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김태오 DGB 회장 ‘용퇴론’…‘사법 리스크’에 당국도 ‘손사래’ [한양경제]
캄보디아 뇌물 로비 사건으로 기소...금감원장도 급제동
‘줄줄이 용퇴’ 금융지주 회장들…“내부승계 강조 주목”
DGB금융지주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김태오 현 회장의 ‘3연임 이슈’가 금융권에 주요 관심사로 여전히 부각되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김 회장 재임 중 최대 실적과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 성과를 이유로 한때 그의 연임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었지만, 금융당국의 ‘장기 집권 불가’ 시그널이 가시화된 데다 ‘사법 리스크’로 인한 부정적 기류가 뚜렷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지난달 25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개최하고 차기 회장 후보 선정을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김 회장은 지난 2018년 DGB금융지주 회장을 취임한 이래 지금까지 DGB금융 지주를 이끌어오고 있다. 그가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면 3연임에 성공하며 명실상부 금융권에서 대표적인 ‘장수 지주회장’에 등극한다.
애초 DGB금융지주 안팎에서도 그의 3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김 회장이 취임 이래 비(非)은행 부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디지털 전환에 힘을 쏟으면서 지방권 금융지주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냈다는 점이 긍정적 평가 요소로 작용했다.
DGB금융지주는 현재 DGB대구은행 뿐만 아니라 하이투자증권, DGB생명보험, 하이자산운용 등 1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김 회장은 재임 중 하이투자증권과 하이투자파트너스, 뉴지스탁 등 인수를 하며 금융지주의 외형을 키워나갔다.
실적면에서도 성과가 있었다. 취임 첫해 당기순이익 3835억원을 기록한 이래 2021년 3년 만에 31%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실적이 다소 하락한 면이 있지만 김 회장이 추진한 포트폴리오 다양화 전략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김 회장의 3연임 가능성에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가장 큰 난관은 ‘사법 리스크’라고 지목하는 분석이 금융권에서 제기된다.
DGB금융지주는 캄보디아 현지 당국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사법 당국에 적발됐다. 검찰은 2021년 12월 해당 사건을 재판에 넘겼고 이후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금융권에서는 캄보디아 뇌물 사건이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던 2021년 4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이뤄진 점에 주목한다.
김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 4명은 해당 기간 동안 현지 캄보디아 법인인 DGB스페셜라이즈드뱅크(SB)를 상업은행 인가 받는 과정에서 현지 브로커를 통해 현지 공무원에게 350만달러(약 41억원) 상당 금품을 전달한 혐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 회장 등이 로비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캄보디아 정부 부동산 매입 금액을 1천900만달러(약 210억원) 이상으로 부풀려 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 혐의도 받는다.
최근 들어서는 자신뿐만 아니라 내부 임직원들의 사법 리스크 관리 부재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8월 대구은행 일부 임직원이 고객 명의 증권 계좌를 무단 개설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은행 측이 이를 인지한 즉시 금융감독원에 보고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본지는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등 홍보부서 관계자 등에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 및 거취 등과 관련해 해명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했지만 아무런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금융당국도 김 회장의 ‘3연임 불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추진을 위한 협약식’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투명한 승계 시스템’을 강조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앞서 DGB금융지주 측이 김 회장의 연령(1954년생)을 고려해 회장 연령을 ‘만 67세’로 제한하고 있는 지배구조 내부 규범(15조)을 개정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 금감원장은 이러한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그는 “회추위가 시작된 이후 현 회장의 연임이 가능하도록 바꾼다는 건 축구를 시작했는데 중간에 룰(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현존하며 금융당국의 반대가 공식화되는 상황에서 김 회장이 용퇴 가능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의 줄잇는 용퇴 사례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8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차기 회장 선출을 앞두고 사퇴 입장을 밝혔고, 앞서 조용병(신한금융지주), 손병환(NH농협금융지주), 손태승(우리금융지주) 전 회장들도 스스로 물러났다.
금융업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3연임을 포기하더라도 특정 후보군 인사 밀어주고 이를 통해 사실상 ‘3연임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업계에서는 유력한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황병우 DGB대구은행장,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 유구현 전 우리카드 등이 거론된다. 황병우 행장은 김 회장이 취임한 후 자신의 비서실장(부장급)으로 임명된 뒤 은행장에 임명됐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금융업계 수장들이 장기 연임을 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는 마당에 김 회장이든 DGB금융지주든 3연임을 밀어붙이기는 힘든 양상”이라면서 “반면 내부 경영승계 육성프로그램을 이유로 내부 인사가 다음 회장에 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점들은 눈여겨 볼 대목”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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