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프로 출신’ 수장 선임...이종열 단장의 ‘뉴 삼성’, 어떤 모습일까 [SS포커스]

김동영 2023. 10. 16.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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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종열 단장.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삼성이 거대한 변화를 택했다. 프런트 수장을 구단 최초로 ‘프로선수 출신’으로 앉혔다. 이종열(50) 신임 단장을 선임했다. 큰 변화가 일어날 전망이다.

삼성은 16일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며 “최신 야구 트렌드에 맞는 강한(Win) 팀, 그리고 팬들에게 사랑받는(Wow) 팀으로 만들어줄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삼성의 변화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풀이된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단장은 내부에서 올리거나, 그룹에서 내려보냈다. 직전 단장인 홍준학 단장이나 그 이전 안현호 단장 모두 삼성 라이온즈에 입사해 단장까지 올라왔다.

삼성 이종열 단장.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확실히 이종열 단장은 ‘결’이 다르다. 구단 역대 두 번째 선수 출신 단장이고, 프로 출신으로는 첫 케이스다. 지난 1983년 2대 단장을 지낸 김삼용 단장이 실업야구 투수 출신이기는 하지만, 한 시즌도 채우지 못했다. 즉, 이종열 신임 단장은 프로의 세계를 직접 몸으로 체험한 첫 번째 인사다.

결과적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하에 변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2011~2014년 4년 연속 통합우승에 2011~2015년 5년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왕조’라 했다.

이후 내림세를 탔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8년간 가을야구에 딱 한 번 나갔다. 그사이 감독은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단장 변화는 없었다. 홍준학 단장이 세운 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으니 도리가 없다. 팬들의 비판도 거셌다.

삼성 이종열 단장. 사진젠공 | 삼성 라이온즈


이에 단장 교체를 택했다. 이번 인사는 유정근 대표이사가 주도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구단 내부에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대표이사가 주도하고 있고, 모기업에서 같이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종열 단장은 프로 통산 19시즌을 뛰며 1657경기에 출전, 1175안타를 기록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했고, 스위치 히터로 이름을 날렸다.

은퇴 후 바로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연수도 다녀왔고, 2015년부터 해설위원을 맡으며 국제대회마다 대표팀 코치와 전력분석 업무를 맡았다. 최근 끝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서는 수비코치로 활약하며 금메달의 영광도 누렸다.

삼성 유정근 대표이사(왼쪽)와 이종열 단장.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이종열 단장은 “기쁘고 가슴이 벅차다. 저를 선택해 주시고 믿어주신 만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삼성이 최근 전력이 약해졌는데 어떤 특정한 부분을 꼽기보다는 여러 부분을 두루두루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긴 시간 선수 생활을 하면서 배우고 느꼈던 경험과 미국에서 보고 배웠던 야구, 그리고 해설과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경험한 것들을 삼성에서 펼쳐볼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단장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이종열 코치가 24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된 훈련 중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2023. 9. 24. 고척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a


로드맵에 대해서는 “첫 번째로 선수 육성에 포커스를 맞추겠다. 그리고 1년 반짝하는 팀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성적을 낼 수 있는 강팀으로 만들고 싶다. 미국에 있을 때 테오 엡스타인 스타일로 운영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종열 단장은 “좋은 성적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구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삼성의 푸른 왕조를 다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엡스타인은 보스턴 단장과 시카고 컵스 사장을 지낸 인사다. ‘저주 브레이커’라 불린다. 보스턴에서 ‘밤비노의 저주’를 깼고, 컵스에서는 ‘염소의 저주’를 넘어섰다. 힘든 시간을 끝내고 영광의 날을 만든 단장.

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한국과 홍콩의 경기. 3회말 무사 1,2루에서 강백호의 플라이 아웃 이후 상황과 관련 이종열 1루 코치가 항의하고 있다. 2023.10.1. 사진 | 샤오싱=연합뉴스


이종열 단장도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부 육성과 외부 영입의 조화가 필요하고, 긴 안목으로 운영하는 인내심도 있어야 한다. 엡스타인도 팬들의 거센 비판을 들은 끝에 정상에 섰다.

현재 삼성은 단장 하나 바뀌었다고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를 알기에 이종열 단장도 육성을 첫 번째로 말했다.

무엇보다 이종열 단장 선임 자체가 삼성의 의지를 보여준다. 과거와 달라야 결과도 나온다는 판단. 선수 출신이 무조건 단장직까지 잘한다는 보장은 없으나 과거의 틀을 깼다는 점부터 눈에 띈다. 이종열 단장이 만들 ‘뉴 삼성’은 어떤 모습일까.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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