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서 자라면 결혼 확률 더 높아…장남은 결혼 확률 떨어져?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우리 사회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출산과 결혼을 피하는지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죠. 어디서 태어나 대학을 어디서 나왔느냐에 따라서도 생각해 볼 결과가 나왔네요.
<기자>
성장지역과 대학을 나온 지역을 수도권과 비수도권, 이 연구에서 쓴 용어대로 나누자고 하면 서울·인천·경기의 수도권과 지방으로 나눴을 때의 조사입니다.
먼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요, 지방에서 성장해서 지방에서 대학을 마쳤을 경우에 수도권에서 성장해서 수도권에서 대학을 마친 것보다 결혼할 가능성이 18%나 더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21년에 감사원이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의 청년층이 결혼과 출산에 대해서 더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더란 조사를 낸 적이 있는데요.
실제로 혼인율 차이가 그 비슷하게 벌어지는 게 보였다는 겁니다.
보건사회연구 이번 가을호에 고려대 연구진이 발표한 결과입니다.
지난 2007년부터 추적 가능했던 청년들 중에서 지금 만으로 33살이 넘는 사람들 4천200명을 분석했고요.
남녀는 반반, 그리고 30대와 40대 이상이 7대 3 정도의 비율입니다.
성장기는 14살에 살고 있던 지역, 그리고 대학은 졸업을 어디서 했냐로 봤는데요.
대체로 수도권에서 자랐으면 수도권 대학, 지방에서 자랐으면 지방 대학에 간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 두 가지 경우만 일단 비교했을 때도 이렇게 차이가 나더라는 겁니다.
특히 여성은요, 지방에서 성장해서 대학을 나왔을 때 결혼할 확률이 수도권 여성보다 30% 높게 더 높았습니다.
<앵커>
수치가 차이가 꽤 납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난 건가요?
<기자>
연구진은 역시 수도권의 생존 경쟁이 더 빡빡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인구밀도가 높고, 좋은 대학과 직장이 한정된 수도권에 살고 있으면 결혼이나 출산보다는 '일단 살고 보자' 생존을 우선시하게 된다고 분석한 겁니다.
표본 수 차이가 좀 들쭉날쭉하긴 하지만요, 조사된 네 가지 경우를 모두 보면요.
일단 지방에서 자라서 지방 대학을 나온 경우에 가장 기혼자인 비율이 높았습니다. 61.4%.
그 다음은 지방에서 자라서 수도권 대학을 간 경우입니다.
59.8%가 결혼해 있었습니다. 표본이 적긴 하지만 혼인율만 놓고 보면 1위와 차이가 별로 안 납니다.
수도권에서 자라서 지방으로 대학을 간 경우와 수도권에서 자라서 수도권 대학을 나온 경우의 혼인율이 그보다 더 낮았습니다.
"수도권의 경쟁적인 특성이 성장기부터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칠" 거라는 게 역시 연구진의 분석입니다.
그리고 특히 여성에 있어서 어디서 자라서 어디서 대학을 나왔는지가 영향을 훨씬 더 크게 미치는 건 여전히 여성의 경우에는 일과 결혼이 충돌한단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통계청의 인식 조사에서도 나왔던 대로 여성들은 일과 가정 양립에 대한 부담을 결혼 기피의 가장 큰 이유로 꼽는데요, 경쟁이 심한 수도권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욱 강할 거란 얘기죠.
또 중소도시에서 성장한 여성의 경우에 전통적인 가족주의 성향이 더 강할 거란 기존 연구에서의 유추도 거론했습니다.
<앵커>
분석을 꼼꼼하게 해야 대책도 세울 수 있겠습니다. 주목해야 할 다른 요소는 또 뭐가 있었습니까?
<기자>
이번에 원인까지 다 분석하진 못했지만 다른 것들도 흥미로운 결과들이 좀 보였는데요.
일단 남성은요, 여성과 달리 집에서 몇 번째 아이냐가 상당히 유의미한 변수 중에 하나였습니다.
장남일 경우에 결혼할 가능성 이른바 혼인승상이 둘째거나 그 이상인 아들들보다 21% 넘게 더 낮았습니다.
그리고 직업적인 요인들도 남성일 경우에 영향이 더 컸습니다.
일찍 취업할수록, 안정적인 일자리일수록, 사무직이거나 전문가 또는 관련 종사자일수록 결혼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40에서 70%까지 더 높아졌습니다.
그리고 여성은 직업과의 상관관계가 좀 떨어지는 편이긴 했지만요, 기존의 선입견과는 달리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즉, 전문직의 혼인 확률이 70% 가까이로 두드러지게 높았고요.
남성과는 달리 늦게 취업할수록 더 결혼확률이 높았습니다.
이건 여성 전문직의 혼인 확률이 높은 것과 궤를 같이 하는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겠죠.
여기에 대해서는 고학력 전문직 여성일수록 결혼하고 아이를 낳더라도 일을 포기해야 하는 위험이 적었기 때문이 아닐까, 여성의 경우에는 결혼이 늦어진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결혼하느냐의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보긴 어렵다 분석했고요.
결혼 시기와 결혼 가능성을 구분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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