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에 미래 거는 한국과 EU [더 나은 세계, SDGs]

황계식 2023. 10. 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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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 이미지. 출처=픽사베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 14일로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지난 3년간 현대차그룹은 질적, 양적으로 큰 성장을 이루었는데, 그동안의 실적이 이를 증명해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684만5000대를 팔아 도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첫 ‘톱3’ 완성차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수익 역시 크게 늘었다.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17조529억원으로, 정 회장이 막 취임한 2020년 대비 3.8배가량 고성장했다.

올해 1분기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 세계 완성차 기업 중 폭스바겐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6조4667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7조641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양적 성장뿐 아니라 질적 성장은 더 돋보인다.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의 지휘 아래 전동화 분야도 선도하고 있다. 정 회장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주도했다. 그 결과 ‘아이오닉5’와 ‘EV6’, ‘아이오닉6’ 등을 ‘세계 올해의 차’와 ‘북미 올해의 차’, ‘유럽 올해의 차’ 등 글로벌 3대 수상에 모두 올려놓았다.

이러한 현대·기아차의 행보는 유럽연합(EU)에서 크게 주목할 만 하다. EU가 오는 2050년 유럽의 탄소 순배출 ‘제로’(0)를 목표로 ‘기후변화 대응정책 및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한 로드맵’으로 구상한 ‘그린 딜’에 많은 부분이 부합하기 때문이다.

EU는 그린 딜 중에서  미래 수송부문이 가져야 할 핵심 요인으로 ‘지속가능하고 스마트한 모빌리티 수립’과 ‘운송 수단의 탈탄소화 및 저탄소화’라고 밝혔다. 수송(대중교통 포함)은 유럽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는 중요한 경제 플랫폼이며, 유럽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고탄소 산업군이다. 그만큼 EU에서 모빌리티와 수송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EU는 미래 수송의 핵심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시스템을 도입하려 한다. 이를 위해 복합운송 연계 시스템인 범EU 운송 네트워크(TEN-T)를 만들고, 도시와 국가의 경계를 허무는 단일철도 시스템 강화, 전기충전 시설 및 대체연료 인프라 확보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더불어 모든 운송 수단의 탄소 배출원인을 파악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적용하려 한다. 또 화물 분야(택배 등) 등에 드론 등 무인 항공기 등을 활용하는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구축하고, ‘넷 제로’(탄소 순배출 제로) 공항과 항구, 터미널을 구축하는 구상도 목표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로봇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뒤 로봇 기술에 역량을 투입했으며, 레벨4 자율주행 로보 셔틀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자율주행 상용화에 노력하고 있다.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와 함께 아이오닉5를 활용해 무인 로보택시 사업도 시작한다. 나아가 오는 2028년에는 미국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서비스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뛰어난 2차 전지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 전기차 인프라 구축 속도도 매우 빠르다. 국내 전기차 산업을 이끄는 기아차는 오는 2025년까지 ‘이핏’(E-Pit)을 포함해 3500기의 충전기를 설치하고 2030년까지 북미에서 5개 글로벌 자동차그룹과 함께 3만기의 초급속 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유럽에서도 2025년까지 7000기의 초급속 충전기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EU로써는 현대차그룹의 기술력과 사업 확장성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EU는 유럽의 탄소 중립을 위해 2050년까지 대륙 에너지 전체의 약 9%를 수소로 충당할 방침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5월 발표한 ‘리파워 EU’(REPower EU) 계획에서 오는 2030년까지 1000만t의 수소를 유로 존 내에서 생산하고, 또다른 1000만t은 외부에서 수입해오겠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를 2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현재 EU는 청정성이 부족한 그레이 수소(Gray Hydrogen)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탓에 한국의 그린 수소(Green Hydrogen) 기술과 인프라 구축에서 협력할 여지가 높다.

한국은 현재 강원 동해안권경제자유무역 북평 지구에서 한국동서발전 주도로 약 3만2000㎡ 부지에 3.2㎿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구축하고 있는데, 내년 4월까지 2㎿급 P2G(Power to Gas) 시스템을 설치하는 한편 그린 수소 생산단지도 구축할 계획이다. P2G 시스템은 독일과 네덜란드,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수소차와 관련해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현대차그룹 역시 생산부터 공급망까지 전 과정의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수소 사업 툴박스’를 구축 중이다. 모빌리티는 탄소 중립과 에너지, 일자리, 경제 그리고 국가의 모든 사회 시스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인류가 만든 가장 큰 ‘플랫폼’이다. 마침 한국은 기술력과 네트워크에서, 그리고 EU는 탄소 중립과 시장성에서 각각 장점을 자랑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사태, 인플레이션, 그리고 고유가의 파고를 넘어 회복을 꾀하고 있는 EU와 한국 모두에 모빌리티 협력은 새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김정훈 UN SDGs 협회 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 지위기구, ICMA(국제자본시장협회) 옵서버 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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