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보지 않았으면 하는 영화를 알려주는 일에 관해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소설가 오스카 와일드는 대중에게 절대 읽지 않았으면 하는 책을 알려주는 일을, 더없이 중요하게 여겼다. “오늘날과 같은 시대, 많은 책을 읽느라 칭찬할 시간이 없고 많은 글을 쓰느라 성찰할 시간이 없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그야말로 필요한 일이 아니냔 거다. 이는 그보다 더 후대의 오늘을 살아가는 대중에게도 적용이 필요한 사고로, 차이가 있다면 책에서 영상물로 옮겨진 것일 테다.
영화가 성적이 부진할 때 하나의 원인만이 작용하진 않는다. 대부분 여러 요인이 어우러져 만든 이들의 기대나 예상에 어긋나는 결과를 만들어 내니, 그냥 흘려보내기 아까울 정도로 잘 만든 영화가 대중의 선택을 받지 못하기도 하고 보통의 수준을 지닌 작품이 보통 이상의 흥행을 거두기도 하는 것이다.
으레 작품성, 대중성으로 구분하곤 했는데, 최근 만들어진 작품이나 그에 대한 관객들의 동향을 보면 작품성과 대중성이 별다르게 구분되진 않는 듯하다. 기본적으로 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가 대폭 줄어들며 작품성이 뛰어나든 대중성이 두드러지든 흥행 자체가 어려워진 것도 있고, 그 사이 여러 통로를 통해 좋은 작품을 많이 접한 대중의 수준이 꽤 높아져서 작품성이 곧 대중성으로 직결되는 분위기가 나름 형성된 까닭이리라.
즉,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대중도 한눈에 알아보고, 또 전해 듣고 거른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취향을 이유로 혹은 진입장벽이 높아서 선택받지 못한 영화와는 엄연한 차이를 갖는다. 일례로 최근 개봉했다가 참패를 면치 못한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가 있다. 해당 작품은 먼저 본 이들의 엄격한 평이 각종 매체와 SNS를 타고 전달되고 퍼지면서 옛 기억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혹했던 대중의 발걸음을 저지하는데 성공(?)을 거두었다.
이러한 결과에 대해 감독은 SNS의 발달로 불필요한 정보까지 흡수하게 된 현 세태가 흥행에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아쉽다는 소회를 전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다. 우선 오늘의 대중이 대부분의 정보를 SNS나 인터넷으로부터 얻는 것도, 그사이 불필요한 정보까지 흡수하는 것도 맞긴 하나 무턱대고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있진 않기 때문이다. 그럴 때도 지났고, 이제 터무니없는 것들은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는 식견도 생겼다.
오히려 ‘가문의 영광: 리턴즈’ 같은 경우는 영화의 촬영 기간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만큼 짧아도 너무 짧았다는 속사정이 밝혀지면서, 작품의 퀄리티를 놓고 터져 나오고 있던 여러 후문에 설득력을 더했다. 덕분에 대중은 시간과 돈을 아낄 수 있었으니, SNS의 순효과를 보았다 하겠다. 첫머리에 언급한 오스카 와일드가 중요하게 여긴 역할을 SNS가 해낸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촬영 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작품에 들인 수많은 배우와 제작진의 노고를 깎아내리는 건 아니며, 그럴 수도 없다. 그러나 작품의 만듦새에는, 아무리 천재적인 감독과 배우들이 만났다고 해도 반드시 소요되어야 할 일정량의 작업시간이 요구되는 법이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의 것은 턱없이 모자랐으니 어떤 애를 써도 부족한 시간의 양을 뛰어넘는 퀄리티를 지닌 결과물이 만들어질 리 없었다. 그러길 바랐다면 도둑심보 아닐까.
안 그래도 보는 수준이 높아진 관객은 이를 대번에 알아챘고 홍익인간이란 건국이념을 이어받은 민족답게 널리 알리고 공유했다. 영화 관람료도 올랐는데 ‘굳이’ 영화관까지 찾아온, 영화를 아끼는 마음이 있는 이들에게, 그 돈으로 차라리 공들여 만든 다른 작품을 보라고. 애꿎게 SNS를 탓할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문제는 작품 내부에 있었으나 이를 알지 못하고 현 세태만 탓했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작품도, OTT의 범람이 만들어 낸 ‘굳이’의 전제를 깨지 못해 걸맞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요즘이다. 작품성이나 대중성을 운운할 수도 없을 만큼 낮은 완성도의 작품을 내놓고 흥행을 예상했다는 것은, 영화계 종사자들이 현재 기울이고 있는 모든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인 동시에 현 대중을 존중하지 않은, 더없이 무례하고 무능한 태도라 보아도 과언이 아니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 ‘가문의 영광’]
가문의영광 | 가문의영광리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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