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제수용?" 변하는 소비 추세에 천안 배 다품종 시도

박하늘 기자 2023. 10. 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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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 직산읍에서 배 과수원 '이팜스'를 운영하는 이욱용 대표는 지난 2020년 신품종 배 '그린시스'를 재식해 지난해부터 수확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천안배원예농협의 천안배 청년농업인 연구회 회장을 맡아 또래 청년 농업인들과 배 신품종에 대한 교육과 정보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천안 성환에서 배 농사를 짓는 전병찬 씨도 2020년 과수원 한 켠 약 1000평에 신품종 배 '슈퍼골드'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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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수확하는 '신고' 대신 추석 전 익는 품종 도입
천안배원예농협 청년농업인 연구회 신품종 교류 활발
천안배원예농협 천안배 청년농업인 연구회원들이 선진 농가를 방문해 신품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천안배원예농협 제공

[천안]천안 직산읍에서 배 과수원 '이팜스'를 운영하는 이욱용 대표는 지난 2020년 신품종 배 '그린시스'를 재식해 지난해부터 수확하기 시작했다.

그린시스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동·서양배 교배 품종이다. 껍질이 녹색 빛을 띄며 과육이 연하고 당도는 신고배보다 조금 낮지만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특히 저항성품종으로 쉽게 병해충에 걸리지 않는다. 이 대표는 "지난해 살균제를 한번도 주지 않았는데도 병에 걸리지 않았다"며 "현재 그린시스는 1000평 심었다. 내년에는 3700평 정도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천안배원예농협의 천안배 청년농업인 연구회 회장을 맡아 또래 청년 농업인들과 배 신품종에 대한 교육과 정보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천안 성환에서 배 농사를 짓는 전병찬 씨도 2020년 과수원 한 켠 약 1000평에 신품종 배 '슈퍼골드'를 심었다. 조생종인 슈퍼골드는 추석 전인 9월 상순에 수확이 가능하다. 평균 13.6브릭스로 당도가 높고 과즙이 풍부하다. 전 씨가 슈퍼골드를 심은 이유는 기후변화 였다. 그는 "날이 뜨거워지면서 과실이 안 크거나 터지기도 했는데 슈퍼골드는 그런 피해가 안보였다"면서 "수확시기도 변하지 않았고 신고보다 병해충에도 강하다"고 설명했다.

'신고' 일색이던 천안 배 농가들이 청년농업인을 중심으로 신품종 도입에 나서고 있다. 추석 출하를 위해 숙기보다 이르게 수확하는 문제를 해결하고 제수용 이라는 인식을 탈피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과일로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다.

천안시와 천안배원예농협 등에 따르면 천안에서 생산하는 배의 약 85% 이상이 '신고' 품종이다. 일본에서 도입된 만생종으로 천안에선 1950년대부터 주품종으로 재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배의 수확시기는 9월 중순부터 10월 중순이다. 올해처럼 추석이 9월이면 배가 다 익기도 전에 조기 수확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는 배를 숙성하기 위해 성장촉진제(지베렐린)을 사용하고 있다. 완전히 익기 전 수확할 경우 배의 단맛이 다 들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 이는 천안 배의 브랜딩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추석 전 수확 가능한 품종을 식재하고 있다. 천안배원예농협은 지난 2020년부터 공선회를 구성해 조생종인 '신화' 묘목을 공급하고 있다. 신화는 추석 전에 수확할 수 있으며 식감이 좋다. 공선회에는 3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청년농업인 연구회를 운영하며 신품종 교육과 선진지견학을 병행하고 있다. 천안시도 매년 수종갱신지원사업으로 예산을 편성해 신품종 보급을 돕고 있다.

천안배원예농협 관계자는 "배는 제수용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제사가 서서히 없어지는 추세여서 현장에서는 사람이 먹는 배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며 "소비자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과일을 생산하는 것이 배 산업을 발전할 수 있는 길 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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