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동 주미대사 “美서 北비핵화 대화론 줄어...핵무장론 고개”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10. 1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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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위, 워싱턴서 주미대사관 국감
“대화통한 北비핵화는 정부 목표”
“러가 北군사지원시 우리도 결단”
김태호 “韓 자체 핵무장 고민해야”
태영호 “하마스같은 北침공 우려”
김홍걸 “美반도체통제, 韓주권침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한 국정감사에서 주미대사관 직원들이 답변하고 있다. <워싱턴 공동 사진취재단>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는 15일(현지시간)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라 미국에서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 가능성에 비관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한국 자체 핵무장론은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고 전했다.

조 대사는 이날 미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 정가의 북한 비핵화 관심도에 대해 “정확히 비중을 말하긴 어렵지만 북한 비핵화 가능성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평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과거보다 점점 작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부연설명했다.

조 대사는 “그러나 대화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는 윤석열 정부 정책의 중요한 목표 중에 하나”라면서 북한과의 대화노력을 계속 이어간다고 강조했다.

이날 워싱턴DC 현장 국정감사에는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호 외통위원장과 태영호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홍걸 의원이 참석했다.

김태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주미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조현동 주미대사와 악수하고 있다. <워싱턴 공동 사진취재단>
김 위원장이 “한국의 핵무장을 이야기할 때 미국 조야에서 부정적 시각이 많았는데, 최근 미 상원 청문회에서 한국 자체 핵무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질의했다. 그러자 조 대사는 “그런 논의들이 정치권이나 학계에서 과거에 비해 조금씩 나오는 것은 사실이고, 그만큼 한반도의 안보적인 위험이 커지고 있다”면서도 “한미 워싱턴 선언처럼 미국 핵 억제력을 통해 한반도 확장억제를 최대한 강화하는 것이 지금의 목표”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이 재차 워싱턴선언 의미에도 불구하고 동북아 정세상 확장억제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질문했고, 조 대사는 “전문가들이나 학계에서 그런 지적을 한 적이 있지만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국민들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도록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핵 문제에 대해선 결론이 아직 있어서는 안 된고, 어떤 방향이 우리의 평화를 위한 억지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이 진화돼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국정감사 현장에 참석한 황준국 유엔주재 대사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에 나설 경우 미국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를 추진할 것”이라며 “미국은 강력한 추가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황 대사는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와 미국 정부 당국자 간의 이른바 ‘뉴욕 채널’을 통한 북미 접촉은 최근 몇 년간 거의 없다고 전했다.

국정감사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비롯해 북한·러시아 무기거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다양한 한미 현안들이 비중있게 다뤄졌다.

미국 정부가 지난 13일 북한이 러시아에 컨테이너 1000개 분량의 군사 장비와 탄약을 제공한 정황을 위성사진을 통해 공개한 것과 관련해 조 대사는 “미국 측으로부터 관련 정보를 전달받고 사전에 협의했다”며 앞으로 북한이 무기 제공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무엇을 받을 것인가에 대해 우려한다고 했다.

이에 따른 대응 방안을 두고 조 대사는 “러시아가 나름대로 강대국으로서 신중히 대응할 것을 기대한다”며 “만약 러시아의 대북 군사지원이 생긴다면 우리도 나름대로 진지하고 결단력있는 결정을 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조 대사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미국 정부 대응에 대해서는 “미국이 이스라엘 부근인 동지중해에 두 개의 항공모함을 파견한 것은 확전 목적이라기 보다는 확전 방지 및 전쟁 억제의 목적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조 대사는 이란의 개입 가능성에는 “팔레스타인이나 이스라엘을 제외한 아랍 주요국들의 전쟁 참여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인다”면서 계속 전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1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워싱턴 공동 사진취재단>
태영호 의원이 ‘북한이 하마스처럼 한반도에 기습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남북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 및 파기를 요구하는 여론을 전했다. 이에 대해 조 대사는 “미국이 거기에 대해 구체적이거나 공개적인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면서 “서울에서 심각하고 업중하게 검토해서 어떤 경우에도 결정이 내려지면 미국과 협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와 반도체법 가드레일이 한국 기업에 부담인 만큼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주미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한 가운데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워싱턴 공동 사진취재단>
야당인 김홍걸 의원은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유예 조치를 ‘검증된 최종사용자(VEU)’ 방식을 통해 사실상 무기한 유예조치한 것을 두고 “미국의 주권침해가 아니냐”고 따졌다. 김 의원은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근거해서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10년 동안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다”며 “사실상 중국내 공장은 세월 지나면 무용지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경영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이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는 것과 관련해 “(우리가) 미국에 대규모로 투자하면서 미국 요청을 다 들어주며 미국 기업 배만 불려주는 상황이 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조 대사는 “최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과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비롯해 미국측 고위 인사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한국 입장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며 “저희가 의도한 100% 성과를 이뤘다고 말씀드릴 수 없겠지만 충분히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답변했다.

김 의원은 “우리 외교관들이 미국 같은 강대국에만 가면 기가 죽어 저자세로 간다는 말을 듣는다”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에 지나치게 몰입해 미국과 일본 비위를 거스를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도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 대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고 “저는 한 번도 미국의 카운터파트들에게 저자세라는 생각을 해본 적 없고, 해야 될 말은 끝까지 다 하며, 대통령의 방침도 할 말은 다 하라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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