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위험 속 이스라엘 공항은 이·착륙 어떻게 하나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이스라엘에서 한국인 163명과 외국인 57명을 태운 우리 군 수송기가 무사히 도착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무력충돌이 벌어지는 가자지구에서 40마일(약 64㎞)이 채 안 되는 곳에 위치한 텔아비브 벤 구리온 국제공항이 열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대부분 민간항공사에서 이스라엘행 운항을 중단했지만 여전히 벤 구리온 공항은 이스라엘을 떠나는 각국의 국민들과, 군에 입대하겠다고 고국으로 돌아오는 이스라엘인들을 싣고 항공기가 오가고 있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레바논 무장정파) 등과 이스라엘 사이 로켓과 요격 미사일 등을 통한 충돌 가능성이 여전히 있는 가운데 벤 구리온 공항은 위험 속에서 어떻게 항공기를 이·착륙시키고 있을까.
1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사일이 날아다니는 동안 항공기는 착륙한다. 이스라엘은 공항을 어떻게 열고 있나’라는 영상에서 이스라엘 공항 관계자와 전문가들에게 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하마스가 세계 각국의 국민이 오가는 민간 공항과 항공기를 폭격해 고립을 자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 공항이 현재 ①항로 변경 ②아이언 돔 시스템과 공항의 소통 체계 ③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대처 등을 바탕으로 항공기를 이·착륙 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먼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 민간항공관리국(CAA) 항공 기반시설 부서 담당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벤 구리온 공항으로 오는 항공기의 비행경로가 변경됐다고 전했다. 기존보다 약 10마일(16㎞) 위 북쪽으로 우회하는 항로로 바꿔, 가자지구에서 더 멀리 떨어진 항로로 항공기가 공항으로 날아오며 위험을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민간과 군 항공 관제사들이 같은 공간에서 매우 긴밀하게 협력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저고도 방공망 ‘아이언 돔’이 하마스의 미사일을 요격할 때 민간 항공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정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륙 대기 항공기를 4~6대로 제한하고 이륙 준비가 되면 대기하지 않고 바로 이륙할 수 있도록 조처하고 있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 민간항공관리국은 영공을 계속 개방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앞서 수년간의 하마스 미사일 공격에도 공항을 열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제항공사는 위험을 우려해 텔아비브행 운항을 중단했다. 텔아비브행 직항편을 운항하던 대한항공도 정기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실제로 영국 항공기가 착륙 전 공습 사이렌에 회항한 사례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항공 위험 관리 회사(‘Osprey Flight Solutions’) 관계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벤 구리온 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제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전했다. 가자지구 주변 지역에서 미사일이나 지대공미사일(SAM)의 발사가 계속 확인되고 있는데 이를 아이언 돔이 요격하는 과정에서 항공기를 목표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마스나 이스라엘이 민간 항공기를 의도적으로 노리지는 않지만, 미사일이나 그 밖의 위협으로 항공기가 오인될 경우 격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며 지난 2014년 7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상공에서 군용기로 오인돼 러시아산 미사일에 격추된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를 예로 들었다. 당시 우크라이나 정부군은 반정부군과 러시아에 책임을 물었지만, 러시아와 반정부군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항공 관제사가 1분30초가량의 시간으로 항공기를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수 있고, 현재 모든 측면에서 위험을 모니터링 하고 있어 그럴 가능성이 낮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밝혔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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