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에이스 박세웅은 왜 3년 연속 10승에 도전하지 않았을까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0승은 투수에게 어떤 가치일까.
롯데 자이언츠는 일찌감치 5강 경쟁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시즌 경기는 남아있었다. 이종운 감독대행은 "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내보자"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행보는 반대였다. 한화 이글스와의 마지막 원정 3연전이 남아있었지만, 전력의 핵심인 반즈-윌커슨 외국인 선발 2명과 '토종 에이스' 박세웅이 시즌아웃을 알렸다.
여러 이유들이 있었다. 외국인 투수들은 여기저기 아프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말그대로 '용병'이다. 자신들의 투구를, 철저한 비지니스로 연결시킨다. 이미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실패한 상황에서 의욕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팀 퍼스트'를 강조하고, 이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각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 옵션 등을 활용한다.
외국인 선수들이야 그렇다 치는데, 박세웅에게 드는 궁금증 하나. 왜 10승에 도전하지 않을까다. 박세웅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왔다. 지난 수년간 자신을 옥�q던 '병역 문제'를 기분좋게 해결했다. 그리고 지난 11일 두산 베어스와의 홈 최종전에 등판해 6이닝 3실점 피칭을 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홈 최종전이 마지막임을 암시했지만, 박세웅은 이날 승리로 시즌 승수를 9승으로 늘렸다. 1승만 더하면 10승. 4일을 쉬고 16일 한화와의 최종전 등판이 가능한 스케줄이었다. 하지만 롯데는 선발이 없어 심재민을 마운드에 올렸다.
3년 연속 10승. 투수에게는 엄청난 영광이다. 9승과 10승은 하늘과 땅 차이다. '10승 투수'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은 엄청나다. 그리고 3년 연속 10승 기록이 있어야 5년, 10년 기록도 연결된다. 군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 계약을 체결한 박세웅은 그 기록을 이어갈 수 있는 선수다. 또, 롯데는 올시즌 두자릿수 승수를 거둔 투수로 반즈가 유일하다. 박세웅이 10승을 해준다면, 마지막 자존심을 세우는 일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박세웅은 냉철한 판단을 내렸다. 아시안게임에 다녀와 피곤한 상황. 위에서 언급한대로 어차피 팀 성적이 크게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 또 외국인 선수들의 로테이션상 박세웅이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갑자기 외국인 투수들이 던지지 않겠다고 했다면 박세웅이 급하게 경기에 나서기 힘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등판한다고 무조건 10승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한화 타자들이 잘 치면, 힘만 빼는 일이 될 수 있다.
그래도 바깥에서 보기에는, 왜 10승에 도전조차 하지 않는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박세웅이 마지막 경기를 던지겠다고 하면, 말릴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롯데는 올시즌을 앞두고 박세웅에게 비FA 다년 계약으로 5년 9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안겨줬다. 그 에이스 투수가 자신의 10승을 걸고 시즌 마지막 등판에서 팬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것도 좋은 그림이 될 수 있었다.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이 오버랩된다. 양현종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9년 연속 10승 도전에 실패했다. 팀도 가을야구 진출이 무산됐다. 그래도 자신과 팀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9년 연속 170이닝 투구라는, 사람들이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기록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17일 NC 다이노스와의 시즌 최종전에 등판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는 'MZ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들의 달라진 가치관이 이슈다. 기존 세대와는 다르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다. 야구라고 빗겨나갈 수가 없다. 최근 현장 지도자들과 프런트들은 "선수들에게 팀 퍼스트, 희생 등을 강요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자신이 약한 상대 선발이 나오면, 아프다는 이유로 선발에서 빠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진짜 아픈 게 맞느냐고 의심할 수도 없으니, 감독과 코치들은 머리가 아프다.
팀을 우선시 하는 게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야구 선수는 개인 사업자다. 자기 몸, 자기 이득은 철저히 자기가 챙겨야 한다. 무리하다, 착하게만 살다 손해가 생기면 누가 이를 만회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스포츠는 낭만이 있어야 멋있다. 10승 투수 타이틀, 야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이다. 그것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그 낭만이라는 게 철저히 과학화, 세분화 된 최근 야구 흐름에서 무식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말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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