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솔의 솔직토크] '외로운 길, 그래도 PSG' 한 PSG 탈론 팬의 이야기
(MHN스포츠 이솔 기자) 아무도 함께하는 이 없고, 아무도 목소리를 내는 이는 없다. 그러나 한결같이 '생소한 해외 팀', PSG 탈론을 응원하게 된 한 팬이 있었다.
지난 10일, 경기를 마치고 나오던 도중 한 국내팬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PSG 탈론의 옷을 입고 있어 처음엔 '대만 팬 중 한명이겠지'라고 짐작했으나, 그는 우리나라에서 약 3년간 PSG 탈론을 응원하고 있는 팬이었다.
왜 '메이저 지역'도 아닌, PCS의 PSG 탈론을 좋아하게 됐을까? 그는 "언더독, 피를 끓어오르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라며 PSG 탈론의 매력을 꼽았다.
2018년 처음 리그오브레전드를 접하고, 2019년에는 본격적으로 월드 챔피언십의 매력에 빠져들었던 그. 당시 모든 경기를 지켜보던 도중 홍콩 애티튜드(HLA)의 유니파이드와 카이윙이라는 두 선수를 보게 됐다.
G2전에서 상대 선수들의 압도적인 경기력 속에서도 끝까지 분전하는 두 선수의 모습을 보며 그는 자신도 모르게 두 선수를 응원하고 있었다고 되짚었다.
이후 롤 정보 사이트들을 찾아보다 대만 리그에서 또 한번 두 선수를 재회하게 된 그. 탈론 이스포츠(PSG 탈론)라는 팀에 속했던 두 선수에 대한 좋은 기억, 그리고 리버스 스윕(AHQ) 등을 기록하며 리그를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키는 PSG 탈론의 모습을 보고 그때부터 PSG 탈론의 팬이 됐다고 전했다. 유니폼도 무려 두 개나 보유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럼 역대 PSG 선수들 중 누굴 과연 가장 좋아하고 있을까? 그의 대답은 '리버' 김동우였다.
"리버 선수를 가장 좋아했다. 찾아보니까 부산 사람이더라. 동향 사람이 잘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리버선수를 응원하다보니 어느새 팬이 됐다"
이전부터 응원했던 카이윙 선수 또한 다시 바라보게 됐다고 그는 밝혔다.
"때는 지난 2020년 월드챔피언십이었다. UOL과의 타이브레이커 경기에서 상대 노맨즈 선수의 직스로 게임이 굉장히 힘들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벼락같은 카이윙(라칸)의 이니쉬로 불리하던 게임이 순식간에 역전됐다. 그때 온 몸에 전율을 느끼고 팬이 됐다"
단순히 롤을 좋아하던 그가 본격적으로 PSG라는 팀의 팬이 되는 순간이었다. 필자 또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스타의 5위 도약을 보고 LPL에 특히 관심을 쏟게 된 만큼, 이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유니파이드-카이윙선수도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리버 또한 팀을 떠났다. 애정이 식을 법도 했다.
그는 이에 대해 "보통 롤 판이 선수를 따라간다. 2022년 롤드컵 진출에 실패하고나서 선수진이 싹 갈렸다. 그래서 타 팀을 응원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래도, 아무리 응원하는 선수들이 없더라도 여태까지 응원해 온, 그리고 유니폼 두개를 산 팀에 대한 애정은 식을래야 식을수가 없었다"
바뀐 로스터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유니파이드와 카이윙을 대체한 와코-우디였다.
"사실 이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비욘드에 있던 와코와 J팀에 있던 우디가 팀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해가 안됐다. 두 선수 모두 베테랑이고, 유니파이드-카이윙 또한 노장 축에 속하는데, 굳이 갈아치울 이유가 있었나 싶었다"
"그런데 와코 선수가 시즌 내내 상수의 기량을 보여줬다. 처음엔 불신했지만 이 활약을 보고 믿음이 갔다. PSG에서는 특히나 플레이에 안정감이 생긴 것 같아 팬으로써 정말 감사하고 있다"
팀을 이끌고 있는, 그리고 필자가 응원하는 준지아 선수에 대해서도 물을 수 밖에 없었다. 그의 이적은 PSG 탈론, 그리고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생각했다며 "PSG탈론이 2주차까지 성적이 안좋았는데 준지아가 합류한 3주차 이후 성적이 급등했다. 구세주같은 존재다"라고 덧붙였다. 팬으로써 뿌듯한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오직 PCS와 대만 지역을 응원하는 팬들만이 알 수 있는 오랜 염원도 내비쳤다.
"PSG탈론이 월드챔피언십에서 8강으로 향하길 정말 오랫동안 바라고 있다. 내가 대만사람은 아니지만, 8강은 전 대만인의 숙원과도 같은 업적이다. 유튜브에서 항상 댓글을 번역해보면 '이번에도 8강은 무리네'라는 댓글들이 많이 달린다. 그만큼 대만사람들은 8강을 원한다"
대만 리그에 마지막 8강은 지난 2015년이었다. 대만의 플래시 울브즈가 당시 최강팀으로 꼽히던 쿠 타이거즈를 조별리그에서 두경기 모두 꺾고 조 1위로 올라간 바 있다. 그 이후로 무려 8년간을 PCS 팬들은 기다리고 또 기다려 왔다.
"지난 2021년이 정말 절호의 기회였다고 보는데, 아쉽게도 8강 문턱에서 좌절했다. 3승 3패. 참 아쉬웠다. 얼마나 아쉬웠는지 롤드컵 끝나고 하나비선수가 MSI 메타였으면 4강 갔겠다는 말을 남겼다. 당시가 루나미메타였는데, 카이윙이 유틸폿을, 유니파이드가 루시안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었다. 메타가 따랐다면 전 대만인, 그리고 PCS를 응원하는 해외 팬들의 숙원을 풀 수 있었을텐데..."
그래서였을까? 10일 당일 인터뷰했던 준지아 선수 또한 스위스 스테이지 본선이 아닌, 꼭 8강으로 향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만큼 간절햇던 PSG의 월드 챔피언십 무대였다.
그리고 인터뷰 막바지, 마지막으로 한 말씀 전하고 싶은 선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은퇴를 시사했던 '메이플'을 꼽았다.
메이플에게 전하고 싶다. 올해가 마지막 라스트댄스다. 은퇴하는게 너무 아쉽다. 정말 이번 시즌을 보람차게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 만나서 싸인해주신 코치님들(코기, 제로) 정말 감사드린다.
비록 그가 바라던 PSG의 8강행 열차는 여기서 멈췄다. 그러나 그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 곳곳에서 PSG 탈론을 응원하는 팬들이 있는 한 PSG 탈론, 그리고 PCS 지역의 '8강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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