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타이드` 거부한 에콰도르...보궐 대선서 중도우파 노보아 당선
정계진출 2년만에 대권까지…5번 대권 도전 실패한 부친의 꿈 대리실현
'바나나 재벌가' 출신…'보궐 성격' 임기 2025년 5월까지 1년여
중남미 주요국에서 '핑크 타이드(좌파의 물결)'가 거센 가운데 에콰도르의 민심은 국정 운영의 키를 다시 한번 중도우파의 손에 맡겼다. 위기를 맞은 현 대통령의 조기 퇴진 결정에 따라 남미 에콰도르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보궐 성격의 대통령선거에서 30대 정치 신예가 당선을 확정지었다.
국민민주행동(ADN) 소속 다니엘 노보아 아신(35) 당선인은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에콰도르 대선 결선 투표에서 시민혁명운동(RC)의 루이사 곤살레스(45) 후보와의 맞대결에서 승리했다.
지난 8월 본선 1차 투표 2위로 결선에 오른 노보아 당선인은 이날 90.56%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52.29%의 득표율로, 47.71%를 득표한 '1차 1위' 곤살레스 후보에 신승을 거뒀다. 곤살레스 후보는 자신의 패배를 승복했다.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노보아 후보는 몇 차례의 유세와 TV 토론을 계기로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끌어냈다고 현지 일간지 엘우니베르소는 전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 25%가량은 18∼29세였다. 결선 라이벌이었던 곤살레스 후보가 각종 부패 혐의를 받다 벨기에로 망명한 라파엘 코레아(60) 최측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반(反) 코레아 정서'에 따른 반사 이익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도 보인다.
1987년 11월생인 노보아 당선인은 에콰도르 최연소 대통령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직전 기록은 1979년 당시 38세 때 취임한 하이메 롤도스 아길레라 전 대통령이다.
아직 공식적인 기록은 아니지만, 그는 취임하면 세계 최연소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미국 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는 당시 세계 최연소 지도자를 가브리엘 보리치(37) 칠레 대통령으로 소개했는데, 노보아 당선인은 보리치 대통령(1986년 2월생)보다 어리다.
그는 바나나 재벌로 알려진 알바로 노보아(72) 전 국회의원의 아들이다. 1987년 11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태어난 그는 부친의 지원으로 18세 때 첫 회사를 차리는 등 일찍부터 경영 마인드를 몸으로 익혔다. 미 하버드대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등지에서 공부하며 관련 분야 지식도 쌓았다. 일간지 엘우니베르소와 라오라 등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노보아 당선인의 본격적인 정치 이력은 33살 때인 2021년에 시작됐다. 총선에서 국회의원(지역구 산타엘레나)에 당선되면서다.
아버지 알바로 노보아 전 의원은 과거 5차례 대권 도전에 실패한 적 있다. 일간지 엘우니베르소를 비롯한 일부 현지 매체는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이 현실화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2021년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 처음 등장한 노보아 당선인은 그로부터 불과 2년 만에 대권까지 거머쥐는 기록을 남겼다.
주요 매체에서 중도우파 성향으로 보는 그의 주요 공약으로는 청년층 육성, 외국인 투자 유치, 마약 밀매 차단을 위한 주요 항구 군사화 등이 꼽힌다. 노보아 당선인은 스스로 '중도좌파'로 소개하기도 한다.
갱단 간 다툼으로 극도로 불안해진 치안과 관련, 노보아 당선인은 사회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잦은 교도소 내 폭력 사태 해결을 위한 '바다 위 선상 교도소'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경제 정책으로는 '시장 개방 선호'와 '친(親)기업'이 키워드로 꼽힌다. 외국 업체 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 및 업계 투자 유도를 위한 세금 감면 등도 약속했다.
외교적으론 미국과 중국이라는 주요 2개국(G2)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현재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2000년부터 달러를 자국 공식 통화로 쓰는 에콰도르는 미국과의 연대 강화에 중점을 두는 대표적인 중남미 국가다. 중국과는 올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등 접점을 늘리고 있다.
노보아 당선으로 한국-에콰도르 전략적경제협력협정(SECA) 비준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 나라는 최근 FTA와 비슷한 SECA 협상 타결을 공표하는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좌파 성향의 낙선한 곤살레스 후보의 경우 외국과의 무역협정에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노보아 당선인의 임기는 2025년 5월까지 1년여에 불과하다. 이번 대선은 탄핵에 맞서 조기 퇴진 카드를 꺼낸 기예르모 라소(67) 현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채우기 위한 성격의 선거였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는 짧은 임기가 '젊은 정부'의 원활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선인 취임 일정은 미정이다. 1차 투표 당시 해외선거구 전자투표 파행 사태로 재투표를 치르게 되면서, 관련 절차 진행상의 이유로 새 정부 출범일은 애초 다음 달에서 12월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는 대선 결선 투표율이 82.33%라고 밝혔다. 전체 유권자는 1316만2339명(에콰도르 선거관리위원회 집계 기준)이다. 에콰도르 인구는 1천800만명이다. 강현철기자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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