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 이 여행] DMO X 머무는 여행
(시사저널=글 옥송이·사진 신규철)
지역 주민과 지역 사업체, 지자체가 뜻을 모아 지역관광추진조직인 DMO를 꾸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금산·공주·홍성 DMO는 지역 주민이 된 듯 여행지에 머물러 보길 권한다.
여행과 일상을 함께 누리고 싶다. 여행하듯 일상을 살고, 일상을 보내며 여행하길 꿈꾼다. 지역관광추진조직(Destination Management Organization, 이하 DMO)는 여행자에게 그 해법을 알려 준다. 여행과 일을 병행하는 워케이션을 하거나, 농촌에서 주민들과 어울리며 지역의 삶을 체험해 보는 것이다. 관광지만 훑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살아가듯 머무르니 그곳이 더 좋아진다.
지역 관광의 길잡이, DMO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DMO는 지역을 속속들이 이해하는 집단이다. 주민, 지역 사업체, 지자체, 지역 협회 등이 한데 모였기 때문이다. DMO의 최우선 목표는 관광 활성화와 지역 발전이다. 지역 이해도가 높은 DMO는 그곳의 속살을 파고드는 여행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나아가 지역 자생력을 높이는 사업을 전개한다. DMO를 따라 새로운 지역 관광을 시작한다.
소박하고 따뜻한 농촌 체험 워케이션, 금산
금산 제원면 길곡리를 설명하자면 신선을 빼놓을 수 없다. 마을을 병풍처럼 둘러싼 신음산은 신선이 사는 산이라 전한다. 최고봉인 국사봉 아래에는 사찰 신안사가 자리하는데,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하여 신라 경순왕이 붙인 이름이다. 신음산이 풍수해를 막아 편안하고 조용한 이곳에 '조팝꽃 피는 마을'이 들어섰다.
"조팝꽃 피는 마을은 농촌 체험 시설입니다. 본래 이 자리에는 학교가 있었어요.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였지요. 한때는 면 단위 최대 학생 수를 자랑했지만 인구가 줄어 폐교했습니다. 고령화된 마을을 살리고자 2008년 길곡리 주민들이 뜻을 모아 건물을 헐고, 2010년 조팝꽃 피는 마을을 지었습니다." 배순철 조팝꽃 피는 마을 위원장은 금산 토박이로, 시설 조성 단계부터 참여했다. "옛 학교 부지를 활용해 건물과 운동장이 넓어요. 회사 워크숍이나 세미나, 수련회 등 단체 방문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지요. 최근에는 방문객 범위가 넓어졌답니다."
금산 DMO가 조팝꽃 피는 마을을 워케이션 시행처로 선정하면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어났다. 워케이션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합성한 단어로, 금산 DMO는 '가족이 함께하는 워케이션'을 목적으로 사업을 전개한다. 마침 조팝꽃 피는 마을은 시설 내 숙박 공간이 있는 데다 다양한 농촌 체험을 즐기기 적합해 가족 단위 관광 사업에 알맞은 장소였다. DMO는 이곳에 워케이션을 위한 업무 공간을 추가로 마련했다. "별채 사무소에 컴퓨터와 프린터를 구비했습니다. 가족 중 한 사람이 잠시 일하는 동안 아이들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놀거나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한답니다. 어떤 농촌 체험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하시죠?"
안내에 따라 발걸음을 옮겨 마을 어귀의 인삼밭에 이른다. 밭을 뒤덮은 검은 차광막을 비집고 들어선다. 짚더미를 치우고 낫으로 흙을 어루만지듯 살살 파자 굵직한 인삼이 고개를 든다. 흙냄새와 인삼 향기가 코를 간질인다. 깨끗하게 손질한 삼을 활용해 인삼주 담그기에 돌입한다. 얇게 저민 인삼편을 돌돌 말아 꽃대 삼고, 편을 더해 실을 묶어 가며 풍성한 꽃잎을 만든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손가락이 바들바들 떨린다. "힘들죠? 상시에 안 쓰는 근육을 움직여서 그렇답니다. 소근육을 쓰는 게 건강에도 좋다 하니 더 만들어 볼까요?" 주민이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여러 개의 인삼 꽃 모양을 한 뿌리에 접붙인다. 작품 같다. 병에 인삼을 넣은 뒤 술을 부으면 완성이다. 벌써 숙성된 인삼주가 기다려진다.
