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거미집' 정수정 "주인공 욕심은 없지만…연기 욕심은 있어"

김선우 기자 2023. 10. 16. 07: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배우 정수정이 '거미집'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정수정은 영화 '거미집(김지운 감독)'에서 70년대 라이징 배우 한유림으로 분해 열연했다.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고 기량을 펼쳤다. 극 중 오정세와의 '웃픈' 로맨스부터, 전여빈과의 기싸움과 육탄전(?)까지, '차도녀' 이미지를 벗고 완벽하게 극에 녹아들었다. 에프엑스에서 연기하는 크리스탈이 아닌, 어엿한 배우 정수정이다.

'거미집'으로 제76회 칸영화제 무대도 밟았다. 최근에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도 찾았다. 첫 상업영화 도전만으로도 감격스러울만 했지만 각종 영화제에서도 각광 받으며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물론 스코어적인 면에서는 30만 관객에 그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배우 정수정의 필모그래피에 있어서 '거미집'은 잊지 못할 한 페이지가 됐다. 정수정은 "뻔한 표현이긴 하지만 내게는 기회였던 작품이다. 이걸 통해 또 다른 길이 열리고, 처음부터 그런 느낌이 있었던 거 같다. 그걸 잘해내기 위해 열심히 임했다"고 눈을 반짝였다.

-많은 연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따로 평을 읽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지인들이 잘 봤다고 말씀해주신다. 실감이 나진 않는다."

-작품의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싶나.
"영화 자체가 너무 다채로워서 온전히 즐기셨으면 좋겠다. 컬러 장면 뿐 아니라 흑백 영화 속 (70년대로 변신한) 내 모습이나 말투도 신선하다. 나 뿐 아니라 (오)정세 오빠, (임)수정 언니 등 그런 부분들이 매력적인 포인트인 거 같다."

-필모를 잘 쌓아온 덕분일까. 거장과 함께한 소감은.
"너무 영광이었다. 김지운 감독님과 작품이라니, 뭐가 됐든 해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더 하고 싶었다. 촬영 하면서도 너무 좋았다. 선배님도 감독님도 편하게 해주시고 놀이터에 온 느낌이었다. 너무 행복했던 현장이었다."

-평소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임에도, 김지운 감독은 정수정의 고전적인 모습을 봤다고 했는데.
"현재 시대에서 흑백영화에 출연할 기회라니, 쉽지 않다. 이 영화는 컬러와 흑백, 두가지를 다 경험할 수 있고 보여드릴 수 있는 거라서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스크린 속 내 모습은 늘 어색하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흑백이 더 좋더라."

-한유림 캐릭터는 어떻게 다가왔나.
"시나리오 처음 읽었을 땐 70년대 배경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그 시대 살아보지도 않았으니 간접경험을 하겠다 싶었다. 감독님께서 생각하고 주셨겠지만, 내가 읽어도 유림이를 내가 해야할 거 같았다. 읽으면서 어떻게 안밉게 표현을 해야할까 고민했다. 극 중 캐릭터가 70년대의 떠오르는 스타라는 점도 좋았다. 평소에는 징징대기도 하지만 연기 열정이나 연기 욕심도 있는 인물이지 않나. 내가 보이는 거 같기도 했다. 고전적인 헤어, 메이크업도 해보고 싶었다. 선배님들이랑도 함께하고 싶고 안할 이유가 없었다. 해야할 이유로 꽉 찬 작품이었다."

-이 작품으로 칸영화제도 다녀오게 됐는데.
"말로만 듣던 칸영화제를 내가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뭔가 또 영화찍는 기분이었다. '거미집'을 이어서 찍는 느낌이랄까. 역사적인 기분도 들었다. 영광이고 즐기다 왔다."

-전여빈, 임수정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촬영 현장은 나 뿐 아니라 모두를 칭찬하고 아껴준 현장이었다. 그런 현장은 나도 손에 꼽는다. 첫 상업 영화고 하다 보니까 물어봤다. '원래 영화 현장은 이런거냐' 했을 정도다. 우리 팀이 유독 좋았던 거 같다. 가족 같았다."


-오정세와 연인 연기 소감은. 애정신도 있었다.
"특별한 건 없었다. 영화 속 영화 장면이었고 필요했던 장면이었고 무리 없이 잘 지나쳤던 거 같다. 정세 오빠가 조언도 해주고 맞춰봐 주시고 아이디어 뱅크셨다. 그 때 그 때 예상치 못한 즐거운 연기를 하게 됐던 거 같다."

-대선배들과의 촬영이 어렵거나 부담스럽진 않았나.
"선배님들이 워낙 잘해주셔서 그런 생각도 못했던 거 같다. 첫 촬영 이럴 땐 너무 긴장했다. 어떤 현장과 스케줄이어도 처음은 늘 긴장된다. 다행히도 금방 적응하게끔 도와주셨다."

