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면세점에 지갑 닫은 유커… 화장품 대신 '이것' 담는다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돌아왔지만 국내 면세업계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소비 패턴이 과거와 달라지면서 '큰손' 유커의 지갑이 열리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명동 본점에는 출국 전 쇼핑에 나선 유커가 즐비했다. 다만 예전과 달리 물건을 적게 구매하면서 양손은 비교적 가벼워 보였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용객이 북적이는 용산역과 달리 신라아이파크면세점의 풍경은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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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조1366억원이다. 지난해 8월(1조5701억원)과 비교해 27.6% 감소한 수치다. 면세점 이용객 수는 103만5773명에서 206만3989명으로 늘어났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한 중국인 여행사 관계자는 "화장품을 현지에서 구매하나 면세점에서 구매하나 가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한국에 오는 유커는 증가 추세지만 과거처럼 화장품 쇼핑을 많이 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중국 유커 유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응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은 MZ세대가 주도하고 있으며 체험 중심 여행으로 선호도가 바뀌고 있다.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는 순찌에(여·30대)는 "면세점보다는 맛집, 카페, 관광지에서 돈을 더 많이 썼다"며 "기념품으로 한국 화장품을 주로 구매했지만 이번에는 식품류를 구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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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는 외국인 고객의 매장 방문 빈도가 높은 서울역점을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으로 재단장했다. 제타플렉스는 10의 21제곱을 표현하는 '제타'와 결합된 공간을 뜻하는 '플렉스'의 합성어로 고객에게 많은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유커를 위한 안내문을 곳곳에 배치했고 일부 상품의 경우 특징까지 표기해 유커의 발걸음을 붙잡고 있다"며 "서울역에 위치한 만큼 국내·외 고객 모두에게 롯데마트가 추구하는 미래형 매장을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제타플렉스에서는 유커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을 겨냥한 K-푸드 매장 덕분이다. 이곳에는 유커들에게 인기가 높은 라면과 김, 커피, 홍삼 등의 제품이 전면에 배치됐다.
인기 견과류 '바프'(HBAF) 전문점과 한국문화상품관 '보물'(BOMUL)도 유커들로 북적거렸다. 이른바 '허니버터' 열풍이 뒤늦게 중국에서 불고 있고 한국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서다.
카트에 한국 과자를 가득 담은 티엔종(남·20대)은 "현지에서 구매할 수 없는 다양한 종류와 맛을 가진 과자를 친구들에게 선물하려고 한다"며 "다른 기념품에 비해 가격 부담이 적어 대량 구매할 수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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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오리온은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2만7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 달 전(12만2500원)과 비교해 4.2% 뛰었다. 같은 기간 농심의 주가는 4.6% 오른 46만500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면세점과 화장품 기업 주가는 크게 떨어졌다. 같은 기간 호텔신라는 8만6200원에서 7만2000원으로 16.4% 하락했고 아모레퍼시픽은 12만6900원에서 11만4100원으로 10.0% 떨어졌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4분기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휴 기간인 중국 중추절(9월29일) 이후 유의미한 매출 성장이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월간 중국 도매상 수요는 올해 1분기 말 정점을 찍은 이후 지속 하락세를 보이다 3분기에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소비자의 구매력은 여전히 낮은 상태지만 7월을 기점으로 중국 정부의 플랫폼업체에 대한 입장이 규제에서 활성화로 선회한 것이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정원기 기자 wonkong9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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