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다시 점령한다면 큰 실수” 경고

2023. 10. 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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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하마스는 완전히 제거해야...미군 파병엔 불필요”
글로벌경제 경고...IMF “유가 10%상승하면 인플레 0.4%p ↑”
세계 경제 성장률 1.0%p 하락…재정 위기 확산도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군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교전이 이뤄지면서 이스라엘 군 기지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우영·원호연 기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다시 가자지구를 점령하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임박한 가운데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완전 제거’에는 동의하지만, 가자지구 점령은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CBS방송 인터뷰 프로그램 ‘60분’ 전문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점령에 관한 질문에 “이스라엘이 점령한다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 지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라. 내 생각엔 하마스와 하마스의 극단적 요소는 팔레스타인 주민을 대표하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스라엘 군은 2006년 1월 평화협정 이행을 위해 중동전쟁 때 이집트로부터 가자지구를 점령한 이후 38년만에 주둔 병력을 철수하고 유대인 정착촌 20여곳을 떠난 바 있다. 이후 가자지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통제에 놓였으나 하마스가 2007년 6월 내전 끝에 서안지구에 근거지를 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따르던 파타 세력을 축출하고 가자지구를 점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국제사회의 반대와 우려 목소리가 커지는 속에서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전 돌입이 임박한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대해서는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며 이스라엘의 전면 해체 입장에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미 병력의 이스라엘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 새로운 중동 전쟁에 미군 파병을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최고의 전투력 중 하나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가자 지구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에 대해서는 “국경을 넘지 말고 전쟁을 고조시켜서는 안 된다”는 경고도 보냈다. 이란은 지난 14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군사작전을 멈추지 않는다면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며 자국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의 참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동 리스크가 글로벌 경제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번 전쟁의 향후 양상에 따른 경제적 여파를 예상하는 보고서를 통해 이란이 이번 전쟁에 참여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서고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GDP)도 예상치보다 1.0%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란은 주요 산유국이면서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걸프 지역 국가들이 생산하는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이 묶인다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국가에서 가진 예비 산유능력만으로는 유가 급등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오일 쇼크’가 발생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이미 심화된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전망이다.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 내년 세계 물가상승률은 6.7%에 달할 것으로 블룸버그는 내다봤다.

지난 14~15일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연차총회를 가진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도 이번 사태가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효과에 대해 우려했다. IMF는 국제유가가 10% 상승할 때마다 세계 인플레이션이 약 0.4%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며 중동 정세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 선에 달할 경우 세계 경제 성장률은 1.0%포인트 하락해 1조달러(1335조원) 가량의 손실을 전 세계에 입힐 전망이다. 현재 IMF는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돼 2028년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일 쇼크’가 현실화 돼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전세계가 2% 안팎의 초저성장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전개에 따라 에너지·공급망 중심으로 리스크가 재차 확산될 수 있다”며 “10월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천연가스 유가연동보조금을 연말까지 한시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향후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국면이 다소 진정돼가는 상황에서 다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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