-현장에서 본 대배우 송강호는 어땠나.
"처음 송강호 선배님과 리딩을 했을 때 '애비규환' 잘봤다고 말씀해주셔서 놀랐다. 챙겨봐 주셨구나 싶었고, 칭찬을 해주셔서 감사했다. 현장에서도 스윗하셨다. 아빠처럼 챙겨주셨다. 옆에서 연기 하시는 걸 보면 어메이징하다. 항상 스크린에서 보다가 같이 연기를 하면서 두 눈으로 보게되는 것도 신기하고, 난 럭키 하구나 싶었다. 이 자리에 있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싶었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즐기도록 노력하려 했다. 그런 자세로 임했다."

-칸에서도 송강호의 존재가 많이 의지됐을까.
"선배님이 집이 칸이라는 게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영화제 디너도 대표로 다녀오고 '갔다올게' 하시는데 너무 베테랑이다. 그 모습 자체가 신기하고 재밌었고, 영화제에서도 리드해주셨다. 포즈도 추천해 주시고 기립박수 받을 땐 손키스를 꼭 하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러고 기자회견에서 '넌 영어로 하라'고도 해주셨다."


-작은 배역부터 시작해 연기 경력도 10년을 훌쩍 넘었다. 어떤 재미로 연기 활동을 이어왔나.
"처음엔 시트콤으로 시작해서, 할 때 너무 재밌었는데 사실 시작은 '내가 하고 싶어요'는 아니었다. 당시에 큰 회사(SM엔터테인먼트)였고 오디션을 보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작이 됐던 거다. '하이킥' 때부터 (연기에 대한) 재미를 느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런데 할수록 재미보다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도 많았다. 뭘 해야할지 모르겠던 시기도 있다. 그런 약간의 고민이 있을 때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만났다. 그 작품에는 연극 배우 선배들이 많았다. 연기를 더 진지하게 하게됐다. 내가 주인공에 엄청난 욕심이 있거나 이런 타입은 아니다. 다만 해낼 수 있거나 하고 싶어지는 마음은 커서, 연기 욕심이 있는 거 같다. 차근차근 하다보니 운이 좋게도 김지운 감독님이 '거미집'에 캐스팅해주셨다."

-작품 선택 기준은.
"작품 볼 땐 느낌인 듯 하다. 그렇게까지 재밌다고 느껴지지 않아도, 느낌이 좋아 싶은 작품이 있다. '이 캐릭터가 잘되든 안되든 이건 하고 싶어'라는 느낌이 왔을 때 선택하게 되는거 같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진짜 없다. 오히려 더 변화하고 싶다.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이 있다면.
"이 질문을 많이 받는데 다 하고 싶다. 멜로도 코미디도 해보고 싶다."

-VIP 시사회에 친언니인 제시카가 참석해 화제였다. 항상 서로의 스케줄을 꼼꼼하게 챙기는 편인가.
"아니다. 우리 자매는 서로한테 관심 없는 스타일이다(웃음). 모를 때도 많다. '거미집'은 내가 너무 하고 싶었다는 걸 언니가 알고 있었다. 하게됐을 때도 잘했다고 응원해줬다. 언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언니가 시사회 당일에 입국했다. '애비규환' 땐 못왔다. 이번에 와줬고 너무 고마웠다. 연기에 대해 서로 이건 어땠고 저건 어땠고 이런 걸 진지하게 이야기 하진 않는다. 각자의 길이 있고, 그런 거에 대해 논하진 않는다. 그래서 사이가 좋지 않나 싶다."

-가수 활동 생각은.
"가수 출신 배우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는 시대인 거 같다. 활동하는 분들이 워낙 많기도 하다. 다 잘하면 좋다. 다 할 수 있으면 좋고, 할 생각은 있다. 가수 활동이 배우 생활에도 도움되는 부분이 있다. 그룹 활동을 하면서 팀으로서 일하는 걸 배웠다. 춤 역시 액션에 도움이 된다."

-2009년에 데뷔해 벌써 14주년을 맞았다. 지친 적은 없나.
"물론 지쳤던 적이 있지만 그 땐 몰랐던 거 같다. 그래서 잘 지나온 듯 싶다. 돌이켜보니 힘들었구나 싶고 이제야 좀 깨닫는다."

-'거미집'은 정수정의 배우 인생에서 어떤 의미로 남을까.
"클리셰긴 하지만 내게는 기회였던 작품이다. 이걸 통해 또 다른 길이 열리고, 처음부터 그런 느낌이 있었던 거 같다. 그걸 잘해내기 위해 열심히 임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개인적으로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었다면, '거미집'은 내가 봐도 타인이 봐도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가 되는 작품인 듯 하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Copyright © JTBC.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