각편대 장악력이 커지면, 우리 게임계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게임업계도 이들 삼각편대와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몸집도 키울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재홍 학회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그동안 고집스럽게 가져왔던 게임생태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만한 비즈니스 모델(BM)을 만들어야 하며, 서브컬처를 끌어안을 수 있는 새로운 장르 개척과 콘솔 게임의 확산으로 글로벌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새로운 IP를 개발하고 정부는 지원과 진흥을 아끼지 않아야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MS의 블리자드 인수가 마무리됐지만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와의 법적 다툼이 남아있다. FTC는 지난 7월 블리자드 인수 거래 중단을 명령해 달라는 가처분 소송이 기각되자 항소한 상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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