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에서 청년으로…TXT, ‘넥스트 BTS’로 성장하다

서정민 2023. 10. 16.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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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3집 ‘이름의 장: 프리폴’ 발표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빅히트뮤직 제공

“회사에서 마주칠 때마다 가슴 떨리고 긴장돼서 말도 못 걸었어요. 선배님들이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다’고 얘기해주셔서 연습하면서 힘이 났어요.”

2019년 3월,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데뷔 쇼케이스에서 멤버 범규가 “방탄소년단 선배님 팬”이라며 한 말이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빅히트뮤직이 방탄소년단(BTS)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보이그룹. 수빈·연준·범규·태현·휴닝카이 등 당시 17~20살 멤버들로 구성해 풋풋한 ‘소년미’를 내세웠다. 데뷔 전부터 ‘방탄소년단 동생 그룹’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던 이들은 데뷔 앨범 ‘꿈의 장: 스타’로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40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 빅히트뮤직 제공

4년여가 흐른 지금,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넥스트 비티에스’로 불린다. 멤버들의 순차적 입대로 단체 활동을 멈춘 방탄소년단을 대신해 빅히트뮤직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한 것이다. 이들이 지난 1월 발표한 미니 5집 ‘이름의 장: 템프테이션’은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했다. 이 앨범은 지난 8월 미국 레코드산업협회 ‘골드’(50만장 이상 판매) 인증을 받았는데, 케이(K)팝 가수로는 방탄소년단에 이어 두번째다.

이들은 또 한차례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13일 발표한 정규 3집 ‘이름의 장: 프리폴’이 발판이다. 12일 열린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넥스트 비티에스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리더 수빈은 “영광스러운 수식어”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만의 음악과 색깔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그룹이 되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방탄소년단의 후광을 벗어나 독자적인 아티스트로 서겠다는 다짐이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지난 3월 월드투어 ‘액트: 스위트 미라지’ 시작을 알리는 서울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시작은 ‘소년’이었다. 데뷔 앨범은 “사춘기 시절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함께하는 또래를 만나면 뭐든 할 수 있는 소년들의 이야기”(수빈)를 담았다. 타이틀곡 ‘어느날 머리에서 뿔이 자랐다’는 사춘기 소년의 성장통을 뿔에 비유했다. 팬덤 ‘모아’는 다섯 멤버들과 함께 성장했다. 이들은 이어지는 앨범들을 통해 또래 집단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자아, 세계를 인식한 소년들의 탐색, 첫사랑과 이별, 홀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확립되는 정체성 등 성장 과정을 풀어냈다. 마침내 이번 새 앨범에서는 현실 세계의 ‘청년’이 됐음을 천명한다. ‘네버랜드’로 상징되는 판타지 공간에 머물던 멤버들이 현실 공간으로 활강(프리폴)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수빈은 “꿈과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가려는 의지를 새 앨범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지난 5월 월드투어 ‘액트: 스위트 미라지’의 하나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비엠오(BMO) 스타디움에서 공연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다른 케이팝 그룹에 견줘 이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1980년대 유행했던 뉴웨이브를 비롯해 록, 디스코, 알앤비(R&B), 솔, 이디엠(EDM), 저지클럽 등이 공존한다. 새 앨범 타이틀곡 ‘체이싱 댓 필링’은 노르웨이 그룹 아하의 1980년대 히트곡 ‘테이크 온 미’ 같은 청량한 느낌의 뉴웨이브다. 앨범 첫 트랙 ‘그로잉 페인’은 헤비메탈에 가까운 록이다. 이번 앨범에는 미국 프로듀서팀 록 마피아, 미국 밴드 원리퍼블릭 멤버이자 프로듀서인 라이언 테더, 미국 밴드 조너스 브러더스, 국내 인디 싱어송라이터 한로로 등이 참여했다. 범규는 “여러 장르를 우리만의 색깔로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장르를 시도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자체가 장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활약상은 올해 들어 한껏 물이 올랐다. ‘빌보드 200’에서 140위(2019)→25위(2020)→5위(2021)→4위(2022)→1위(2023)의 계단식 성장을 보였다. 지난해 첫 월드투어 ‘액트: 러브 식’에 견줘 올해 두번째 월드투어 ‘액트: 스위트 미라지’ 규모는 2배 이상 커졌다. 미국, 일본, 아시아 등 15개 도시에서 27회 공연을 펼치며 미국 스타디움과 일본 돔에 입성했다. 미국 음악 페스티벌 롤라팔루자에서 케이팝 그룹 최초로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진)로 공연했다. ‘2023 엠티브이(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도 공연했으며, ‘올해의 푸시 퍼포먼스’를 수상했다. 11월5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023 엠티브이 유럽 뮤직 어워드’에도 ‘베스트 그룹’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지난 7월 월드투어 ‘액트: 스위트 미라지’의 하나로 일본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공연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

이제 또 다른 시작이다. 연준은 새 앨범으로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오르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수빈은 “음악적으로 이번 앨범이 역대급”이라고 자부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활강’을 노래하며 ‘비상’을 꿈꾸고 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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