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뛰면 대출 더 뛸텐데… 은행 고금리 경쟁의 그림자

강서구 기자 2023. 10. 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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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그래픽으로 본 세상
불붙은 은행권 수신 경쟁
정기예금 금리 4% 시대
지난해 수신 경쟁 부메랑
대출금리 더 오를까 걱정
은행채 발행 제한 폐지했지만
고금리에 치솟은 은행채 금리
제2금융권 금리 자극할 수도
수신 경쟁에 들어선 국내 은행이 앞다퉈 정기예금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9월 이후 수신 금리를 일제히 올리면서 정기예금 금리 4%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최근 국내 주요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모두 4%대로 일제히 상승했다. 국내 주요 5대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9월까지 3.7% 수준이었다(표➊).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은행연합회의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4.0%(우대금리 포함)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이 4.03%였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이 각각 4.05%로 가장 높았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정기예금 금리도 4.0%를 찍었다(표➋).

한동안 꿈쩍하지 않던 시중은행이 움직인 이유는 정기예금의 만기에 있다. 지난해 11월 시중은행은 5%대 예금금리 상품을 출시하며 '수신受信 경쟁'을 벌였다. 당시 은행채 발행에 제약이 걸렸기 때문이다.

원인은 지난해 9월 터진 '레고랜드' 사태다. 지난해 9월 춘천 레고랜드 개발을 맡은 강원중도개발공사가 기업회생을 신청하자 회사채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고, 정부는 은행채 발행에 제동을 걸었다.

회사채 시장의 자금이 은행채로 몰리는 걸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시중은행이 수신 경쟁에 나섰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표➌). 그때 판매했던 100조원 규모의 예·적금의 만기가 다가오자 수신 금리를 다시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수신금리의 상승세가 대출금리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수신금리의 상승은 곧 조달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의미여서다. 수신금리 상승이 조달금리를 높이고, 결국 대출금리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은행의 수신경쟁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자제하라는 구두개입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시중은행의 수신 경쟁이 본격화하자 대출금리도 꿈틀거리고 있다. 지난 4월 3%대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은 최근 7%대를 넘어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는 4.17~7.12%를 기록했다.

은행의 수신 경쟁을 의식한 정부는 지난 4일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을 폐지했다. 은행채로 자금을 조달하면 과도한 수신 경쟁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하지만 그 효과에는 물음표가 달리고 있다. 은행채 금리의 상승세도 심상치 않아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은행채(AAA·무보증) 금리(신용평가사 평균)는 지난 6월 3.87%에서 지난 6일 4.11%로 0.24%포인트 높아졌다(표➍).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채권금리가 들썩이고 있는 걸 감안하면 은행채 발행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인지 은행채 발행 제한 해지가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채로 채권시장의 자금이 몰리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선 회사채로 자금을 모으는 것이 어려워질 게 뻔하다.

제2금융권은 더 높은 수신 금리를 제공하거나 높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다는 거다. 대출이 있는 차주, 그중에서도 취약차주가 위험의 도마에 올라설 수 있다는 얘기다(표➎).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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