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스라엘의 가자 점령 안돼"…'2개국 해법' 시사(종합)
"팔레스타인 국가 가는 길 필요"…'2개국 해법' 시사
이 지역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공존 평화안 추진
[이데일리 김정남 박종화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 가능성을 두고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단체인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입장은 전적으로 지지하면서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이 지역을 분할 통치해야 한다는 ‘2개국 해법’ 평화안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 무력 충돌 이후 미국의 가장 명확한 언급이어서 주목된다.
“가자,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야”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CBS 인터뷰를 통해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만큼 심각한 결과를 가져온 야만적 행위에 연루된 이들을 뒤쫓고 있다”며 “이스라엘은 이에 대응해야 하고 하마스를 뒤쫓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잔혹 행위를 끝내고 이를 저지를 사람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미국은 이스라엘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고 보장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완전히 제거하는데 동의하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 연정의 첫 긴급 각료회의에서 “하마스를 부숴버릴 것”이라며 제거 의지를 드러냈는데, 이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지난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네 차례 전쟁을 벌였는데, 하마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뿌리 뽑겠다고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팔레스타인 국가로 가는 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마스와 하마스의 극단 분파들은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다시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IDF)은 2006년 평화협정 이행을 위해 중동전쟁 때 이집트로부터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38년 만에 주둔 병력을 철수했다. 이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통제했으나, 하마스가 2007년 내전 끝에 서안지구에 근거지를 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따르던 파타 세력을 축출하면서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하되, 다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한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의중으로 읽힌다. 장기적으로 독립국가로서 팔레스타인의 주권과 영토를 인정해 이스라엘과 평화적인 공존을 모색하는 2개국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더 나아가 이 지역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분할 통치하도록 한 유엔 결의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옛 가나안으로 불리던 이곳은 2000년 넘게 아랍계인 팔레스타인의 영토였지만, 세계를 떠돌던 유대인들이 20세기 초 영국의 위임통치령이던 이곳으로 모여든 이후 제2차 세계대전 뒤 유엔 결의안을 근거로 이스라엘을 건국하면서 화약고로 변했다.
이날 언급은 이번 무력 충돌 이후 미국이 낸 가장 선명한 입장으로 평가 받는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을 두고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제지하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첫 번째 공개적인 노력”이라고 전했다.
‘2개국 해법’ 평화안 추진 시사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은 하마스의 짓이고 하마스의 극단 요소가 모든 팔레스타인인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며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하마스, 헤즈볼라(레바논 무장 정파)와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스라엘이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인도주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이 교전 규칙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가자지구의 선량한 사람들이 물과 음식, 의약품을 공급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미국 안팎 혼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선에 도전하고 싶으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말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 등을 자신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중동에서 관계 정상화에 성공할 수 있다고 상상해보라”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등의 개입으로 인한 확전 가능성을 두고서는 “그러지 말라”며 이들 세력에 경고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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