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가치 5억원…태극마크 전쟁 이유 있네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3. 10. 1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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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보증 수표로 통하는 국가대표
매년 남녀부 선수 각각 6명씩 선발
프로·국제 대회 출전하는 특별 기회
전지훈련·레슨 등 비용도 지원받아
스폰서 계약 땐 프리미엄까지 붙어
돈으로 평가 못하는 자부심·자신감
2023시즌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안성현. 매경DB
매년 12명만 얻을 수 있는 국가대표 타이틀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게 태극마크지만 최소 5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GS칼텍스 매경오픈과 코오롱 한국오픈, DB그룹 한국여자오픈 등 프로 대회 출전권을 받는 것이다. 여기에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AAC) 등에 출전해 국제 대회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전지훈련과 레슨, 멘탈 코칭 등에 대한 비용을 지원을 받는 만큼 프로 골퍼를 목표로 하는 아마추어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할 때 국가대표라는 프리미엄까지 붙어 골프계 관계자들은 태극마크의 가치를 수억 원으로 보고 있다.

국가대표를 거쳐 프로가 된 선수들이 가장 만족하는 건 프로 대회 출전이다. 국가대표의 경우 일반적으로 대한골프협회(KGA) 주관을 포함해 3~5개 프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이재경은 “처음 프로 대회에 출전했을 때 정말 많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에는 좌절했지만 내가 부족한 게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됐다”며 “국가대표로 프로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면 코리안투어에 곧바로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프로 선배들과 경쟁할 수 있는 게 국가대표의 가장 큰 특권”이라고 말했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들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프로 데뷔 후 두각을 나타내는 국가대표 출신들이 많은 이유가 아마추어 때부터 프로 대회에 꾸준히 출전했기 때문”이라며 “아마추어 선수의 경우 프로 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로 배우는 게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국제 대회 출전도 국가대표만 누리는 특별한 혜택이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랭킹과 대상 포인트 1위에 올라있는 이예원은 국제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예원은 “국가대표 시절 몇몇 국제 대회에 출전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태국과 중국, 미국 등 실력이 뛰어난 또래 선수들에게 자극받아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며 “한국 골프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다양한 잔디에서 쳐본 것도 엄청난 자산이 됐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 성적을 결정하는 전지훈련에 대한 지원은 부모님들에게 만족도가 높다. 적게는 1000만원부터 많게는 3000만원 이상 들어가는 전지훈련 비용을 아낄 수 있어서다.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한 선수의 어머니는 “아이를 골프 선수로 키우는 입장에서 전지훈련 비용이 따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도움이 된다”며 “여기에 실력이 뛰어난 코칭 스태프에게 지도를 받고 최고의 환경에서 연습할 수 있는 만큼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받는 몇 가지 혜택이 더 있다.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기간만큼 일정 금액이 계산된 훈련비를 받는 것이다. 프로 골퍼가 된 뒤 필요한 여러 가지 교육을 해주는 것도 국가대표 선수들이 누리는 베네핏 중 하나다. KGA 한 관계자는 “큰 돈은 아니지만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공식 훈련 기간에는 각 선수에게 훈련비가 나간다”며 “또 국가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장에서는 어떻게 말을 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다양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단순히 골프를 잘 치는 게 아닌 올바른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고진영. [사진 출처=AFP 연합뉴스]
프로로 전향할 때 국가대표 프리미엄이 붙는 이유는 성공 보증수표로 통해서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등 프로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임성재, 고진영, 김시우, 김효주가 대표적인 국가대표 출신 선수다. 한 골프계 관계자는 “메인 스폰서와 용품 후윈 계약 등을 체결할 때 아마추어 시절 성적과 인성 등을 종합해 후보군을 추리는데 국가대표 이력이 있으면 한 단계 높은 평가를 받는다”며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른 선수보다 최소 5000만원 이상을 더 받을 수 있다. 아시안게임 등에서 메달을 목에 건 특급 기대주의 경우에는 1억원 이상의 국가대표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만 느낄 수 있는 자신감과 자부심은 어떤 것으로도 살 수 없는 특별한 가치다. 임성재는 “아마추어 시절 그토록 바라던 국가대표가 된 뒤 가장 달라졌던 건 내 골프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장유빈과 안성현 등도 태극마크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두 선수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을 때 일반 대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국가대표로 선발되기 위해서는 KGA가 지난해부터 운영하는 KGA 랭킹 시스템 남자부와 여자부 각각 상위 6명 안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최근 1년간의 성적을 바탕으로 점수화해 순위를 매긴 게 KGA 랭킹 시스템이다. 과거 선발전과 다르게 KGA 랭킹 시스템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것에 대한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만족도는 높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한 주의 성적이 중요한 선발전과 다르게 최근 1년간 성적으로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만큼 검증된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다는 것 같다”며 “올해 국가대표가 KGA 랭킹 시스템이 배출한 1기 선수들이다. 장유빈과 김민솔 등이 프로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국가대표 선수 선발이 올바르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23시즌 국가대표로 활약 중인 김민솔. KLPGA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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