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금 가진것이 제게 가장 중요하죠… 고된 여정을 마친 사람의 ‘감사’[주철환의 음악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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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을 샅샅이 돌아보니 많은 게 분명해졌어요. 그중 하나는 우리가 지금 가진 게 제게 가장 중요하단 거예요."
'내가 지금 가진 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가진 게 내게 가장 중요하다' 오래된 플레이리스트에서 채택된 노래가 그래서 '해피 투게더'다.
그는 남의 것,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가진 게 중요하단 걸 상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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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을 샅샅이 돌아보니 많은 게 분명해졌어요. 그중 하나는 우리가 지금 가진 게 제게 가장 중요하단 거예요.”
얼핏 신앙고백이나 투병일기 같은데 맥락을 살피면 수상소감에 가깝다. (공로상이면 몰라도 신인상 받고 할 수 있는 언사는 물론 아니다) 등산에 비유하자면 올라가면서 숨 가쁘게 뱉은 말이 아니라 하산 후 평지에서 배낭을 내려놓고 물 한잔 건네며 할 수 있는 말이다.
출처는 인물 다큐멘터리다. 주인공이 고된 여정을 마치고 던진 말이다. 그는 자신이 깨우친 대로 ‘분명하고 중요한 것’들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것이다. 4시간 남짓 특별한 인생의 요약 영상을 지켜본 나 같은 관객에게도 몇 개의 물음표와 느낌표가 남았다. 지금 내 인생을 분명하게 볼 수 없게 가로막는 것들은 무엇인가.
이쯤 해서 그의 정체를 밝혀야겠다. 데이비드 베컴. 성공한 축구선수 중 한 명이고 은퇴한 지 10년이 지났어도 4부작(넷플릭스)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이 될 정도의 유명인이다. 그런데 음악동네엔 무슨 일로 등장했을까.
다수의 연출가는 마지막 장면에 공을 들인다. 완성도를 결정짓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슨 대사로 격한 공감을 얻을까. 어떤 음악으로 강한 여운을 남길까. 알려진 대로 베컴은 살면서 항상 누리기만 한 게 아니다. 상 받은 자 옆에 상처받은 자가 있듯 누리는 자 옆에는 노리는 자가 있게 마련이다. 상과 상처, 누림과 노림을 수없이 겪고 난 후 자연스럽게 내뱉은 발효유가 바로 맨 위의 두 문장이다. 상승효과를 낼 배경음악으로 무엇이 좋을까.
음악감독은 베컴이 무심코 한 말을 반복해서 들으며 나(I)와 우리(We)에 꽂혔을 것 같다. 다시 들어보자. ‘내가 지금 가진 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가 아니다. 베컴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 가진 게 내게 가장 중요하다’ 오래된 플레이리스트에서 채택된 노래가 그래서 ‘해피 투게더’다. ‘무슨 일이 닥쳐도(No matter how they toss the dice) 너와 함께라면 하늘은 평생 파랄 거야(When you’re with me, baby the skies’ll be blue for all my life) 실제로 화면엔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베컴이 잔디밭에서 아들과 축구 연습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없는 진짜 마지막 대사(?)가 음악 속에 스며든다. “아빠 꽃 밟았어요.”
그 꽃을 따라 나는 음악 여행을 계속한다. ‘수없이 밟고 지나는 길에 자라는 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중략) 사랑해요라고 쓴다’ 하덕규(시인과 촌장)가 조심스럽게 써내려간 ‘사랑 일기’다. 베컴의 두 문장은 두 단어(Thank You)로 줄일 수 있다.
그는 남의 것, 과거의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가진 게 중요하단 걸 상기시킨다. 물과 공기, 하늘 그리고 소중한 사람. 늘 가까이 있지만 그것의 중요함(감사함)을 모른다. 중요한 것과 필요한 것을 혼동하며 살아서다. 남이 소유한 게 필요하다면서 정작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의 중요함은 잊고 사는 게 아닐까. 산이라는 글자에서 점 하나만 지우면 신이 된다. 인생이라는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신은 병도 주고 약도 준다. 벌도 주고 상도 준다. 나는 평생 약도, 상도 받은 일 없어 억울함만 가득하다면 한눈팔았거나 아니면 한눈 감고 산 거다. 아니면 계속 졸고 지낸 거일 수도.
작가·프로듀서·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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