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거품 '부채' 먹고 자란다? 민스키 모멘트가 두려운 이유[박원갑의 집과 삶]
(서울=뉴스1)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미국의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금융불안정성 가설’로 빚에 의한 거품 성장과 몰락을 경고한 사람이다. 경기 변동을 금융과 부채 사이클로 설명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면 가계부채 3000조원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적지 않은 지혜를 안겨준다. 그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금융 불안정성 가설’에서 금융의 본질적 속성을 3가지 그룹으로 나눈다.
첫 번째 ‘헤지 금융’은 투자에서 얻은 현금 수입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는 부류다. 호황으로 본격적인 투자 열풍이 일어나기 전에 나타나는 것으로, 가장 이상적이고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 두 번째 ‘투기 금융’은 투자에서 얻는 현금 수입으로 이자는 갚을 수 있으나 원금 상환을 위해서는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부류다. 세 번째 ‘폰지 금융’은 현금 수입으로 원금은커녕 이자도 갚기 어려운 부류다. 폰지는 1920년대 미국에서 피라미드식 다단계 사기를 벌였던 찰스 폰지에서 따온 말이다.
시장의 호황이 길어지면 장밋빛 전망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은 빚을 더욱 늘려 투기 금융과 폰지 금융 단계의 위험이 커진다. 사람들이 한탕 하기 위해 앞다투어 빚을 내서 투기에 나선다.
그러나 투기 금융과 폰지 금융의 성격이 강할수록 사소한 충격으로도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커진다. 거품이 갑자기 꺼지면서 무리한 빚으로 부를 늘리려던 사람들은 우량 자산마저 내던져야 하는 시점(Minsky moment, 민스키 모멘트)이 다가온다.
요즘 같은 불안정한 금융 환경에서 민스키 모멘트는 언제든지 새벽 도둑처럼 찾아올 수 있다. 주식시장이든 부동산시장이든 빚을 내 뛰어드는 투자자가 많을수록 가격이 롤러코스터처럼 춤춘다. 자산 가격의 거품은 부채를 먹고 자란다. 사실 많은 빚을 내는 투자는 예상된 시나리오로 움직이는 정상적인 환경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지난해 미국발 고금리 쇼크처럼 큰 위기 때는 자신을 파괴하는 부메랑이 된다. 대부분 사람은 작은 위기인 잔파도를 잘 견디다가 큰 위기인 큰 파도에 휩쓸려 넘어간다.
최근에도 2030세대인 MZ세대를 중심으로 ‘영끌’ ‘빚투’를 통한 아파트 투기 베팅에 나섰다가 큰 후유증을 겪고 있다. 남의 돈을 동원한 우상향 기우제는 자칫 큰 고통으로 이어지기 쉽다. 어느 30대 파이어족은 갭투자 방식으로 6채를 샀으나 역전세난으로 보증금을 되돌려주지 못해 한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여차하면 세입자가 집을 강제경매에 부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한두 채 갭투자를 하더라도 현금을 쥐고 있거나 월급을 받는다면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할 것이다. 세입자에게 월세를 지급하는 역월세를 제안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완충장치 없이 과도한 부채(세입자 돈)를 지렛대로 많은 아파트에 갭투자를 하다가는 자칫 파멸로 내몰릴 수 있다. 지난해 4분기 아파트값이 급락한 것은 주택시장에 민스키 모멘트가 닥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갭투자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다 보니 우량 자산까지도 처분하면서 큰 변동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주식이든 부동산시장이든 재산을 크게 잃는 경우는 일상적인 평범한 상황에서는 드물다. 평소 잔재주로 약간 벌었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이거나 극단적인 상황이 닥쳤을 때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자산시장에서는 투기 혹은 폰지 금융들이 넘쳐나면서 정규분포를 벗어나는 극단적인 일들이 수시로 생긴다. 앞으로 부동산시장은 금융상품화와 투자 자산화 현상에 투자자의 비이성적 쏠림으로 극단 값들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극단 값들은 일상적인 삶에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기에 우연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런 우연적인 충격 때문에 그동안 일구어놓은 부가 한꺼번에 사라진다. 투기 금융을 넘어 폰지 금융에 가까울수록 그 부는 모래성처럼 무너질 것이다. 그러니 투자를 하더라도 최악의 순간을 대비한 안전망이 필요하다. 민스키에게 배울 수 있듯 현금 흐름의 소중함과 부채의 무서움을 깨달아야 한다.
h991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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