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마약거래가 현실로?...세관 검사 인력 대폭 늘려야 [핫이슈]
‘나쁜놈들 전성시대’라는 부제목을 달고, 1990년대 노태우 정권 시절 진행했던 조직폭력배 소탕작전을 다뤘다. 최민식, 하정우, 조진웅, 곽도원 같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이 출연했고, “살아 있네~”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와 같은 명대사도 남겼다.
영화속 주인공인 최익현(최민식 분)의 원래 직업은 부산 항만에 근무했던 세관 공무원. 그는 우연한 기회에 밀수업자로부터 빼앗은 필로폰을 갖고 조직폭력배와 거래를 시작한다. 거기에서 ‘돈 맛’을 본 그는 아예 조직폭력단에 부두목으로 참여한다. ‘공무원 출신 조폭’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뒤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검사와 경찰서장 같은 고위직에도 접근한다.
옛날 얘기같던 그 영화속 소재가 최근 실제 상황으로 벌어졌다.
경찰 당국은 인천공항세관 일부 직원들에 대해 통신영장을 발부받고 강제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들 세관 직원들은 중국과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국제 마약조직원들이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지 않고 다른 통로를 통해 입국할 수 있도록 도왔다는 의혹을 받았다. 경찰은 이들이 마약조직에게 금전적인 대가를 받은 정황이 있는지도 함께 수사 중이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 행정력을 총동원 해 마약 퇴치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마약 범죄를 갈수록 더 지능화·조직화 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찰에 검거된 마약사범이 1만2700명으로 역대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중이다. ‘마약 청정국’은 이제 옛말이고, 자칫 동북아의 새로운 ‘마약 소굴’로 전락할지 모르는 위기감도 엄습하고 있다.
이번에 인천공항 세관직원들이 공모한 것으로 의심되는 필로폰 분량(24㎏)은 약 100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규모라고 한다. 물론 공항 현장 곳곳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관 직원 몇몇이 협력했더라도 이처럼 다량의 마약을 밀반입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인천공항세관도 “자체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정황상 세관 직원이 연루된 개연성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부분도 있다. 자사 직원들에 대한 의혹인데도 “사실이 아니다”가 아니라 “개연성이 낮다”고 해명했기 때문이다.
경찰 당국은 한치의 착오도 없이 철저한 수사로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 인천공항세관도 어정쩡한 해명이 아니라 자체적인 수사에 발벗고 협조해야 한다. 자사 직원들이 불법 행위를 했는지, 안했는지도 정확하게 모른다면 어떻게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 자격이 있다고 하겠나.
차제에 인천공항을 포함한 전국 세관을 대상으로 마약 수사와 관련한 통관 전담 인력도 대폭 늘려야 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현재 전국 세관에서 근무중인 통관 검사 현장 인력은 18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는 마약 밀수 추세를 감안하면 크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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