워케이션 농촌 체험 프로그램은 마을에서 나는 인삼·깻잎·두메부추 등을 활용한다. 주민들의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행자는 길곡리 농가에서 작물을 수확하고, 주민 안내에 따라 각종 농촌 체험을 즐긴다. 조팝꽃 피는 마을의 백미로 꼽히는 식사도 마을 부녀회에서 준비한다. 여행자가 직접 만든 인삼떡갈비와 부녀회에서 마련한 음식이 한 상에 오르자, 건강한 음식에 젓가락이 바쁘다. 소박하고 정다운 농촌에서의 하루가 저문다. 인삼처럼 은은하고 달콤한 시간이다.
마음 따라 길 따라 힐링 세러피, 공주
아득한 옛날, 곰이 인간을 사랑했다. 인간이 곁을 떠나 버리자 슬픔에 잠긴 곰은 강물에 몸을 던진다. 공주 웅진동에 전하는 설화다. 곳곳에 옛이야기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고마나루 솔밭도 그중 하나다. 사철 푸른 소나무 군락 곁에 유유히 흐르는 금강이 아름다워 많은 시민이 찾는다. 공주 DMO의 치유·힐링 워케이션의 체험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자연동작치유도 이곳에서 진행한다.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걸으며 자연을 느껴 보세요." 자연동작치유사인 강화자 산처럼힐링센터장이 참여자를 이끈다. 오감을 열고 자연을 만끽한다. 숲이 뿜어내는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고, 새소리와 바람 이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바닥에 앉아 명상하는 시간도 가진다. "명상은 나를 탐험하는 방법입니다. 현재 내 마음을 짚어 보는 것이지요." 명상에 빠져든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동안 스스로를 다독이지 못한 지난날을 되짚는다. 그저 자연 속에서 호흡하며 나를 직면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공주 DMO의 치유·힐링 워케이션을 더 깊이 누리기 위해 공주한옥마을로 향한다. 숙소이자 다도·미술 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는 장소다. 사무 공간인 백제방에서 잠시 일한 뒤 미술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따뜻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차분한 휴식을 누리니 오히려 마음에 활기가 차오른다.
고즈넉한 한옥에서 '촌캉스'를, 홍성
바쁜 도시에서 벗어나 잠시라도 농촌에서 살아 보면 어떨까? 이 마을은 지난 1990년대 오리 농업을 도입해 현재도 친환경 농업을 이어가는 곳이다. 논 사이를 돌아다니는 오리가 향토적 정취를 자아내는 마을에 지난 4월 한옥 숙박 시설 달마당스테이가 들어섰다. 전통 예절 교육관이던 공간을 탈바꿈한 것인데, 홍성 DMO단의 제안에서 비롯했다.
"마땅한 숙소가 없어 여행자가 마을을 방문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달마당스테이를 준비했지요." 홍성 DMO와 달마당스테이를 동시에 이끄는 행복한여행나눔의 이화영 대표가 말을 건넨다. "달마당스테이는 9월 기준 오픈 이후 500명 이상이 다녀갔을 정도로 호응이 크답니다. 숙소 자체도 좋지만 마을 여성 협동조합 '초록이둥지'에서 운영하는 체험방에서 유기농 쌀빵을 만들거나 막걸리 공장에 들르는 등 마을 안에서 즐길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의 말에서 자부심이 드러난다. "10월에는 마을에서 유기농업축제도 진행하니 더욱 풍성한 여행이 될 거예요."
달마당스테이에 들어선다. 아늑한 방에 앉아 탁 트인 논을 한참 바라보니 잡념이 사라진다. 자전거를 이끌고 마을을 구경하자 어느새 저녁이다. 마당에서 제철 맞은 대하를 굽고 장작불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긴다. 풍족한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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